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커뮤터를 찾아라! BEST 1, 혼다 슈퍼 커브

매일같이 벌어지는 출퇴근 전쟁. 도로 위는 자동차로 북새통을 이루고 전철역과 버스 정거장도 발 디딜 틈 없이 복작거린다. 과연 복잡한 도심에서 가장 효율적인 출퇴근 수단은 뭘까? 누군가는 작고 편한 자동차를 뽑을 테고 빠른 걸 원한다면 두 바퀴로 달리는 스쿠터를 권할 것이다. 별종 같은 전기차도 빼놓을 수 없다

두 바퀴, 언제나 간편하고 빠른 이상적인 탈 것

좁은 땅덩어리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우리들의 삶은 매우 시끄럽고 치열하다. 집 밖을 나서면 엄청난 교통 체증에 시달려야 하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신경질적인 경적에 출근길부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커뮤터는 다름 아닌 두 바퀴다. 아담한 109cc 단기통 엔진에 4단 기어를 맞물린 간단한 구조의 탈 것. 가벼워서 다루기도 부담 없고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면 며칠이고 밥투정 없이 달리는 혼다의 슈퍼 커브다.

슈퍼 커브는 혼다의 상징적인 존재다. 혼다 창업주 소이치로의 ‘사람을 가장 편안하게 만드는 모터사이클을 제작하겠다’는 신념으로 완성되어, 무려 6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모터사이클이 되었다. 누구는 배달용 오토바이라고 우습게 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전 세계인의 발이 되어준 혼다의 아이콘이다.

클래식한 헤드램프와 상큼한 요구르트 컬러의 오토바이에 올라탄다는 건, 전 세계인의 사랑스러운 탈 것이자 오랜 역사와 함께 달린다는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사람의 도움 없이는 쉽게 쓰러지는 두 바퀴의 오토바이지만 가벼워서 부담이 없다. 자전거처럼 단순한 구조에 엔진을 낮게 탑재한 언더본(Underbone) 프레임이기에 그럴 만했다. 당신이 초보 라이더라도 전혀 겁낼 필요 없다. 낮은 시트에 올라타면 두 바퀴의 공포는 말끔히 사라진다.

단기통 엔진은 귀여운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돌아간다. 비록 9.1마력밖에 안 되지만 라이더 한 명쯤은 거뜬하게 싣고 달린다. 슈퍼 커브는 왼발로 레버를 툭툭 눌러가며 변속해야 한다. 오토매틱 시대에 향수를 자극하는 가속 과정은 불편함보다 라이딩의 즐거움이 돋보인다. 슈퍼 커브는 클러치 레버도 없다. 그저 발목을 움직여 레버를 누르는 것만으로 상큼한 변속이 이뤄진다.

채찍질하듯 엔진 회전수를 바짝 끌어 올리면 엔진은 부르르 떨면서도 부지런하게 출력을 뽑아낸다. 변속할 때마다 휘청거리며 서스펜션은 다소 튀기도 했다. 평소에 타고 다니는 베스파 스쿠터에 비하면 뭔가 부산스럽고 헐렁하기도 하다. 그래도 달리는 맛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속도는 느려도 언제나 쾌활한 가속 과정, 상쾌한 가을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맛은 라이더의 특권이다.

수많은 차와 공유하는 출근길에서 슈퍼 커브는 더욱 반짝인다. 차가 거북이걸음을 이어갈 때 슈퍼 커브는 차 사이를 비집고 달린다. 가벼운 핸들을 이리저리 꺾으며 날렵하게 움직이는 슈퍼 커브는, 출근길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기지를 발휘한다. 날씬한 몸매는 좁은 공간을 파고들기 딱 좋고, 언제나 다루기 쉽기 때문에 피로하지도 않다.

남들이 1시간 넘도록 교통 체증에 시달릴 동안 슈퍼 커브는 3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모닝커피를 곁들여 여유를 즐기거나, 이불 안에서 게으름을 피우기도 딱 좋은 시간이랄까? 우월한 스쿠터의 기동성을 맛본 사람들은 이런 매력에서 결코 헤어나올 수 없다.

게다가 슈퍼 커브는 엄청난 소식가다. 오죽하면 기름 냄새만 맡고 다닌다고 할까. 고유가 시대에 단돈 5000원이면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울 수 있으며, 2시간 동안 발발거리며 쏘다녀도 유량계 바늘은 꿈쩍도 안 한다.

물론, 슈퍼 커브도 불편할 때가 있다. 변덕스럽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쫄딱 맞거나, 추운 겨울날에는 겹겹이 옷을 껴입어도 동태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도 빠르고 낭만적인 라이딩을 할 때면 불편함 대신 만족감으로 미소 짓게 한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 나는 줄기차게 슈퍼 커브와 즐기련다.

김장원 사진 최대일, 김범석

이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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