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과 맛을 관통한 BMW X4

스위트 스폿. 배트에 공이 맞았을 때 가장 멀리 날아가는 최적의 지점을 말한다. 스타일, 퍼포먼스, 실용성, 짜릿한 운전 재미를 관통한 BMW X4는 가장 이상적인 스위트 스폿이다.

BMW SAC(Sports Activity Coupe)는 이름처럼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매력을 관통하는 운명을 지녔다. SUV의 다재다능함을 넘어 날렵하고 세련된 스타일과 스포츠카 뺨치는 주행 성능을 품어야 한다. 또한, 때로는 거친 험로를 주파하고 가족 단위의 수요를 만족하는 실내 공간과 실용성까지 갖춰야 한다. 이토록 이율배반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생한 SAC가 바로 BMW X4다. 육중한 SUV에 쿠페 형태를 입힌다는 건 매우 실험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BMW는 X6를 통해 혁신과 성공을 동시에 맛봤다. 그리고 유행은 빠르게 번졌다. 쿠페형 SUV는 여러 자동차회사의 선망의 대상이자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가 됐다.

BMW X 시리즈는 SUV 열풍에 힘입어 무려 56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주목할 점은 X4가 속해 있는 SAC가 이 판매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해마다 비중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X4의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2014년 첫선을 보인 X4는 불과 4년 만에 20만 대가 팔렸으며, 개성을 추구하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한국 소비자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인기의 이유는 분명하다. BMW X4는 도심을 누비는 패션카이자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세터였다.

BMW는 4년 만에 새로운 X4를 소개했다. 그리고 나는 신형 X4를 시승하기 위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그린빌로 떠났다. 그린빌은 이제껏 내가 알던 미국의 모습과는 달랐다. 언제나 조용하고 아담한 점포가 깨끗한 도로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으며,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모두가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신형 X4 역시 내가 알던 X4가 아니었다. 매끈한 루프 라인과 ‘X4’라는 엠블럼을 제외하면, 고작 4년 만의 세대교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BMW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Adrian van Hooydonk)는 “BMW X4는 거침없고 역동적인 실루엣에 뚜렷하지만 절제된 형태를 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친 X4의 첫인상은 그가 한마디로 설명한 모습보다 더욱 강렬했다. 입체적으로 다듬은 키드니 그릴과 선명한 트윈 헤드램프가 조화롭게 전방을 주시했으며, 수평 형태의 안개등과 과감하게 치장한 범퍼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우리의 시승차가 안팎으로 비범한 X4 M40d라는 사실을 미리 밝혀두지만, 굳이 M이 아니더라도 멋진 얼굴임에는 틀림이 없다.

백미는 유려한 옆모습이다. 신형 X4는 날렵한 쿠페 모습으로 SAC의 정체성을 충실하게 반영했다. 이전 세대보다 길이는 81mm, 휠베이스는 54mm, 너비는 37mm 늘어났지만, 높이는 3mm 낮춰 더욱 역동적인 쿠페의 모습을 자랑한다. 시선을 당기는 요소는 더 있다. 선명한 캐릭터 라인, 예리한 호프마이스터 킥, 근육처럼 부푼 휠 아치가 늘씬한 보디 라인을 이룬다.

뒷부분은 가장 극적인 변화가 반영된 곳이다. X4는 BMW 고유의 ‘L’ 자 테일램프를 얇고 입체적인 LED로 수놓았다. 날렵한 테일램프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루비처럼 반짝거린다. 풍만한 뒤태와 붉은빛의 조화, 비로소 진정한 쿠페의 꼬리라고 말할 수 있다.

실내를 살펴보면 X4 역시 운전자 중심의 차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BMW는 전통적으로 운전자를 바라보는 인테리어와 조금만 손을 뻗어도 모든 기능을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콕핏을 제시한다. 10.25″ 터치스크린과 똑똑한 인포테인먼트, 컬러 HUD, 제스처 컨트롤, 스마트폰 무선 충전 등 첨단 기능을 모두 쓸어 담았지만 실내는 매우 깔끔한 모습을 유지한다. 보기엔 좋지만 조작이 불편하지 않을까?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자주 쓰는 기능은 여전히 버튼으로 남아 있다.

우리가 시승했던 X4 M40d는 자극적인 M 스포츠 인테리어가 적용됐다. 계기반은 센사텍 가죽으로 덮고 두툼한 M 전용 가죽 스티어링 휠과 M 전용 페달이 달려 있으며, 시선을 옮기는 곳마다 M 배지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다. 새롭게 설계된 스포츠 시트는 질감이나 형상까지 흠잡을 데 없다. 과감한 드라이빙을 즐길 땐 옆구리를 콱 죄기도 하지만 너무 편하기 때문에 소파 대신 거실에 두고 싶을 정도다.

우리는 스파르탄버그의 BMW 퍼포먼스 센터에서 출발해 약 200km를 달렸다. 내비게이션은 뻥 뚫린 고속도로 대신 구불구불한 산길로 우리를 안내했고, 위장막을 두른 차세대 X5가 빠르게 지나치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스파르탄버그 공장의 개발진들이 자주 다니는 시승 코스가 틀림없었다. 내가 타고 있는 X4 M40d 역시, 이 도로에서 한계를 시험하며 달렸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내가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지만 말이다.

