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슈퍼맨, 혼다 어코드 2.0 터보

어릴 때 바라본 아버지는 슈퍼맨 같았다. 못하는 게 없었다. 어코드의 첫인상도 그렇다. 뭐든 다 해줄 것 같은 다재다능함이 닮았다

‘영포티’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 젊게 사는 40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포티의 특징은 가족이나 회사를 위해 맹목적으로 희생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취향을 갖고 취미를 즐길 줄 안다는 것이다. 운전을 예로 들면, 가족이 있을 땐 부드럽다가도 혼자일 때는 신나게 달릴 줄 아는 사람이다. 지난 5월 10일 출시한 10세대 어코드가 젊어진 이유다.

2012년 9세대 어코드가 등장하고 6년 만이다. 디자인은 물론 파워트레인까지 전부 바뀌었다. 기존 어코드는 2.4ℓ 직렬 4기통 엔진과 3.5ℓ V6 엔진을 심장으로 했다. 자연흡기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10세대 어코드는 실린더 개수를 4개로 통일하고 배기량을 1.5ℓ와 2.0ℓ로 다운사이징 했다. 낮아진 배기량을 대신하기 위해 터보차저가 장착됐음은 당연하다. 1.5 터보는 CVT, 2.0 터보는 10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리는데, 10단 자동변속기가 어코드에 적용된 건 처음이다.

스마트 키를 받아들고 버튼을 눌렀더니 2.0 터보가 눈을 반짝였다. 실내외를 찬찬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승 일정에 맞추기 위해 일단 시동을 걸었다. 2.0 터보는 기어 레버가 없다. 혼다 오딧세이와 같은 버튼식이기 때문이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다. 실제로 함께 탄 기자는 기어 레버가 없으니 어디에다 손을 놓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색해했다. 하지만 버튼의 크기가 큼지막하고 굴곡이 있어 익숙해지면 보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다. 참고로 1.5 터보는 일반 기어 레버다.

교통량이 적었다. 어코드의 달리기 실력을 파악해볼 좋은 기회였다. 어코드는 노멀, 스포츠, 이코노미로 구분되는 세 가지의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역동적인 주행을 위해 노멀에서 스포츠로 주행 모드를 바꾸었더니, rpm이 소폭 상승하며 달릴 준비가 됐음을 알려왔다. 스티어링이 무거워지는 것도 느낄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태코미터가 연신 레드존을 치고 내려오길 반복하며 빠르게 속도를 높인다. 계기반에는 240km/h까지 표시되어 있지만, 205km/h 언저리에서 더는 속도가 올라가지 않았다. 속도 제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어코드가 고속 주행 내내 여유로웠다는 것이다. 일단, 시끄럽지가 않다. 차음 유리를 사용했고 노면과 엔진룸에서 넘어오는 소음을 막기 위해 펜더와 차체 바닥에 차음재를 착실히 넣었다. 또한 10세대부터는 소음을 차단하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시스템을 전후방뿐만 아니라 측면에도 적용했다. 휠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여주는 혼다 특유의 휠 레조네이터 기술은 17″ 휠을 신은 1.5 터보에만 적용됐다. 재미있는 운전을 지향하는 2.0 터보에 굳이 더 무겁고 더 비싼 휠 레조네이터 기술까지 넣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0단 기어를 패들 시프트로 당기는 맛이 일품이다

주행도 여유롭긴 마찬가지. 출력을 쥐어짜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국내 중형 세단의 강자 쏘나타와 비교하면 어코드가 출력은 더 높고 무게는 덜 나간다. 속도 제한이 없고 뻥 뚫린 도로만 있었다면, 어코드의 속도계 바늘은 분명 끝까지 닿았을 것이다. 저중심 설계를 목표로 이전 세대보다 15mm 낮아진 전고와 4% 향상된 에어로다이내믹스 성능이 제 역할을 다한 결과다. 또한, 노면 상태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하는 액티브 컨트롤 댐퍼 시스템은 스포츠 모드일 때 그 조절 폭이 대폭 늘어난다. 무늬만 스포츠 모드가 아니라는 소리다.

한바탕 신나게 달린 후, 속도를 줄였다. 혼다가 자랑하는 혼다 센싱을 시험해볼 생각이었다. 혼다 센싱은 쉽게 말해 반자율주행 기능이다. 전면 그릴 아래 부착된 레이더와 유리 윗부분에 부착된 카메라가 외부 상황을 인지한다.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따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30km/h 미만의 느린 속도에서도 반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단, 완전히 차가 멈췄을 경우 기능을 재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조작이 필요하다. 10여 분 정도 어코드에 운전을 맡겼는데, 불안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간간이 운전대를 잡으라는 알람이 계기반에 떠올랐을 뿐이다. 꽉 막힌 도로에서는 어떨지 궁금했지만, 시승 내내 정체 구간이 없었다. 시승 중 차가 막히길 바란 건 처음이었다.

회차하는 곳에 이르러서야 어코드의 실내외를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실내는 한마디로 단정하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만한 안전한 디자인이다. 가장 마음에 든 건 8″ 디스플레이. 오딧세이는 디스플레이 버튼이 전부 터치로 되어 있어 잘못 눌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코드는 버튼과 터치가 함께 있어 실수가 덜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직관적이고 간단해서 블루투스 오디오를 연결하는 것도 손쉽게 성공했다. 55mm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인지 1열과 2열 모두 앉기에 널찍하다. 전 좌석 열선 시트는 물론이다. 대부분의 국산 중형 세단에 없는 60:40 폴딩 시트도 기본이다.

외관은 ‘압도적인 자신감’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혼다의 의도가 역력히 녹아 있다. 풀 LED 헤드램프가 그릴과 하나로 이어져 시원한 인상을 준다. 헤드램프부터 시작된 굵은 벨트 라인이 테일램프까지 거침없이 이어져 있는데, 9세대 어코드에 비해 더 길어졌고 위치를 창문 쪽으로 바짝 끌어 올렸다. 이는 패스트백 디자인과 어울려 보다 강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 신형 어코드는 패스트백 디자인이지 패스트백이 아니다. 트렁크를 열어도 뒷창문은 같이 열리지 않는다.

영포티 이야기를 꺼내며 시작했지만, 어코드는 그보다 젊은 세대가 타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처음 몰아본 어코드지만,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친숙하다. 40여 년간 전 세계에서 2000만 대 이상 팔린 이유가 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차를 찾는다면 어코드는 정답에 가깝다.

 


LOVE 흠잡기 힘든 완성도

HATE 혼다 센싱이 빠진 1.5 터보

VERDICT 잘 달릴 줄 안다

Honda accord 2.0 Turbo

Price 4290만 원

Engine 1996cc I4 가솔린 터보, 256마력@6500rpm, 37.7kg·m@1500~4000rpm

Transmission 10단 자동, FWD

Performance 0→100 N/A, N/A km/h, 10.8km/ℓ, CO₂ 158g/km

Weight 1550kg

 

: 박호준

박호준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엉덩이는 무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