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구안 vs 3008 vs 컴패스, 진짜 SUV는 누구?

도대체 언제부터였더라? 덩치 큰 차들이 이토록 많아지기 시작한 게. 예전에는 지붕 낮은 세단이 주를 이뤘던 대한민국 도로였건만, 이따금 보이던 키 크고 우람한 SUV들이 어느샌가 도로 위에 득실거린다. 낮은 세단을 타는 나는 SUV에 가려 도로 상황은 안 보이고 좌우로 늘어선 고층 빌딩만 구경해야 할 판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SUV를 많이 타는 걸까?

애당초 SUV란 지금처럼 빌딩 숲 사이를 누비는 게 아니라, 진짜 숲이 우거진 밀림, 제멋대로 굴러다니는 돌멩이 투성이인 자갈밭, 접지력을 갖기가 쉽지 않은 진흙탕이나 모래 위를 수월하게 지나기 위해 태어난 게 SUV 아니던가? 하지만, 거칠고 투박했던 SUV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고, 지금은 넓은 실내 공간과 높은 차체에서 기인한 깨끗한 시야라는 기능적인 장점 외에 훌륭한 도로 주행 능력까지 겸비한 SUV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디자인조차 매끈하고 말끔하게 다듬어 덩치 키운 해치백이나 쿠페를 보는 것 같다. 사람들이 실용성 좋고 운전하기 편한 형태의 SUV에 끌릴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이제는 SUV가 세단과 해치백을 대신하고 있다. 폭스바겐 티구안만 봐도 그렇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링 해치백 골프를 바탕 삼아 태어난 게 티구안 아니던가. 등장과 함께 혼다 CR-V, 토요타 RAV4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성장한 티구안은 세계적인 SUV 열풍의 터줏대감 같은 존재. 2세대로 거듭난 티구안은 더욱 수려한 외모와 한층 진보한 첨단 안전·편의 장비를 앞세워 다시금 베스트셀링 SUV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푸조 3008 또한 이전의 크로스오버 형태를 벗어나 SUV 열풍에 합류했다. 작은 해치백이나 실용성 좋은 왜건, 활용도 높은 미니밴만 잘 만드는 줄 알았더니, SUV 개발에도 꽤 오랜 노력과 열정을 투자한 걸까? 푸조가 만든 SUV는 등장과 동시에 유럽 올해의 차 타이틀을 거머쥐며 그들의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했다. 참고로 유럽에서 SUV가 올해의 차 타이틀을 받기는 3008이 처음이다.

전통의 오프로더 명가에서 도시형 크로스오버로 태어난 막냇동생 컴패스 역시 최근 2세대로 진화하며 본연의 개성을 뚜렷이 했다. 전작이 어정쩡한 크로스오버 스타일이었다면, 신형 컴패스는 큰형인 그랜드 체로키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한결 우람한 정통 SUV 스타일로 거듭났다. 막내 자리도 레니게이드에 넘긴 참에 후련하게 변화를 꾀한 걸까? 우리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돌아온 티구안과 3008, 컴패스와 함께 온·오프로드를 달리며 이들이 진정한 SUV인지 자격을 심사했다.

가장 먼저 티구안의 키를 거머쥐었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베스트셀러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는지 내심 궁금했다. 티구안은 확실히 달라졌다. 길이와 휠베이스, 너비까지 훨씬 늘어나며 차체가 커졌지만, 날렵한 선으로 단정하게 다듬은 덕분에 세련미 넘치는 스타일로 거듭났다. LED를 촘촘히 심은 헤드램프와 맞붙인 프런트 그릴로 만든 인상은 이따금 볼 때마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비율이 훨씬 SUV답게 변했다. 다행히 스포티한 인상으로 다듬은 R 라인 모델이 아니라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차체 아랫단을 감싼 일반 모델이기에, 오늘 우리가 향하려는 진흙탕에서 한바탕 뛰어놀기에도 부담이 덜하다. 사실, 티구안 R 라인은 국내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오프로드에서 신나게 달려도 부담 없는 건 사실, 지프 컴패스다. 그랜드 체로키를 닮은 외모와 자랑스럽게 붙인 4×4 배지가 컴패스의 본성을 암시한다. 어딘가 부족했던 구형 컴패스의 외모는 잊어도 좋다. 연약한 소년에서 근육질 청년으로 성장한 듯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LED 헤드램프가 아니라 HID 제논 헤드램프가 들어간 건 아쉽다. A필러에서 시작해 테일게이트를 지나 다시 A필러까지 크롬을 두른 건 좀 과하기도 하다.

