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떠나고 싶은 차, 6GT & V90 CC

조심하자. 두 차의 운전대를 잡으면 자꾸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다재다능’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언제나 실속있는 선택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시간을 붙잡고 싶은 순간이 있다. 수학능력시험을 볼 때, 애인과 데이트를 즐길 때, 오랫동안 함께했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낼 때처럼 말이다. 휴가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군 복무 시절 무서운 선임들에게서 벗어나 첫 휴가를 나왔을 때 느꼈던 환희는 평생 잊을 수 없다. 일상에 지친 사회인에게도 휴가의 의미는 크다. 다가오는 여름휴가철을 맞아 ‘휴가를 떠날 때 타기 좋은 차’를 꼽으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여름휴가라고는 에어컨 아래에 늘어져 있는 것밖에 모르는 게으른 에디터지만, 자동차 이야기라면 경우가 다르다. 진짜 살 것도 아닌데 고민이 길어졌다. 결국, 고른 차는 BMW 630d xDrive 그란 투리스모(이하 6GT)와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이하 크로스컨트리)다.

많은 후보를 제치고 6GT와 크로스컨트리를 선정한 이유가 몹시 궁금하겠지만, 그전에 두 차의 성향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두 차 모두 ‘크로스오버’ 컨셉트를 지향하는데, 크로스오버란 세단과 왜건, 왜건과 SUV 등 서로 다른 보디 형태의 장점을 접목한 모델을 말한다. 즉, 세단의 안락함, 왜건의 실용성, SUV의 자유로움을 두루두루 겸비하고 있다. 마치 “네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할지 몰라 전부 준비했어”라고 말하는 모양새다. 좋은 것끼리 섞어서 항상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건 비빔밥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크로스오버의 의도는 그러하다. 어떤 비빔밥이 여행에 더 어울리는 맛인지 비교해봤다. 여행은 짐이 많다.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휴가지만,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게 많기 때문. 인생 사진을 남길만한 멋진 옷은 물론 캠핑 장비, 서핑 도구, 접이식 자전거 등 여행을 다채롭게 만들어 줄 여러 물건을 챙기려면 어지간한 크기의 트렁크로는 어림없다. 가족이나 친구가 동반한다면 더욱 그렇다.

6GT와 크로스컨트리를 추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SUV 못지않은 적재 공간을 자랑하는 두 차는 2열 폴딩 시 6GT는 1800ℓ, 크로스컨트리는 1526ℓ의 적재 공간이 나타난다. 폴딩을 하지 않더라도 6GT와 크로스컨트리는 각각 610ℓ, 560ℓ를 품을 수 있다. 참고로 국산 대형 세단의 트렁크 용량은 500ℓ도 되지 않는다. 두 차 모두 핸즈프리 오픈과 원터치 시트 폴딩은 기본이다. 그런데 크로스컨트리는 한 발짝 더 나아갔다. 트렁크 아래에 접이식 토우 바가 있어서 트레일러를 연결하면 보다 많은 짐을 옮길 수 있다. 브레이크가 있는 트레일러 기준 최대 2500kg까지 끈다. 본격적인 아웃도어 캠핑을 즐기는 여행족이라면 솔깃할 만하다.

짐을 전부 실었으니 여행을 떠날 차례다. 하지만 휴가철 도로상황은 좋지 않다. 혹시 정체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면, 반나절 이상을 꼬박 차 안에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때 빛을 발하는 게 ‘인테리어’다. 보기에 예쁜 인테리어와 머물렀을 때 편안한 인테리어는 다르다. 아무리 고급스러워도 몸을 뉠 공간이 좁다면 여행과 어울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6GT는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실내 공간이 넉넉한데, 휠베이스 길이가 3090mm로 형님격인 7시리즈와 같다. 우리나라 남성 평균 신장인 에디터가 앉았을 때, 레그룸과 헤드룸이 한 뼘 가까이 남을 정도로 여유롭다.

