400마력을 거침없이 뿜어내는 머슬카와 섹시한 쿠페

여전히 폭력적인 아메리칸 머슬카, 트렌디하게 변화를 꾀한 예리한 일본 쿠페. 둘 다 400마력을 웃도는 힘으로 신명 나게 달린다. 둘 사이에서 내 마음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가슴이 설렌다. 다양한 차를 타고 받은 인상과 느낌, 차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쓰는 글을 밥벌이 삼아 살고 있지만, 여전히 처음 탈 때마다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차가 더러 있다. 거칠고 폭력적인 V8 엔진의 고동 소리와 날 선 듯 생생한 주행 감각을 지닌 자동차라면 가슴이 떨린다. 지금 타고 있는 포드 머스탱 GT가 바로 그런 차다. 오늘날 시대는 인류와 환경을 위협하는 배출가스를 더 이상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 탓에 자동차는 샌님처럼 밋밋하게 변해갔지만, 여전히 자동차를 좋아하고 운전에 중독된 이들을 위한 처방전은 무수히 많다.

인적 없는 공터에서 드래그 레이스를 펼쳤다. 승리는 누구의 것?

이를테면 날카로운 핸들링과 주행 성능을 강조한 스포츠 쿠페, 요란하고 박력 넘치는 존재감의 아메리칸 머슬카가 그렇다. 편안한 4도어 세단이나 공간 널찍한 SUV를 두고, 왜 문 두 짝 달린 쿠페를 타는지 이해 못 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테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쾌감을 맛보기 위해 교감하는 존재가 아니라, 단순한 이동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초적인 성향의 5.0ℓ 엔진과 기진맥진할 정도로 한바탕 놀아나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경험해본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생각은 분명 다르다. 나 역시 조금 전까지는 머스탱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포츠 쿠페이자, 쉐보레 카마로와 함께 아메리칸 머슬카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아이콘, 포드 머스탱.

머슬카? 운전하는 재미보다 대배기량 엔진의 요란한 배기음과 다부진 근육질 몸매를 앞세워 허세 부리는 맛에 타는 차 아닌가? 유럽과 일본 브랜드에서 만든 정교한 스포츠 쿠페에 비하면 허풍스러운 멋 말고는 나을 게 없으리란 편견. 머스탱의 인기 비결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화끈한 446마력짜리 머스탱과 나란히 세울 스포츠 쿠페를 고민하던 우리는, 인피니티의 따끈따끈한 신상 Q60을 골랐다.

성능으로 따지면 메르세데스-AMG C 63 쿠페가 가장 가까웠지만 가격 차이가 2배 가까이 났기에(머스탱 GT 6440만 원, AMG C 63 쿠페 1억2200만 원), 성능과 가격 모두 엇비슷한 Q60(6970만 원)이 최종 리스트에 오른 것. 2015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올랐던 컨셉트카와 99% 닮은 모습으로 양산된 Q60은, 인피니티의 최신 기술을 모두 담은 현대적인 스포츠 쿠페다. 볼륨감 넘치는 관능적인 실루엣은 강인함과 우아함을 고루 섞은 인피니티의 디자인 언어. 매혹적인 헤드램프와 더블 아치 그릴 너머에는 405마력의 V6 3.0ℓ 트윈 터보 엔진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머스탱에 가변 배기 시스템을 넣은 건 박수 칠 일이다

머스탱 GT와 함께 Q60을 만나러 가는 길. 솔직히 말해 내가 틀렸다. 머스탱은 만만하게 봐야 할 차가 아니다. 생각만큼 여느 미국차처럼 무르지도 않고, 멋내기용으로 타는 차가 아니라 정말 매력적인 알짜배기 스포츠카다. 비록 복잡한 시내에서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평균 연비를 보여줄지 몰라도, 길이 한산하게 뚫릴 때마다 여지없이 머슬카의 본성이 드러났다. 고동치는 엔진음과 과격한 배기음에 사로잡히는 건 순식간. 시종일관 질러대는 소리에 홀려 무턱대고 스로틀만 열다가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 한계를 뛰어넘거나, 애꿎은 60.9ℓ짜리 연료 탱크만 홀라당 비울 게 뻔했다.

