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메이킹의 중요성, 재규어 F-타입

자동차 브랜드의 아이콘 모델은 하루아침에 태어나지 않는다. 70주년을 맞이한 재규어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F-타입이 페이스리프트를 마치며 위치를 다지려 한다

한 자동차 브랜드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아이콘 모델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시대에 가장 존경받는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자, 재규어 랜드로버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이안 칼럼의 연필 끝에서 태어난 F-타입이 바로 그런 존재다. C, D, E-타입으로 이어지는 재규어의 위대한 유산이 F-타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안 칼럼은 자동차의 탁월한 비율과 실루엣 그리고 아름다운 선에 주목한다. 많고 복잡한 것보다 간결하고 순수한 선의 미학을 고집하는 그는, 자동차의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F-타입은 2013년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매끈하고 우아한 실루엣과 절제된 선의 조합에서, 이안 칼럼이 어떤 모습을 추구했는지 그대로 나타났다.

최근에 첫 번째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F-타입은 한결 단정해졌다. 길쭉하게 서 있던 날이 인상적이었던 프런트 범퍼 좌우의 흡기구를 그물망 에어 벤트로 바꾼 영향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가장 섹시한 스포츠카 중 하나’라는 명성에 먹칠할 정도는 아니다. 시승차는 F-타입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 P380 모델. 환하게 빛나는 풀 LED 헤드램프도 새롭다. 선명한 J 블레이드 주간 주행등 위로 어여쁜 LED 한 쌍이 자리 잡았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새롭게 추가한 2.0ℓ 4기통 터보 인제니움 엔진의 엔트리급 모델 P300에는 LED 헤드램프가 아니라 바이제논 램프가 들어가기에 차별화된 요소다. 그 외에도 4기통과 6기통 모델 사이에는 다른 점이 더러 있다. 더욱 멋진 비율을 만들어주는 20″ 알로이 휠과 R-다이내믹 배지, 사이드실과 리어 디퓨저 등 차체 곳곳에 자리 잡은 하이글로스 블랙 장식 등이 엔트리 모델과 다른 존재라는 걸 보여준다.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편안한 인테리어는 그대로다. 새로운 게 있다면, 초경량 설계의 마그네슘 프레임 시트다. 보기에도 좋은 버킷 시트 형상 가운데에 부드러운 질감의 스웨이드를 둘러 몸을 잡아주는 능력이 좋다. 재규어에 따르면 경량화 시트 덕분에 퍼포먼스 시트의 경우 8kg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인컨트롤 터치 프로 듀오 시스템 역시 모든 F-타입에 적용됐다. 이 밖에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이 기본이고,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을 넣을 수도 있다.

때마침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덕분에 끈적한 접지력을 발휘하는 피렐리 P 제로 타이어가 자꾸만 속도 높여 달리길 권한다.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오르기 전까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던 가변 배기 시스템도 연달아 폭죽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흥겹게 돋운다. 배기 플랩을 활짝 열어젖힌 머플러를 지나 터져나오는 풍성한 메아리가 검은빛 잔상 뒤로 이어진다. 5000~6000rpm을 오가며 ZF 8단 자동변속기와 연결된 패들 시프트를 튕길수록 목청 좋은 F-타입의 노래가 절정에 달한다.

4륜구동 시스템을 넣지 않았지만, 토크 벡터링과 LSD의 도움을 받아 코너를 따라 그리는 궤적은 지극히 안정적이다. 380마력이란 숫자가 조금은 과할지 몰라도, 고삐를 느슨하게 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만큼 즐겁게 달린다. 태코미터 바늘이 좌우로 쉼 없이 오가며 고속 질주가 이어지는 중이지만, 실내는 속도감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편하다. 바퀴가 바닥을 꾹꾹 눌러대고 있는데도 어댑티브 댐퍼가 자잘한 진동을 부드럽게 걸러주는 덕분이다. 이런 성능이라면 매일같이 타도 불편한 게 없을 정도다.

F-타입이 가진 상징성은 뚜렷하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F-타입은 라인업을 늘려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는 동시에, 70주년을 맞이한 브랜드의 전통적인 가치를 더 폭넓게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남은 건 하나, 동시에 70주년을 맞이한 강력한 라이벌 포르쉐를 추월하는 것뿐이다.


LOVE 여전히 눈부신 디자인

HATE 몸값을 조금만 낮추는 게…

VERDICT 쉽게 희석되지 않는 특유의 매력

Jaguar F-Type P380 R-Dynamic

Price 1억2980만 원

Engine 2995cc V6 가솔린 슈퍼차저, 380마력@6500rpm, 46.9kg·m@3500~50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RWD

Performance 0→100 4.9초, 275km/h, 8.6km/ℓ, CO₂ 198g/km

Weight 1730kg

이세환 사진 김범석

이세환

사람과 자동차, 당신의 이야기와 우리의 자동차를 함께 나누고픈 1인
serrard@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