출발부터 X4는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다. 가속 페달에 언제나 화끈하게 반응하고 강렬한 토크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힘의 원천은 M40d의 3.0ℓ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이다. 부드럽기로 유명한 B57 엔진에 2개의 터보차저를 달아 최고출력 326마력, 최대토크는 무려 69.4kg·m를 발휘한다. 눈여겨볼 점은 고작 1750rpm에서 최대토크가 모두 쏟아져 나온다는 점이다. 나는 가파른 산길을 오를 때 조차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을 수 없었다. 반만 밟아도 속도계는 펄쩍 뛰어올랐고, 다음 코너를 맞이하느라 정신없이 속도를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 차가 비범한 M 퍼포먼스 모델이라는 사실은 엔진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M40d는 ‘스포츠+’ 모드에서 연신 포효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엔진 회전이 빨라질수록 점차 소리는 커졌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절정에 달했다. 물론 이 소리가 가상의 사운드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최근 여러 고성능 모델이 즐겨 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X4의 M 스포츠 배기 사운드는 운전자 위치에 소리의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운전자는 짜릿한 배기음을, 탑승객은 조용한 실내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엔진 출력은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로 전달된다. 두 조합에 평범한 구석은 하나도 없다. 변속기는 0→100km/h까지 4.9초를 달성하기 위해 론치 컨트롤을 지원하며, 후륜구동 중심의 x드라이브는 더욱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끌어올리는 퍼포먼스 컨트롤을 탑재했다. 둘의 궁합은 와인딩 로드에서 빛을 발한다. 패들 시프트를 당기느라 바빠진 손놀림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어를 오르내렸으며, 변속할 때마다 꿈틀거리는 가속 연출은 덤이다.

가파르게 꺾이는 도로 위에서 X4는 경쾌함이 살아난다. 언제나 일관된 스티어링, 1.8t의 차체를 단숨에 제압하는 M 퍼포먼스 브레이크, 코너의 정점에서 지능적으로 구동력을 제어하는 퍼포먼스 컨트롤이 한데 어우러졌으며, 빨라진 속도에 따라 짜릿한 여운을 남겼다. 연속된 굽이와 가파른 경사가 이어지는 시승 코스는 이 차가 SAC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우리는 시승을 마치고 BMW 퍼포먼스 센터로 돌아왔다. 이제 남은 건 테스트 트랙에서 X4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일이다. 트랙에 들어가기 전부터 인스트럭터는 무전으로 트랙 정보와 주행 요령을 설명했는데 말이 너무 빠르다. 미천한 영어 실력으로 용케 알아들은 건, DSC 설정 차이와 M 스포츠 디퍼렌셜 장치를 느껴보라는 것. 마침내 DSC를 모두 끌 수 있었다.

예상외로 아담한 트랙이다. 이 차의 성능에 비하면 길이가 너무 짧은 것 같았다. 인스트럭터는 개의치 않고 우리를 이끌며 점차 속도를 높였다. X4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날렵하게 노즈를 틀었다. 트랙이 작은 만큼 가파른 코너가 빠르게 다가왔고 그때마다 인스트럭터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그는 여전히 할 말이 많은 듯 끊임없이 소리쳤다). 이제 슬슬 한계가 왔음을 예상했건만, X4는 끈질기게 아스팔트를 잡아챈다. 어댑티브 댐퍼는 재빠르게 자세를 추스르고 차체는 끈질기게 레코드 라인을 유지한다. 도저히 SUV의 움직임이 아니다. 언더스티어는 사라지고 벼린 핸들링만 남는다. 차라리 M카라고 주장해도 무리가 없었다.

비결은 M40d에 적용된 M 스포츠 디퍼렌셜 록이다. X4 M40d는 코너 안쪽 바퀴의 접지력이 한계에 달하면 바깥쪽 바퀴로 동력을 전달한다. 토크 벡터링과 효과는 비슷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토크 벡터링은 제동을 통해 자세를 다스린다면, M 스포츠 디퍼렌셜 록은 동력을 더해 더욱 날카롭게 선회한다. 실제로 더 빠른 건 물론이고 운전자는 자신 있게 차를 밀어붙일 수 있다. 한계에 다다라도 끈적한 트랙션을 발휘하며, DSC를 끈 상태에서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즉, 지긋지긋한 언더스티어와 영원한 이별을 의미한다.

다소 빠른 세대교체가 이뤄졌지만 X4의 변화를 의심할 필요 없다. 새로운 X4는 스타일로 보나 성능으로 보나 한 걸음 진일보했으며, 최근 BMW가 지향하는 지능적인 운전자 환경과 짜릿한 운전 재미를 선사한다. 단 한 대의 자동차가 장르를 초월하며 이토록 많은 장점을 결합한다는 건, 다소 위험한 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X4는 모든 걸 타협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담아냈다. 스위트 스폿. 제대로 맞히긴 어려워도 한번 맞히면 경쾌한 느낌을 잊을 수 없는 지점. BMW X4와 스위트 스폿은 절묘하게 닮아 있다.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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