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난 세계, BMW 740e

기품 있고 웅장한 7시리즈. 내부에서는 엔진보다 전기모터가 더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그런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결합. 이제는 누구나 익숙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구성이다.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최고 258마력을 발휘하는 4기통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113마력에 달하는 성능을 내뿜는 전기모터의 만남. 합산 출력은 326마력, 1550rpm부터 발휘하는 최대토크는 51.0kg·m에 달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km를 달릴 때 내뿜는 CO₂는 불과 54g뿐이다. 그렇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이 7시리즈가 지닌 성능이다. 아니, 웅장한 플래그십 세단이 이렇게 친환경적일 수 있는 건가?

그 브랜드가 BMW라면 말이 되는 얘기다. 자동차 배출가스와 연료 효율에 그 어느 때보다 수많은 시선이 쏠려 있는 이때, BMW는 모든 라인업에 친환경 성능을 부여하며 미래 전동화 전략으로 향하고 있다. BMW의 제품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일반 모델을 중심으로 고성능 라인업인 M과 전기차 라인업 i로 나뉜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일반 모델을 바탕으로 성능을 높인 M 퍼포먼스 라인업,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곁들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이뤄진 i퍼포먼스 라인업이 존재한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개발한 고성능, 친환경 기술을 더 널리 적용한 것이다.

오늘 만난 740e i퍼포먼스는 후자에 속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바로 전의 5세대 7시리즈에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사용한 모델 ‘액티브하이브리드 7’을 처음 선보인 바 있다. V8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이었는데, 강력한 V8 엔진에 비하면 작은 전기모터가 차지하는 역할은 미비한 수준에 머물렀다. 지금은 성격이 완전 다르다.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 안에 결합한 전기모터가 시종일관 존재감을 드러낸다. 출발과 동시에 3170rpm에 이르기까지 25.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2t에 달하는 덩치를 무리 없이 이끌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즉각적으로 회생 제동 기능을 활성화하며 에너지를 알뜰살뜰 끌어모은다.

왼쪽 앞펜더에 자리한 플러그에 충전기를 꽂아 9.2kWh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100% 충전했을 경우, 전기모터로만 최고 140km/h까지 속도를 올릴 수 있다. 기어 레버 아래 e드라이브 버튼을 누르면 전기에너지를 활용한 주행 모드를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데, 그중 100% 전기만 써서 달리는 맥스 e드라이브 모드로 돌렸을 때 가능한 속도다. 보통은 자동 e드라이브 모드에 두고 끈끈한 호흡을 보여주는 4기통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에 역할을 위임하는 게 편하다. 물론, 일반적인 주행 모드인 에코 프로, 컴포트, 스포츠 모드 역시 당연히 있다. 스포츠 모드가 없는 BMW는 말도 안 된다.

에코 프로 모드와 자동 e드라이브 모드에 설정해두고 달릴 때, 웬만큼 속도 내며 달리지 않는 이상 엔진이 돌아가는 일은 흔치 않다. 심지어 반자율주행을 지원하는 기능을 켜두고 느긋하게 달릴 때도 엔진은 잠들고 깨어나길 반복하며 전기모터를 보조할 뿐이다.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을 최대한 적게 밟으며 달리던 일에 슬슬 지칠 때쯤, 스포츠 모드로 돌리자 푸른빛 계기반이 붉게 물들며 엔진이 바르릉 깨어난다. 스티어링 휠이 뻣뻣해지고 에어 서스펜션이 웅크리는 등 달리기에 필요한 부위가 긴장하기 시작하며 자세를 다잡는다.

그 뒤로는 열정적인 질주가 이어진다. 내내 침묵을 지키던 터보 엔진이 불을 뿜기 시작하고, 엔진과 역할을 바꾼 전기모터가 배터리에 담긴 에너지를 몽땅 끌어다 쓰며 속도를 높이는 데 지원한다. BMW는 일렉트릭 부스트 기능이라 부른다. 이런 모드로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면 100km/h까지 단 5.4초가 걸린다. 속도계는 200km/h를 넘는 범위까지 빠르게 치솟고 제한이 걸린 250km/h까지 다다르는 것도 순식간이다. 고속에서도 평온하고 안정적인 자세는 BMW의 기함으로서 당연한 일이다(사실은 운전자가 눈치 못 챌 만큼 수많은 주행 지원 장비가 작동 중이다). 물론, 이렇게 달리다 보면 배터리는 순식간에 바닥나고, 그 뒤로는 전기모터의 비중이 꽤 줄어든다.

중앙 모니터를 터치하거나 i드라이브 다이얼을 돌리다 보면 30~100% 범위에서 배터리 충전 용량을 내 마음대로 설정하는 배터리 컨트롤 기능이 있다. 꼼꼼한 사람이라면 전기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주유소 갈 일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겠다. 전기만 사용해 달릴 수 있는 최대 거리는 26km. 배터리 완충까지는 일반 가정용 전기로 약 4시간 걸리고, BMW i 월박스로는 2시간 만에 완충할 수 있다.

누군가는 복합연비 11.1km/ℓ에 이르는 효율성을 관심 있게 지켜볼 수도 있다. 찰떡궁합을 보여주는 파워트레인 외에도 카본 코어 차체로 이룬 경량화, 수시로 그릴을 여닫으며 공력 및 냉각 성능을 조절하는 푸른빛 키드니 그릴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울려 이뤄낸 수치다. 또 어떤 이는, 소음과 진동을 숨길 수 없는 디젤 모델보다 훨씬 조용하고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환경친화적인 성능에 주목할지도 모른다. 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대신 막강한 파워와 눈부신 V12 엔진을 품은 M760Li를 눈여겨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BMW는 다시 한번 영역을 확장하며 성공적으로 7시리즈 PHEV의 데뷔전을 치렀다. 우리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세환 사진 김범석

이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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