일렁이는 파도 소리만 듣고 있어도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크로스컨트리의 휠베이스 역시 2941mm로 짧지 않은 수준이지만, 6GT와 비교하면 149mm나 차이가 난다. 애초에 6GT의 차체 길이가 150mm 길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이대로 물러설 볼보가 아니다. 크로스컨트리는 시트로 반격했다. 볼보 시트는 정형외과 의사가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명성이 높다. 마냥 푹신하기만 한 게 아니라 허리와 목을 꼿꼿이 받쳐줘 장거리 주행 중 흐트러지기 쉬운 자세를 바로 잡아준다. 부드러운 나파 가죽을 사용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6GT의 시트 역시 만만치 않다. 값비싼 소파가 떠오르는 시트는 두툼한 쿠션, 정갈하게 박음질 된 더블 스티치, 화려한 퀼팅 디테일이 멋스럽다. 게다가 숨겨둔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뒷좌석 등받이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 누울 정도로 젖혀지진 않지만 충분히 안락하다.

음악 없는 여행은 상상할 수 없다. B&W 스피커를 적극 활용할 것!

여행에서 음악도 빠질 수 없다. 크로스컨트리의 B&W 스피커는 흠잡을 곳 없이 여러 음역에서 고루 훌륭하다. 하이엔드 메이커답다. 반면 6GT는 640i에만 하만카돈 스피커가 들어간다. 630d는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다. 차를 옮겨타며 번갈아 들어본 결과, B&W의 소리가 더 입체적이고 또렷했다. 게다가 주행 중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액티브 노이즈 억제 기술이 있어 외부 소음은 차단하고 음악은 또렷하게 들린다.

정체 구간을 빠져나왔다면 마음껏 달릴 시간이다.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6GT는 손색이 없다. 서서히 속도를 올릴 때는 8단 자동변속기가 rpm을 1500 이하로 부지런히 유지한다. 연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저속으로 가다서기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엔진 브레이크가 걸려 거슬릴 때가 있다. 하지만 80km/h가 넘어가면 이야기가 다르다. 속도가 올라가면 오히려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잘 들리지 않는다.

6GT는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꽤 재밌는 운전을 즐길 수 있다

먼 거리를 편안하게 이동하기 위한 GT의 목적과 부합한다. 정숙한 만큼 달리기 실력도 뛰어나다. 110km/h에서 자동으로 펴지는 리어 스포일러가 주행 안정성 을 높인다. 덕분에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훌쩍 넘기고도 평온하기만 하다. 이 차의 불안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200km/h는 넘겨야 한다. 큰 차체 탓에 코너링은 평이한 수준이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에 놓으면 엔진이 조금 더 으르렁거리고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긴 하지만, 여전히 날렵하게 코너를 공략할 정도는 아니다. 크로스컨트리는 다르다. 엔진 실린더 개수부터 다른데, 6GT는 6기통, 크로스컨트리는 4기통이다. 2.0ℓ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254마력으로 6GT와 불과 11마력밖에 차이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최대 토크는 27.6kg·m나 차이 난다. 잘 닦인 고속도로에서는 크로스컨트리가 불리한 게 사실이다. “레이싱도 아니고 여행을 가는데 굳이 죽어라 빨리 달릴 필요 있나?”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 대신 오프로드에서는 전세가 역전된다.

SUV의 DNA를 살린 스키드 플레이트, 휠 아치를 감싼 가니시, 210mm의 높은 지상고를 앞세워서 말이다. 크로스컨트리는 오프로드 주행 모드도 있다. 망설임 없이 백사장이나 산속 진흙 길을 달릴 수 있다는 건, 남들과는 조금 다른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자동차 여행을 떠날 때 고려해야 할 적재 능력, 실내 공간, 주행 능력을 기준으로 6GT와 크로스컨트리를 비교했다. 꼼꼼히 따져봤지만, 흔쾌히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같은 크로스오버 모델이어도 6GT는 세단에 가깝고, 크로스컨트리는 SUV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최종 결정은 평소 운전자의 취향이나 향하는 여행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


TRAVEL TIP!

6GT: 뒷자리의 품격

일반석과 일등석의 차이 중 하나는 ‘눈치 보지 않고 등받이를 젖힐 수 있는가?’다. 기획단계부터 퍼스트클래스를 표방한 결과, 6GT는 2열 등받이를 소폭 젖힐 수 있다. 장거리를 이동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든다는 말이 어울린다.

V90 CC: 15초 대리운전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진다. 특히 먼 거리를 운전하다 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다. 볼보 파일럿 어시스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운전자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할 뿐만 아니라, 기지개를 켜고 눈을 비비기 위해 운전대를 잠시 맡겨도 곧잘 나아간다.

박호준 사진 최대일, 김범석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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