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칼럼] 핸들링을 지배하는 필수 요소

서스펜션은 자동차의 승차감, 접지력, 핸들링을 지배하는 필수 요소다. 자동차에 서스펜션이 없다면, 운전이 취미의 한 종류가 될 수 없다. 이는 아무 여과 없이 전달되는 노면의 충격을 이 악물고 참아야 하는 고달픈 노동이 되는 것이다. 서스펜션이 부정확하게 설정된 자동차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거나, 타이어를 비정상적으로 마모시키며, 안정감이 떨어진다. 서스펜션 설정은 더 과감한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자동차일수록 그 중요성이 커진다. 자동차의 고유한 치수와 관성, 장착된 타이어, 서스펜션 지오메트리(Geometry), 주어진 컨디션 하에서 최적점을 찾았을 때 전체적인 하중 배분 변화가 가장 적다.

타이어 접지력이 최대가 될 수 있는 서스펜션 설정값을 통상 서스펜션의 ‘최적점(Sweet Spot)’이라 부른다. 이 최적점을 찾는 과정을 우리는 ‘자동차를 튜닝한다’고 말한다. 서스펜션 튜닝은 기존 부품을 완전히 다른 부품으로 바꾸는 것일 수도, 이미 있는 부품의 설정값을 바꾸는 것일 수도 있다. 서스펜션 튜닝은 엔지니어링 이론, 경험, 시행착오에 의존해야 하는 반복 과정이다. 로드카에서 서스펜션 튜닝은 개인의 취향에 따른 맞춤 양복의 문제지만, 레이스카에서 튜닝은 성공 혹은 실패, 둘 중 하나로 직결되는 치명적인 문제다. 거듭 강조하지만, 서스펜션 튜닝의 최종 목적지는 타이어를 향한다. 서스펜션 튜닝이 잘 되면, 타이어와 노면과의 접촉을 시종일관 일정하게 유지하고 접지력을 최대로 올려준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서스펜션 튜닝은 접지력이 우수한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타이어는 드물게 업그레이드 없이도 손쉽게 튜닝할 수 있는 부품이기도 하다.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면 타이어는 열을 받는다. 타이어 컴파운드는 열을 받을수록 조직이 부드럽고 연해진다. 조직이 연해지면 노면의 미세한 요철과의 밀착이 좋아져 접지력이 향상된다. 하지만, 더 뜨거운 타이어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타이어 컴파운드의 온도가 올라가면 타이어 내부 공기가 팽창하고 그 결과 타이어 압력이 올라간다. 과도한 압력은 타이어를 풍선처럼 부풀게 하는데, 이는 타이어의 도로 접촉면을 줄어들게 만든다. 타이어의 기본 압력은 컴파운드가 최적 온도로 달궈졌을 때, 접촉면이 최대가 되는 시작점에 맞춰져야 한다. 타이어 성능이 최대가 되는 최적 온도를 알고 있다면 타이어가 과열되지 않도록 드라이빙 스타일을 조절하는 것은 드라이버의 몫이다. 레이스카 타이어의 압력은 가능한 한 낮을수록 좋다. 접촉면을 키우는 데 유리하고 온도 상승 시 발생할 풍선 효과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압력이 과도하게 낮으면 마모가 커지고 급격한 스트레스 노출 시 파열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실제 레이스카 경기에서는 안전을 위해 타이어를 지정된 최소 압력 이상으로 충전하도록 강제한다.

일반적인 로드카 타이어의 컴파운드는 60~70℃, 스포츠 컴파운드는 70~95℃, 레이스 컴파운드는 75~105℃에서 최대 성능을 보인다. 따라서 출발 직후부터 타이어의 최대 성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레이스카는 랩타입을 기록하는 플라잉 랩 시작 전 한두 바퀴를 오로지 타이어 웜업만을 위해 달린다. 기록 타이밍 직전 타이어 온도를 최적 온도까지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서스펜션 지오메트리가 타이어 웜업을 잘해준다면 시간 낭비를 줄여 성능 향상에 유리하다. 타이어 압력은 서스펜션 반응 속도도 변화시킨다. 압력이 증가하면 휠의 상하 방향 스프링 탄성이 증가해 도로의 굴곡이나 표면 상태에 대한 반응이 민감해진다. 반대로, 압력을 낮추면 휠의 반응은 둔감해진다. 타이어 압력 조절만으로 서스펜션 스프링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튜닝 측면에서 볼 때 서스펜션 스프링 반응은 스프링과 지오메트리의 몫으로 두는 것이 좋다. 튜닝 변수의 증가는 문제 발생 시 대응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다음 편에서는 서스펜션 지오메트리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김남호

김남호 박사는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메커니컬 엔지니어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르노에서 F1과 첫 인연을 맺었고, 현재 르노 스포트 F1 팀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김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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