컴패스보다 크롬을 과하게 많이 쓴 건 푸조 3008이다. 프런트 그릴부터 안개등, 사이드미러와 옆구리, 지붕과 뒷범퍼까지 크롬 일색이다. 꼭 이렇게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가장 개성 넘치게 생긴 3008인데, 미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적인 치장인가? 어쨌든 3008은 척박한 오프로드보다 매끈한 아스팔트 위에서 더 멋져 보인다. 잘 달리게 생겼다는 뜻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시승차는 180마력짜리 2.0ℓ 엔진을 품은 3008 GT 모델로, 시원시원하게 달린다. 만약 내가 3008 GT를 사기로 했다면, 웃돈을 주더라도 GT 모델만의 특징인 쿠팡쉐 투톤 보디 컬러를 고를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호랑이가 주인공인 웹툰에 등장하는 새끼 호랑이처럼 귀여워 보이기 때문이다. 음, 푸조니까 새끼 사자라고 해야 하려나?

쓸데없는 생각을 날리고 티구안의 실내로 들어갔다. 티구안은 겉모습의 변화보다 실내의 변화에 따른 만족감이 더 크다. 낡은 티를 벗어 던지고 정갈하고 매끈하게 다듬은 디자인이 보기 좋다. 누가 타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쓰기 좋게 설계한 덕분에 오래 알고 타왔던 내 차처럼 편하다. 그런데 지문이 잘 묻는 도어 핸들이며 센터 모니터 패널은, 나처럼 기름기 많은 사람이 쓰기에는 별로다.

티구안은 커진 차체에 따라 실내 공간도 조금씩 넓어졌는데, 특히 29mm 늘어난 뒷좌석 레그룸은 차급을 넘어선 공간이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615ℓ, 앞뒤로 18cm씩 밀고 당길 수 있는 뒷좌석을 접으면 1665ℓ까지도 늘어난다. 더 넓은 공간을 원한다면 760~1920ℓ까지 늘어나는 트렁크 공간을 갖춘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권한다. 3008의 트렁크 용량은 기본 591ℓ로 티구안보다 조금 좁지만,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670ℓ에 달한다. 그럼 컴패스는? 기본 770ℓ, 최대 1693ℓ로 셋 중 가장 넓은 트렁크를 지녔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그냥 비슷해 보인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디스커버 미디어와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티구안의 장점. 특히, 깔끔한 그래픽과 쓰기 편하도록 정리한 디스커버 미디어 시스템이 훌륭하다. 한국 지형에 최적화한 지니 내비게이션과 연동하는 과정도 매끄럽다. 최신 SUV의 경우 거의 모든 기능을 터치스크린 안에 몰아넣는 경향이 있는데, 터치스크린이 먹통이라도 된다면 에어컨조차 켜거나 끌 수 없어 난감할 때가 있다. 다행히도 티구안은 공조 장치와 주행 모드, 스톱 & 스타트 버튼 정도는 밖에 남겨뒀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시도로 빚어낸 3008의 인테리어는 강한 끌림이 있다. 한층 진화한 푸조의 아이-콕핏은 봐도 봐도 질리는 법이 없다. 게다가 운전석에 앉았을 때 운전에 몰입하게끔 도와주는 건 셋 중 최고다. 운전자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해둔 분위기가 그렇다. 트랙에 들어가기 전 운전 자세를 가다듬듯 작달막한 스티어링 휠을 가슴 앞으로 끌어오면 그 너머의 디지털 계기반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수동 모드를 이용해 좀 더 자극적인 주행을 원한다면, 굳이 독특한 모양의 기어 레버를 건드릴 필요도 없이 패들 시프트를 이용하면 된다.

