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상반기 결산! 이차 저차 소식

상반기 결산의 우승자!

그랜저가 3만9765대를 팔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간신히 1위를 지켰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턱밑에서 싼타페가 3만4930대를 팔아치우며 바짝 뒤쫓고 있기 때문. 싼타페가 2월 21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도 그렇다. 월별 판매량을 보면 싼타페는 3월부터 줄곧 매달 1만 대 이상 팔리고 있지만, 그랜저는 8000대 넘기기가 버겁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여름이 끝나기 전에 그랜저는 싼타페에 1위 자리를 내주어야 할 판이다. 그랜저는 2.4ℓ 가솔린, 싼타페는 2.0ℓ 디젤 모델이 가장 인기가 좋다. 둘 다 낮은 가격대 트림이 잘 나간다. 3위 다툼도 치열하다. 아반떼와 쏘렌토가 각각 2만9875대와 2만9520대로 약 300대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즉, 순위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수입차는 역시 메르세데스-벤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E-클래스가 판매량 1위다. 상반기 동안 1만4203대를 팔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E 200이 6193대, E 300 모델은 4205대를 팔아 각각 세부 트림 판매량 1위와 3위를 기록했다. 라이벌 BMW 520d가 5743대로 2위다. E-클래스 판매량은 작년 상반기 대비 약 8% 증가한 수치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5년 중, 2015년의 수입차 전체 판매량이 24만3900대로 가장 많았는데, 상반기만 놓고 보면 2015년보다 올해 더 많이 팔렸다. 게다가 배기가스 관련 이슈로 숨죽이던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하반기 수입차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6개월 후에도 메르세데스-벤츠가 웃을 수 있을까?

가성비 최고의 차!

누구나 가성비를 따지는 시대다. 최근에는 ‘가심비’라는 말도 등장했다. 가격 대비 마음을 만족시킨다는 의미라는데, 마음마저 만족시키는 걸 수치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아무튼, 올 상반기에도 가성비를 내세운 차가 여럿 있었다. 그중 진정한 가성비 모델 3대를 선정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서로 다른 매력이 출중하다. 시작은 스토닉. 지난 1월 시승했던 1.4ℓ 가솔린 모델은 모든 옵션을 넣어도 2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같은 조건일 때 동급 경쟁 모델보다 최소 300만 원 저렴하다. 덕분에 코나와 티볼리에 이어 소형 SUV 판매량 3위에 올랐다.

뒤이어 등장한 렉스턴 스포츠는 세금 혜택과 독보적인 쓰임새를 무기로 가성비를 추구한다. 화물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동차세는 물론 취·등록세도 저렴하다. 개별소비세는 아예 없다. 개인사업자라면 10%의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판매량이 출시 이후 지속해서 상승 중이다.

후발 주자인 프리우스 C는 가성비의 기본인 ‘연비’를 내세운다. 복합연비가 18.6km/ℓ로 동급 모델 중 단연 1위다. 도심 연비는 더 높다. 19.4km/ℓ나 된다. 운전 습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영리하게 이용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동급 최초 9개의 에어백을 적용한 것과 12가지의 외장색도 가격 대비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요소다. 연 800대로 잡은 목표량의 45%를 두 달 만에 판매했다.

반갑다 친구야!

티구안이 돌아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017년에만 70만 대 가까이 팔리며 베스트셀링카의 면모를 이어나갔지만, 국내에는 발을 내딛지조차 못했다. 한때 수입차 최초로 월간 판매 1000대를 돌파하며 기록을 세웠던 모델이었지만, 2년이 넘는 공백기는 티구안의 존재감을 흐리게 만들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사이 소형 SUV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글로벌 소형 SUV 판매량은 연평균 44.8%씩성장했다. 국내에서도 2014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최근 재규어 E-페이스와 볼보 XC40까지 합류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티구안은 달라져야만 했다. 다양한 소형 SUV를 경험하며 높아질 대로 높아진 소비자의 눈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우선, 플랫폼을 바꿨다.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 MQB 플랫폼을 토대로 설계한 첫 SUV가 티구안이다. 가로 배치 엔진 전용인 MQB 플랫폼은 작게는 폴로부터 크게는 파사트까지 보디 형태와 세그먼트를 넘나드는 폭넓은 활용도를 보여준다. 이는 원가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절감한 돈을 편의 장비와 인테리어에 투자한 것일까?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이전 세대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다소 투박하다는 평을 받았던 이전 티구안의 센터패시아와 대시보드는 8″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팝업식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같은 편의 장비를 품어 한결 세련되게 변화했다. 액티브 보닛, 긴급 제동 시스템, 보행자 모니터링과 같은 안전 장치가 전 사양 기본인 것도 든든하다.