시승차는 페이스리프트 버전의 2018년형 머스탱 GT. 핵심은 단연 새로운 파워트레인이다. 개선된 V8 엔진은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성능을 뽑아내기 위해 직분사와 간접분사 방식을 아우른 이중 연료 분사 시스템을 넣었고, 정교한 반응을 위해 노킹 센서를 2개 더 추가했다. 함께 어울리는 자동변속기는 이전의 6단을 훌쩍 뛰어넘는 10단까지 기어 단수를 늘렸다. 얌전히 속도를 올리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10단까지 물어가며 효율성을 높이는 똑똑한 녀석. 주행 모드는 통상적인 노멀, 스포츠 플러스와 눈길·빗길 모드로 나뉘고, 여기에 트랙과 드래그 레이스 모드도 따로 마련했다. 엔진과 변속기가 짝 맞춰 신명 나게 풍악을 울릴 때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 이상부터.

기어 레버를 쥐고 흔드는 맛은 머스탱이 강렬하다

가변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4발 머플러 팁을 활짝 열고 본격적인 샤우팅을 시작한다. 페달과 패들 시프트를 밟고 어루만질수록 정신 나가게 만드는 소리가 고막을 때리고, 컬러풀한 12″ 디지털 LCD 계기반 속 태코미터는 쉴 새 없이 오르내린다. 고속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냅다 밟으면 삽시간에 기어를 4~5단씩 내려 바꾸며 언제든 강타를 날릴 태세를 보인다.

와우! 머스탱에 LCD 디지털 계기반이라니!

차체 자세 제어 장치가 꺼지는 트랙 모드. 여기서부턴 운전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1초에 1000번씩 노면 상태를 파악하며 차체를 다스리는 마그네라이드 댐핑 서스펜션이 있다고 한들, 오버스티어 성향 짙은 머스탱이 한번 폭주하면 주체하기 어렵기 때문. 하지만 야성미 넘치는 머스탱을 오롯이 다룰 수 있을 때 당신이 느낄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피니티 Q60은 어떤가? 머스탱이 남성미 넘치는 근육질 덩어리라면, Q60은 매혹적인 볼륨감을 자랑하는 섹시 스포츠 쿠페다. 머스탱과 함께 나란히 섰을 때, 섹시미는 더욱 도드라졌다. GT 퍼포먼스 패키지에 포함된 19″ 휠을 끼운 머스탱보다 더 큰 20″ 휠도 Q60의 매력적인 모습을 한몫 거들었다. 차이는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우아한 몸매에서 드러난 굴곡이 Q60의 인테리어에도 넘실거린다. 전반적인 스타일은 이전의 인피니티 모델에서 익히 보고 알던 그 모습. 하지만 과감한 곡선과 품질 좋은 소재의 조합으로 운전자 중심의 편안한 공간을 마련했다.

반면, 머스탱은 외모에서 보여준 강인한 직선을 아낌없이 써서 약간은 투박한 분위기다. 공간의 안정감이나 거주성, 소재의 질감은 Q60이 한결 친화적이고 사려 깊다. 시야가 일반 세단과 크게 다를 바 없는 Q60을 벗어나 머스탱에 오르면, 낮은 시트 포지션과 불쑥 솟은 보닛 위 파워돔 탓에 제한적이다. 하지만 머스탱의 투박함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마성이 있다. 센터패시아 토글 스위치를 딸깍거리고 한글화 작업을 마친 포드 싱크 3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12″ 컬러 LCD 계기반을 뒤지다 보면 재미난 요소가 더러 있다. 뒷타이어를 태우는 라인 록 기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나 400m 드래그 레이스에서 쓸 만한 타이머 기능까지 있다. 주행 모드를 내 입맛에 맞춰 바꿀 수 있는 마이 모드로 가변 배기 시스템의 소리와 스티어링 휠 감도를 조절하며 노는 것도 즐겁다. 언제나 박력 넘치는 존재감을 보여주던 배기 사운드를 아예 꺼버릴 수도 있다니, 새벽에 와이프 몰래 놀러 나갈 때 꼭 필요한 기능 아닌가?

Q60의 시트가 더 편하고 몸을 잘 잡아주지만, 머스탱의 시트는 통풍 기능을 갖췄다.