무엇보다 꼼꼼하게 바느질해 꿰맨 알칸타라 시트는 단연 독보적이다. 알칸타라 시트는 3008 GT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보기에도 고급스럽고 착좌감도 훌륭하다.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허벅지 받침대도 있어 오래 운전해도 편할 따름. 게다가 새끼 사자의 꾹꾹이 같은 마사지 기능도 곁들였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을 장식한 새틴 직물도 고급스럽다. 여기에 실내조명 강도와 계기반 그래픽, 마사지 시트의 강도와 실내 향기를 아울러 조절하는 아이-콕핏 앰플리파이 기능도 동급 모델에서 만나볼 수 없는 3008만의 특징.

컴패스의 인테리어는 다분히 ‘클래식’하다. 좋게 말해서 정겨운 옛 향취가 배어 있다는 얘기고, 내 속마음을 그대로 얘기하자면 낡고 유행에 뒤처진 티가 팍팍 난다. 화려한 장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사실 그런 건, 지프라는 브랜드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말이다.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군가는 너무 새롭지 않고 익숙해서 반길 것이고 누군가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비난할 것이다. 무려 10년 만에 진행한 세대교체인데, 좀 더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해도 좋지 않았을까?

컴패스의 주행 질감도 우리가 익히 알던 정통 SUV의 모습 그대로다. 승차감은 나긋나긋 푸근하고 서스펜션은 요철을 만날 때마다 쭉쭉 늘어났다가 여유롭게 수축한다. 아마 과거의 향수가 가장 짙게 배어 있는 부분은 엔진일 것이다. 2.4ℓ 타이거샤크 멀티에어2 엔진은 반응이 느긋해서 쉼 없이 몰아붙이는 일이 어울리지 않는다. 추월을 위해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아도 rpm이 오르는 것과 속도가 오르는 게 비례하지 않는데, 이는 함께 맞물린 ZF 9단 자동변속기 탓이 크다. 변속이 굼뜨고 힘은 부족하다. 다그치며 달리기엔 파워트레인이 조화롭지 않은 탓에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달릴 때 제격이다. 디젤 심장을 품은 다른 둘과 달리 겔겔거리는 엔진음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게 나름의 장점이랄까?

새로운 티구안에 아쉬운 게 있다면 딱 하나, 파워트레인이 별로라는 것이다. 최고 150마력, 34.7kg·m에 불과한 성능을 보이는 2.0ℓ 디젤 엔진보다도, 7단 DSG의 변속감이 전혀 매끄럽지 않아서 불만이다. 클러치를 2개 쓰는 방식이라 직결감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주행 감각은 그렇지 않다. 클러치가 붙었다 떨어질 때의 이질감이 심하다. 고속으로 달릴 때는 아니지만, 막히는 시내에서 낮은 속도를 오갈 때마다 출렁이는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보다는 성숙한 승차감이 장점이다. 하체 세팅을 잘 해놓은 덕분에 부드럽고 매끈하게 달리는 감각과 균형감이 좋다. 스포츠 모드로 달리면 스티어링이 한결 묵직해지며 핸들링 성능을 다듬는다. 사실 그래봤자 기분만 내는 정도에 그치지만, 스티어링 휠이 가벼운 컴패스를 타다가 티구안을 타보면 그 기분이 새삼스럽다.