티구안의 운전석을 두고 “누가 타든 쉽게 운전할 수 있도록 설계한 인체공학 디자인”이라 평한 이세환 에디터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뒷자리 역시 76mm 길어진 휠베이스 덕에 여유롭다. 정자세로 앉았을 때 무릎과 앞좌석 사이에 주먹 두 개가 들어간다. 참고로 하반기에는 더욱 여유있는 롱 휠 베이스 모델도 출시된다.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달리기 실력이다.

2.0ℓ 직렬 4기통 TDI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을 쏟아낸다. 경쟁 모델보다 조금 낮은 수치지만, 0.02초 만에 변속하는 DSG와 환상의 궁합을 이루며 꽤 매콤한 주행감을 발휘한다. 향상된 공기저항계수(0.31 Cd)도 효율적인 고속 주행을 돕는다. 시승차는 4모션 트림이 아니었는데도 굽이치는 코너를 곧잘 공략했다. 키가 껑충한 SUV인 탓에 좌우 흔들림이 존재하긴 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2세대 티구안의 서스펜션이 너무 물렁하다는 혹자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만약 서스펜션 세팅이 더욱 단단하길 원한다면 소형 SUV를 타지 않는 편이 낫다. 시승 후 선배가 물었다. “차 어때?” 잠시 고민한 후 대답했다. “좋은데요?” 그러자 선배는 “내가 보기에도 그래”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티구안은 지난 5월 수입차 판매 2위를 달성했다. 총 1200대가 팔렸는데, 1위를 차지한 BMW 520d(1239대)를 바짝 뒤쫓는 성적이다. 세단 일색인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순위에서 SUV인 티구안의 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하반기에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주목받는 차!

올 뉴 K3(이하 K3)는 아반떼 AD(이하 아반떼)를 넘을 수 없었다. 아반떼가 2만9875대를 팔아치울 때 K3는 절반 수준인 1만4445대에 그쳤다. K3가 3월에 출시했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월별 판매량을 보더라도 아반떼는 평균 6000대를 오락가락했지만, K3는 신차 효과를 등에 업고도 6000대의 고지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도 K3를 상반기의 차로 뽑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스마트스트림이다. G1.6ℓ 엔진과 IVT로 이루어진 스마트스트림은 2013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K3에 탑재되기까지 약 5년이나 걸렸다. 공들인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데, 가솔린 엔진인데도 15.2km/ℓ 라는 높은 복합연비를 기록한다. 동시에 무단변속기 같지 않은 변속감을 구현해 운전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둘째, 눈에 띄는 성장이다. 비록 아반떼는 넘지 못했지만, 이전 K3에 비하면 2배 가까이 판매가 늘었다. 준중형 세단 시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기인 소형 SUV에 밀려 축소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유의미한 결과다. 또한, 상반기 월별 검색 수 추이에서도 K3는 약 50만 건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아반떼 검색량의 2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특히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남성의 검색 비율이 높다는 점은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율이 하락하는 추세에 비추어볼 때 고무적인 현상이다.

2018 상반기 마지막을 장식한 차!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타난다고 했던가? 상반기 끄트머리에 볼보 XC40, 현대 벨로스터 N, 쉐보레 이쿼녹스 그리고 롤스로이스 컬리넌이 등장했다. 전부 범상치 않다. 우선, XC40.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소형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XC40이지만, 걱정하는 기색이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 형님 격인 XC60의 인기를 물려받아 국내 시장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자동차의 야심 찬 필살기인 벨로스터 N 역시 기세가 등등하다. 3000만 원 이하부터 시작하는 가격을 두고 예상보다 합리적이라는 평이 대다수다. 엔진 회전수가 아닌 운전자 심장의 Bpm(beats per minute)을 높이겠다는 포부가 호탕하다. 단, 수동 기어 트림만 출시됐다.