Q60에는 인피니티가 자랑하는 요소로 가득하다. 옆구리까지 편하게 잡아주는 시트는 좌우로 휘감긴 굽잇길에서도 몸을 든든히 받쳐주고, 13개의 스피커를 품은 보스 퍼포먼스 시리즈 오디오 시스템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으로 시끄러운 외부 소음을 잘 막아주는 동시에 나만의 훌륭한 음악 감상실을 만들어준다. 자동차 설계 단계부터 함께하는 인피니티와 보스의 협업 관계 덕분이다. Q60도 머스탱처럼 요란 법석하게 소리를 질러대며 달리냐고?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지만, Q60에 들어간 3.0ℓ V6 트윈 터보 VR 엔진은 레드존이 7000rpm에 이르는 고회전 엔진으로, 6기통 엔진이 들려줄 수 있는 카랑카랑한 소리를 맛깔스럽게 들려준다. 이 엔진은 인피니티가 오래도록 다듬고 개선해 사용하던 자연흡기 VQ 엔진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한 유닛으로, 차세대 인피니티에 널리 쓰일 예정이다. 특징은 가솔린 직분사 시스템과 1600rpm부터 48.4kg·m의 최대토크를 쏟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트윈 터보차저. 미러 보어 코팅 기술로 기계적 마찰을 전보다 40%나 줄인 것도 인상적이다.

지금껏 머스탱과 씨름하느라 피곤해진 몸을 Q60의 시트에 맡겼다. 엔진을 깨우는 순간부터 떠들썩하게 존재감을 알리는 머스탱과 달리, Q60은 잔잔하다. 그것도 잠시뿐, 활기찬 엔진은 인피니티 V6 엔진의 명성이 녹슬지 않았다는 듯 실력을 보여준다. 노멀 모드에서도 엔진은 매끄럽게 회전하고 패들 시프트를 당길수록 7단 자동변속기는 엔진과 합을 맞춰 열띠게 호흡한다.

아날로그 계기반을 고집하고 있는 인피니티

스포츠 플러스 모드. 스티어 바이 와이어 시스템으로 유명한 인피니티의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이 무게감을 달리하며 핸들링 성능을 높인다. 일상 주행에서는 불필요한 진동을 걸러주고 스포츠 주행 때는 운전자의 의지를 고스란히 타이어로 전하는 게 이 시스템의 목적이다. 일각에서는 스티어링 휠에 활력 없이 공허한 느낌이 든다고 하지만, Q60의 조향감은 여느 차와 다르지 않게 자연스럽고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확연하게 예민해진다. 승차감은 스포츠 쿠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편하다. 댐퍼 감쇠력을 조절하는 전자제어 다이내믹 디지털 서스펜션의 영향이다.

머스탱과 Q60 모두 주행 상황에 따라 하체 세팅을 달리하는 서스펜션을 끼웠지만, 감각은 여실히 다르다. 머스탱이 좀 더 거칠게 노면을 박차고 달린다면, Q60은 물 흐르듯 매끈하고 한결 섬세하게 달린다. 그래서 머스탱을 탈 때 더 생동감을 느낀다. 처음엔 거북하지만, 알아갈수록 빠져드는 원색적인 매력이 머스탱과 함께한다. 우직하고 굳센 쾌남의 분위기랄까. 반면, Q60은 세련되고 섬세한 주행 질감을 보여주지만, 거칠게 다루면 금세 토라질 것처럼 미묘한 감각이 있다. 함께 시승한 기자는 Q60이 고속에서도 너무 부드럽고 조용해서 한계가 어느 순간 찾아올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400마력이 넘는 스포츠 쿠페를 탄다는 건, 자동차와 운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황홀한 얘기다. 넘쳐나는 재미를 굳이 감춰가며 타야 할까? 난 쾌활한 머스탱에 더 깊은 매력을 느꼈다.

 


Infiniti Q60 Red Sport 400

Price 6970만 원

Engine 2997cc V6 가솔린 트윈 터보, 405마력@6400rpm, 48.4kg·m@1600~5200rpm

Transmission 7단 자동, RWD

Performance 0→100 5.0초, 250km/h, 9.6km/ℓ, CO₂ 180g/km

Weight 1800kg

 

Ford Mustang GT

Price 6940만 원

Engine 4951cc V8 가솔린, 446마력@7000rpm, 54.1kg·m@4250rpm

Transmission 10단 자동, RWD

Performance 0→100 N/A, N/A, 7.5km/ℓ, CO₂ 227g/km

Weight 1795kg

이세환 | 사진 최대일, 김범석

이세환

사람과 자동차, 당신의 이야기와 우리의 자동차를 함께 나누고픈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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