셋 중에서 가장 시원시원하게 달리는 건 3008이다. GT라는 꼬리표를 붙인 걸 자랑하듯 언제나 탄탄한 달리기 실력을 뽐낸다. SUV 형태라는 걸 잊게 만드는 예리한 핸들링 성능을 자랑하며, 시종일관 강력한 힘을 뿜어내며 달려도 기세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180마력의 3008 GT는 175마력의 컴패스와 출력 차이는 크지 않지만, 23.4kg·m의 최대토크를 지닌 컴패스를 압도하는 40.8kg·m의 힘으로 셋 중 가장 시원스레 질주한다. 6단 자동변속기는 빠릿빠릿하게 명령을 따르고 힘 좋은 디젤 엔진이 불을 뿜는다. 어찌 보면 가장 SUV답지 않은 차는 3008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잘 달리는 차를 두고 누가 SUV 같다고 하겠나?

그럼 땅이 푹푹 꺼지고 속을 알 수 없는 진흙탕투성이의 오프로드에서는 어떨까? 사실 가장 걱정한 것은 탄탄한 주행 성능을 위해 낮아진 지상고 탓에 불쑥 튀어나온 돌멩이에 바닥이 긁힐지 않을까 싶었다. 바닥을 긁을까, 진창에 바퀴가 빠져 허우적대지 않을까 싶어 조심조심 다녔는데, 3008의 서스펜션이 흙길 위에서도 제법 준수한 성능을 뽐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티구안에는 4륜구동 시스템인 4모션이 들어 있지 않았지만, 우리는 부족한 장비 대신 운전자의 능력을 믿어보기로 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바닥을 노려보며 좌우 앞바퀴에 걸린 힘과 접지력을 알아차리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앞바퀴 중 한 쪽이 조금이라도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차체는 균형을 잃기 일쑤였고, 괜히 자존심을 세우다가는 차체 어디가 긁힐지 몰랐다. 심지어 티구안의 최저지상고는 189mm로 3008의 219mm보다도 낮았다. 안 그래도 미친 듯한 더위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내가 왜 이런 짜리몽땅 SUV들을 타고 여길 들어와서 바닥이 긁힐까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4모션 티구안이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그건 다음 기회에 살펴봐야겠다.

우리의 눈길은 컴패스로 향했다. 그래도 명실상부한 전통 오프로더 가문의 자제 아니던가. 게다가 다른 둘이 갖지 못한 4륜구동 장비도 착실히 챙기고 있으니, 이 정도 언덕쯤 우습게 오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생겼다. 기대는 곧 믿음으로 바뀌었다. 컴패스가 너무나도 쉽게 언덕을 오르는 모습을 본 뒤였다. 컴패스는 확실한 오프로더 DNA가 흐르고 있었다. 온로드에서 너무 부드럽다고 생각한 승차감이 오프로드에서는 훨씬 안정적이고 편안했다. 온로드에서 앞바퀴로만 달리며 연료를 아끼던 지프 액티브 드라이브 4륜구동 시스템은, 오프로드에서 네 바퀴 어느 쪽으로든 힘을 몰아줘 험난한 흙길 위에서도 거침이 없다. 이런 게 우리가 알고 있던 진짜 SUV의 모습 아닌가?

멋진 모습으로 돌아온 3대의 SUV를 번갈아 타보니 하나는 확실해졌다. 주요 서식지가 도심인 요즘의 콤팩트 SUV들은 웬만해선 오프로드를 안 가는 게 낫다는 것. 메마른 흙길 정도야 괜찮지만, 비탈진 언덕이나 바퀴가 푹푹 빠지는 진창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하지만 온로드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이고 편하며 빠르게 달린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아스팔트 위에서의 달리기 실력은 3008이 제일 훌륭했고, 오프로드에서는 컴패스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티구안은 적당한 주행 성능과 훌륭한 패키지로 무장했다. 그럼 이들이 진정한 SUV인가? 과연 요즘 시대에 걸맞은 SUV는 과연 누구인가? 그 답은 당신이 어떤 SUV를 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글 이세환 사진 최대일, 김범석

 

이세환

사람과 자동차, 당신의 이야기와 우리의 자동차를 함께 나누고픈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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