한편 쉐보레는 현재 13% 수준인 국내 SUV의 시장 점유율을 63%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는데, 그 시작이 이쿼녹스다. 북미용이었던 전 세대와 달리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3세대는 차체의 82% 이상을 고장력 강판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미국 신차 평가 프로그램에서 안전성 종합 평가 최고 등급을 받았다. 동급 최고 수준인 13.3km/ℓ의 복합연비도 자랑거리. 하지만 다소 높아 보이는 출고가가 아쉽다.

롤스로이스 컬리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전 세계적으로 몰아친 SUV 열풍에 힘입어 르반떼, 벤테이가, 우루스 등 SUV를 만들지 않을 것 같은 브랜드도 줄줄이 SUV 모델을 선보였다. 롤스로이스라고 다르지 않다. 컬리넌은 오래 기다린 만큼 확실한 존재감을 뽐낸다. 가장 큰 다이아몬드가 도로 위를 빛낼 일만 남았다.

인상 깊었던 시승차는?

시승기 쓰기가 가장 어려운 차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패밀리 SUV다. 요즘 SUV는 온갖 장점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가속력, 승차감, 실용성, 거주성, 핸들링, 제동력, 첨단 편의 장비까지 좋다는 것은 모두 쏟아부어 만든 느낌이다. 그래서 선명한 특징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싼타페는 달랐다. 싼타페는 하나만 선명한 게 아니라 모든 게 선명했다. 충분한 출력, 안정된 승차감, 정확한 조종성, 풍요로운 편의 장비, 심지어 꼼꼼한 마감 품질로 나를 놀라게 했다. 그동안 무조건 가성비만 강조했던 현대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싼타페는 확실하게 나를 설득했다. 예전의 토요타가 평균 80점짜리 차였다면, 싼타페는 평균 점수가 90점을 웃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불타는 교육열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수험생을 닮았다는 점이다.

2018년에 떠오른 키워드는 뭘까? 쉽게 가질 수 없는 것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 쉴 틈없는 야근을 끝낸 뒤 들어오는 고액의 연봉이 아니라 일과 삶의 조화로운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아닐까. 그에 따른 소비 트렌드도 변했다. 이제는 ‘가성비’가 아니라 ‘가심비’, 즉 가격 대비 마음이 만족스러운 소비가 주목받는 시대다. 자동차도 그렇다. 당연히 성능과 품질 좋은 자동차가 비싸기 마련이지만, 꾸준히 높아지는 가격에 부담은 배로 높아진다. 소비자는 가격과 그에 따른 만족도를 꼼꼼히 따지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뒤, 차를 결정해야 한다. ‘가심비’ 기준으로 꼽은 2018년 상반기 나를 놀라게 한 차는 기아 K3다. 2세대로 진화한 K3는 동급 모델과 비교해 전반적인 품질과 성능, 디자인의 조화가 훌륭하다. 무엇보다 1590만~2220만 원인 가격대가 착하다.

수십 대의 차를 시승하지만, 느껴지는 주행감은 전부 다르다. 제원상으로 같아 보여도 번갈아 몰아보면 해당 모델이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신차도 아닌 370Z가 상반기 시승한 차 중 가장 놀라웠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차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 ‘운전 재미’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스릴’이다. 지난 5월호에서 김장원 에디터는 370Z를 두고 “순수한 스포츠카다웠다. 때로는 거칠고 포악했으며 잘 다룰 땐 예리하게 반응하며 운전자와 호흡을 맞췄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공포와 스릴 사이를 절묘하게 오갔다”라고 덧붙였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승 내내 심장이 요동쳤다. 과급기를 달지 않고 333마력을 내뿜는 V6 엔진 후륜구동 스포츠카는 370Z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저조한 판매량이 안타깝다.

박호준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