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잡힌 SUV, 쉐보레 이쿼녹스

다소 투박해 보일지 모르는 인테리어지만, 사용하기에는 무척이나 편하다

새롭게 등장하는 세단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서서히 사라지는 모델은 생겨나고 있다. 기존에 팔던 세단의 세대교체 모델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반면, 전기차나 SUV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기존 모델의 상품성과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이고 부족했던 라인업까지 챙기며 전 세계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SUV가 없었던 브랜드가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고 초호화 럭셔리, 슈퍼카를 만들던 곳에서도 SUV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쿼녹스는 2004년 처음 보타이를 달고 미드사이즈 SUV로 등장했다. 이쿼녹스의 의미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시기’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면, 춘분이나 추분이 되는 것이다. 디자인, 퍼포먼스, 첨단 안전 사양이 균형을 이룬 SUV라는 의미다. 이쿼녹스는 첫 출시보다는 시간이 흐르며 인지도를 쌓고 성공한 대표적인 모델이다. 지난해에는 30만 대 가까이 판매됐다. 이는 픽업트럭인 실버라도에 이어 북미 최대 판매 성적이다.

국내에는 지난 부산 모터쇼 프레스 데이에서 국내 출시를 알리며 대중에게 인사를 건넸다. 첫인상은 다부져 보인다. 큼지막한 듀얼 포트 그릴 양 끝으로 자리한 헤드램프에는 중앙을 가로지르는 형태의 주간 주행등을 심었다. 모두 LED다. 범퍼 아래, 안개등이 자리하는 부분에는 깊게 팬 디자인으로 강인한 인상을 심었다. 뒷모습도 강인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인성 좋은 테일램프, 뒤 펜더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날카롭게 디자인했다. 개인적으로는 측면 이미지가 가장 예쁘다. 앞 도어 아래쪽에 자리한 레터링은 이제 쉐보레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시각적인 것에만 신경 쓴 건 아니다. 디트로이트 워렌 기술연구소의 풍동 시험 시설에서 500시간 이상의 극한 테스트를 통해 10% 이상 공기저항을 줄였다.

실내는 말리부와 비슷하다. 이쿼녹스의 인테리어는 ‘2018 워즈오토 10대 인테리어’에 선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8″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있는 세로형 에어 벤트, 듀얼 존 공조 장치, 열선과 통풍 기능을 담당하는 버튼 등이 대시보드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래에는 무선 충전 시스템이 있기에 휴대폰을 올려놓으면 곧바로 충전된다. 트래블이 제법 길게 느껴지는 기어 레버 오른쪽에는 2개의 컵 홀더가 자리한다. 그 위쪽으로는 장애물 인식 경고 장치 버튼과 AWD 전환 버튼 등이 손길을 기다린다. 중앙 콘솔 박스 앞에는 차선 유지 기능 버튼이 있다. 기어 레버 주변의 구성은 다소 투박해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손길이 자주 가는 곳에 배치했다. 기어 레버 상단에는 수동 모드를 위한 +, – 가 있는데, 굳이 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이런 것까지’로 말할 수 있지만, 솔직히 차급에는 없어도 그만인 기능이다. 계기반은 컬러를 입힌 아이콘으로 많은 정보를 담아낸다. 운전석 도어 트림 하단에는 메모리 시트 기능과 전동으로 열리는 트렁크 도어의 각도를 조절하는 다이얼이 있다. 인테리어의 전반적인 평가는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랄 것은 없다. 디스플레이 모니터는 직관적인 아이콘으로 사용이 매우 쉽다. 특히, 시승차를 받았을 때 항상 하는 행동으로 블루투스 연결이 있는데, 매우 빠르고 쉽게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연결한다. 물론,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한다. 트렁크에 자리한 레버로 2열 시트를 한 번에 접을 수 있다. 2열의 특이한 점은, 열선 시트가 두 가지 버전(엉덩이와 등, 등 부분만)이라는 것과 4륜구동 시스템 SUV지만, 2열 바닥이 중앙이 솟아오르지 않고 평평하다는 것이다. 덕분에 2열 중간 자리도 ‘쩍벌남’이 되지 않고 편하게 앉을 수 있다. 그래도 가장 매력 있는 부분은, 4인 가족이 충전으로 싸우지 않게끔 마련된 4개의 USB 포트다. 아, 또 하나 있다. 롤스로이스처럼 도어 트림 쪽에 우산을 보관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와 다른 점이라면, 장우산과 3단 접이식 우산의 차이다.

