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커뮤터를 찾아라! BEST 3, 르노 트위지

매일같이 벌어지는 출퇴근 전쟁. 도로 위는 자동차로 북새통을 이루고 전철역과 버스 정거장도 발 디딜 틈 없이 복작거린다. 과연 복잡한 도심에서 가장 효율적인 출퇴근 수단은 뭘까? 누군가는 작고 편한 자동차를 뽑을 테고 빠른 걸 원한다면 두 바퀴로 달리는 스쿠터를 권할 것이다. 별종 같은 전기차도 빼놓을 수 없다

낯설지만 귀여워서 괜찮아!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인 20대 시절, 막연히 생각하던 꿈은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에 직장을 두고 여유롭게 다니는 일이었다. 원래 집이 인천이기에 서울을 오갈 때마다 숨이 텁텁 막히는 1호선 전철을 타고 다니는 것도 지겨웠고, 한번 놓치면 20~40분은 기다려야 하는 광역버스를 타는 것도 오래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어서 이동하는 시간이 반으로 줄었다. 다양한 노선의 버스와 전철 덕분에 출퇴근 방법도 상황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출퇴근하는데 1시간 안쪽까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시간을 더 줄일 수 없을까 고민 중이다. 간사한 인간이라고 손가락질해도 변명할 생각은 없다. 문명은 인류의 편안함을 위해 발달했고 나 같은 이들이 대다수니까.

그런 우리 앞에 서 있는 경차와 모터사이클, 초소형 전기차. 세 종류의 출퇴근 수단 중, 선배들은 익숙하고 편한 걸 선택했다. 장유유서 정신은 이럴 때 발휘해야 한다. 자연스레 내 앞에 서 있는 전기차 트위지. 1~2인승에 불과한 사이즈 덕분에 길이 좁고 복잡한 유럽 도심에서는 꽤 사랑받는 존재다. 작년에 르노삼성이 정식으로 출시한 뒤로 우리 동네의 유명한 족발·보쌈집 배달용으로 다니는 걸 몇 번 보긴 했는데, 실제로 타보는 건 처음이다.

기본 형태는 창문 없이 뚫려 있는 구조지만, 시승차에는 애프터마켓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비닐 창문까지 달려 있다. 윈도 버튼? 그런 건 없다. 양방향 지퍼를 밀어서 여닫을 수 있는 형태다. 아름다운 슈퍼카로 유명한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처럼 위로 활짝 열리는 시저 도어를 달고 있는 트위지.

아벤타도르처럼 달린다는 소리는 아니다. 시저 도어를 열려면 비닐을 벗기고 프레임을 살짝 당겨 열어야 한다. 심지어 문을 잠글 수도 없다. 최첨단 기술을 잔뜩 품은 전기차가 아니라,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선택한 구시대적인 방법이다. 값싼 전기차를 이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사실 불편한 걸 따지자면 한두 개가 아니다. 촬영 당일,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를 막으려면 비닐 창문을 닫아야 했는데, 그러자니 비좁은 실내에 에어컨이 없어서 쪄 죽을지도 몰랐다. 당연히 히터도 없다. 바람 살랑거리는 봄가을이 아니라면, 더위와 추위를 크게 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계절 내내 타는 건 어렵겠다.

하지만 막상 트위지를 타고 달려보면 꽤 재미있는 기분이 든다. 차가 워낙 작고 가벼운 데다 차체 바닥에 깔린 리튬 이온 배터리 덕분에 무게중심이 낮아서, 코너를 제법 빠르게 돌아나가는 맛도 있다. 최고속도는 무려 80km/h. 물론, 이 정도 속도로 계속 달리다 보면 최대 55km의 주행 가능 거리는 눈에 띄는 속도로 줄어들기에,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달리는 정도가 적당하다.

스쿠터처럼 차 사이를 오갈 수 있을 만한 크기는 아니라서 일반 자동차처럼 다녀야 하고 주요 간선도로나 고속화 도로에 오를 수 없지만, 가까운 거리로 마실가기에는 충분하다. 나 같은 경우엔 편도 15km의 출근길이라 트위지로 출퇴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공조 장치가 없어서 마음을 접었다.

좁은 골목길 안의 장애물과 마주 오는 차를 요리조리 피하며 달릴 때 비로소 트위지의 장점이 빛난다. 특히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는 동네에서 좁은 공간을 찾아 쏙 밀어 넣기 편하다. 지나는 사람마다 귀엽게 생긴 차가 앞뒤 차 사이의 빈틈을 찾아 주차하는 모습을 보며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걸 보니, 갈수록 큰 차가 많아지는 도로 위에 이토록 작은 차가 좀 더 많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행 가능 거리가 좀 더 늘어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220V 콘센트로 충전하면 2시간 3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어서 주행 거리의 압박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다. 만약 평소 트위지로 다닐 수 있을 만한 이동 범위 안에 쉽게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면, 시내용 이동 수단으로 제법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세환 사진 최대일, 김범석

이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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