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어코드 세트 메뉴에 빠진 어느날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던가? 혼다코리아가 신형 어코드를 출시한 뒤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어코드는 사실상 혼다코리아의 판매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모델. 그렇기에 혼다코리아가 신형 어코드에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지난 5월 국내에 10세대 어코드를 출시한 뒤로, 2번의 시승회를 가졌고 이번 행사까지 합하면 총 3번의 시승 행사를 진행하는 셈이다.

한 차종으로 이렇게 여러 번에 걸쳐 소개하고 싶었던 게 도대체 뭐길래 이 정도로 준비한 걸까? 이번 행사는 일본 엔지니어의 입을 통해 신형 어코드에 적용한 신기술을 전해 듣고, 이를 몸소 실감할 수 있도록 어코드 터보(1.5ℓ 터보+CVT)와 어코드 터보 스포츠(2.0ℓ 터보+10단 자동변속기), 어코드 하이브리드(2.0ℓ+전기모터+e-CVT)를 번갈아 타보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각기 다른 특색을 자랑하는 모델을 한자리에서 타보기 쉽지 않은 탓에, 행사장인 곤지암 리조트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혼다코리아와 일본에서 건너온 2명의 엔지니어(완성차 성능 테스트&엔진 설계 담당)의 얘기를 들어보면, 10세대 어코드는 역동성과 안전성, 효율성 면에서 크게 진일보한 차였다. 우선 역동성. 가솔린 모델에 들어간 1.5ℓ 및 2.0ℓ 터보 엔진이 찰지고 맛깔스럽게 돌아간다. 각각 최고출력 194마력과 256마력, 최대토크 26.5kg·m 및 37.7kg·m를 발휘하는데, 중형 세단을 몰기엔 이미 충분한 수치다. 먼저 탄 1.5ℓ 터보 모델은 인위적인 변속감을 연출하는 CVT를 맞물렸지만, 생동감이 진하게 배어 있는 주행 질감이 생각보다 훌륭했다. 무게중심을 낮추고 잘 조율한 승차감은 요즘 타본 중형 세단 중 수위를 다툴 만했다.

나중에 탄 2.0ℓ 터보 모델에는 최강의 전륜구동 핫 해치 중 하나인 시빅 타입 R의 엔진을 디튠한 엔진을 올렸지만, 전반적인 만족도는 1.5ℓ 모델보다 부족했다. 10단 자동변속기의 필요성도 와 닿지 않았고, 1.5ℓ 모델엔 없는 액티브 컨트롤 댐퍼도 굳이 필요할까 싶었다. 1.5ℓ 모델보다 큰 터빈 탓에 이따금 답답하게 반응할 때도 있었다. 주행 성능의 차이보다는 1.5ℓ 모델에 없는 안전 장비인 혼다 센싱을 모두 넣었다는 게 소비자를 유혹할 만한 요소. 둘의 가격 차이는 약 600만 원인데, 나라면 무조건 3590만 원짜리 1.5ℓ 모델을 고를 것이다. 실제 판매량을 따져도 신형 어코드 판매량의 70%가 1.5ℓ 모델이라고 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열효율 40%를 달성한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를 조합해 최상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모델. 혼다는 자신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스포츠’를 붙여가며 수준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들어간 3세대 i-MMD 하이브리드 기술은, 전기모터 개수에 따라 구분 짓는 혼다 스포츠 하이브리드 종류 중 가운데에 해당한다. 특징은 희귀 자원 중 하나인 희토류를 쓰지 않은 전기모터, 그리고 상황에 따라 엔진과 전기모터의 기계적인 연결을 완전히 차단해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 이로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를 줄이고 실제 주행 때 연비를 높이겠다는 얘기다.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EX-L과 투어링으로 나눈 트림에 따라 혼다 센싱 안전 장비와 액티브 컨트롤 댐퍼 같은 주행 장비를 달리하며 300만 원의 가격 차를 뒀다. 그렇다고 해서 18.9km/ℓ에 달하는 높은 연비가 달라지진 않는다.

번갈아 타본 신형 어코드의 상품성은 뛰어나다. 특히 주행 성능 부분은 동급에서 손에 꼽힐 정도. 당분간 선보일 신차가 없는 혼다코리아는, 10세대로 진화한 어코드를 앞세워 왕년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생각이다. 꾸준한 마케팅과 홍보 효과로 판매량만 늘어난다고 해서 다는 아니다. 질 좋은 서비스도 뒤따라야 브랜드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어쨌든 혼다코리아는 지금의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이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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