디젤 엔진도 좋지만, 가솔린 엔진의 도입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

제원을 먼저 살펴보자. 1.6ℓ 디젤 엔진은 136마력의 최고출력과 32.6kg·m의 최대토크를 내며 SCR 방식의 후처리 시스템으로 NOx(질소산화물)를 최대한 잡아낸다. 구동 방식은 6단 자동변속기를 거친 전륜 기반의 AWD. 전륜구동으로 다니다 운전자가 필요 시 버튼으로 AWD로 변환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조금 재미있다.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전륜구동으로 움직일 때와 AWD로 움직일 때 반응이 확실히 차이가 난다. 경쾌하고 묵직한 느낌이 버튼 한 번 누를 때마다 반복된다. 136마력이라는 출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디젤 엔진의 장점인 토크로 인해 충분한 달리기 실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본기다. 이는 어느 브랜드나 강조하는 사항이다. 출력이 아무리 높다 한들, 차체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적어도 이쿼녹스는, 인장강도 1000Mpa 이상의 기가 스틸을 약 20% 포함, 차체의 82% 이상을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180kg의 감량과 22%의 강성이 향상을 이뤘다. 거기에, 보쉬가 납품하는 랙 타입 전자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으로 인해 제법 민첩하고 야무진 모습을 보여준다. 속도를 올려도 불안하지 않다. 엔진음이 매력적이라 할 수 없지만, 시끄럽게 실내를 파고들진 않는다.

전륜구동도 충분하지만, 때에 따라 분명 이 버튼을 누를 날이 온다

전륜구동 때와 AWD 시스템을 작동했을 때를 비교해보면, 고속도로를 순항한다는 조건에서는 전륜구동이 낫다. 이는 어지간한 국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연료 소비를 줄이는 이유가 가장 크다. 다만, 코너가 많은 산길이나, 레저 활동을 위한 오프로드에서는 당연히 AWD 버튼을 누르는 게 좋다. 기상 상황이 나쁠 때도 그렇다. 슬립을 감지하면 알아서 동력 배분을 해주니 보다 안정감 있게 목적지로 향할 수 있다.

요즘은 전자 장비 시스템으로 사고를 최소화하는 것이 브랜드의 숙명이 됐다. 이쿼녹스 시승 전날 어코드를 시승했는데, 덕분에 쉐보레와 혼다의 안전 장비를 비교적 잘 느껴볼 수 있었다. 차선을 이탈하지 않게 운전자를 보조하는 기능은 이쿼녹스가 훨씬 부드럽게 개입한다. 무엇보다 차선을 인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간혹, 차선을 읽지 못해 기능을 활성화시키지 못하는 상황도 있는데, 어코드와 똑같은 구간에서 실험해본 결과 차선 인식을 훨씬 잘한다. 또한, 햅틱 시트는 앞차와의 간격이 빠르게 좁혀질 때 시각적인 알림과 시트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확실히 경고해준다. 만약 당신이, 출근길이나 퇴근길 올림픽대로를 거쳐 목적지로 이동한다면, 햅틱 시트가 얼마나 경고해주는지 스스로 내기를 걸어도 좋을 것이다. 시트가 경고하지 않을 때, 확실히 가속이 부드러웠고 감속은 한 템포 빨리 가져가는 운전 패턴이었다. 반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는 건 약점이다. 쉐보레는, 미국 본사 측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했으니 다음 모델에는 들어갈 걸로 생각된다.

이쿼녹스의 한국 출시는 쉐보레에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쉐보레는 블레이저를 부활시켜 연말이나 내년 초에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도 출시할지는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지만, 긍정적이다. 또한, 픽업트럭의 국내 출시도 기다려진다. 전 세계가 SUV에 열광하는 지금, 쉐보레의 선택을 강력히 지지하는 바다. 많은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차종이야말로 점유율을 점점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글 최재형 사진 최대일, 김범석

CHEVROLET Equinox Premier Exclusive
Price 4240만 원
Engine 1568cc I4 터보 디젤, 136마력@3500rpm, 32.6kg·m@2000~2250rpm
Transmission 6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N/A 초, N/A km/h, 12.9km/ℓ, CO₂ 148g/km
Weight 164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