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5의 블루 러시

급기야 4륜구동으로 돌아온 BMW M5. 그러나 전혀 실망할 필요 없다. BMW M 디비전은 반짝이는 4륜구동 시스템과 화끈한 후륜구동으로 당신을 유혹한다.

0→100km/h까지 도달하는 데 단 3.4초. 이 기록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의 기록이 아니다. 다름 아닌 신형 BMW M5의기록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신형 BMW M5는 역대 M5 중에 가장 빠르다. 최고출력은 600마력을 넘어섰고, 0→100km/h 가속 시간은 이전 모델(F10)보다 무려 1초가 줄었다. 비결은 바로 BMW M 디비전의 4륜구동 시스템이다. M5가 4륜구동이라니? M카의 전통을 포기한 걸까?

BMW ‘x드라이브’는 SAV나 SAC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구동 방식이었으나 M카와는 거리가 멀었다. M 배지를 붙인 X 시리즈가 꽤 쓸만한 4륜구동으로 예리한 핸들링을 선사했지만, 사실 진정한 M카라고 할 수 있는 1M 쿠페, M2, M3, M4, M5, M6는 철저하게 후륜구동을 고집하며 짜릿함을 안겨주었다. 수많은 속도광과 BMW 팬들도 고집 센 M카에 열광했다. 앞뒤 50:50의 무게 배분과 불을 뿜는 고성능 엔진 그리고 후륜구동은 M카의 상징이자 고유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BMW M 디비전의 수장 프랭크 반 밀(Frank Van Meel)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가 말하는 M카는 정확성, 날렵함 그리고 뛰어난 성능으로 언제나 짜릿함을 선사하는 고성능 자동차다. 때로는 날카로운 자연흡기 엔진을 쓰거나 강력한 터보 엔진을 쓰기도 하고, 날랜 후륜구동을 쓰기도 하지만 더욱 효율적인 4륜구동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심지어 EV 버전의 M카를 볼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한마디로 BMW M은, 짜릿한 고성능 모델을 만들기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동안 실키식스 엔진 대신 V8, 수동기어 대신 SMG, 자연흡기 엔진을 터보 엔진으로 바꿨으며, 과감한 변화는 성공적인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결국 BMW M5가 4륜구동을 채택한 이유도 여러 M카의 변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더 빠르고 짜릿한 슈퍼 세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여러 고성능 모델이 겉치레에 집중하고 있을 때, 신형 M5는 매우 정직하고 간결한 스타일을 고집했다. 얼핏 봐서는 일반적인 5시리즈와 큰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성능에 비하면 다분히 소박한 차림에 M 배지를 단 모습이다. 물론 더 큰 흡기구와 상징적인 쿼드 파이프가 달려있고, 과감한 휠 아치 안에는 M5 전용 20″ 휠이 반짝거린다. 그러나 점점 더 과감해지는 라이벌에 비하면 매우 클래식한 스타일을 유지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블랙 키드니 그릴과 거대한 황금색 캘리퍼, M 전용 사이드미러와 펜더에 전통적인 아웃렛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요소가 차체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어느 하나 튀는 것 없이 은밀하게 고성능을 암시한다. 너무 정갈한 차림새 때문에 실망이라고? 그건 별로 걱정할 것 없다. 빨갛게 달아오른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 차가 비범한 세단임을 암시하는 우렁찬 배기 사운드가 울려 퍼진다.

슈퍼카와 슈퍼 세단의 결정적인 차이는 범용성이다. 슈퍼카는 마치 레이스카처럼 화려한 자태를 뽐내지만, 여러모로 불편한 데다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슈퍼 세단은 고급스러운 품격과 안락함을 보장한다.
새로운 M5가 딱 그랬다. 매우 세련된 형태로 고급스러움과 편리함을 제공하며, 슈퍼카의 꽁무니를 덥석 무는 화끈한 한방을 보여준다. 한때 M5는 F1 기술이 집약된 V10 엔진을 올렸지만 현재는 4.4ℓ V8 터보 엔진으로 크기를 줄였다. 그러나 파워는 무시무시할 정도다. 최고출력은 608마력에 달하고 76.5kg·m의 강력한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4륜구동 말고도 눈에 띄는 변화가 또 있다. 이전 M5는 매우 예민한 7단 DCT를 채택했는데, 신형 M5는 DCT를 버리고 토크 컨버터 방식의 8단 자동변속기를 올렸다. 새로운 M 스텝트로닉 변속기는 탁월한 유연성을 자랑한다. 일반적인 주행에선 하염없이 부드럽게 변속하다가도 레이스 트랙에 들어서면 DCT 뺨치는 반응을 맛볼 수 있다.

한편, M5 콕핏은 비즈니스 세단의 범주를 살짝 벗어나 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교함과 지능적인 설계로 일관했던 5시리즈 인테리어 속에서 우락부락한 시트가 일탈을 부추긴다. M 스포츠 시트는 단번에 우리를 사로잡는다. 비루한 몸매에 맞추기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 움직였으며, 볼스터를 잔뜩 부풀려 옆구리를 꽉 죄기도 했다.

빨간 시동 버튼에 M5는 포효한다. 만약 엔진이 차갑거나 지하 주차장에서 엔진을 켰다면 너무 시끄러워서 원성을 살 수도 있다. 그럴 땐 배기 사운드 버튼을 눌러 잠시 M5를 진정시키자. 어차피 도로에 나가면 호쾌한 배기 사운드를 원 없이 감상할 수 있을 테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3.4초다. 아이스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고 다시 컵홀더에 꽂아 넣기도 전에 M5는 100km/h를 돌파한다. 웬만한 소형차가 100km/h를 힘겹게 넘어설 때면, M5는 이미 200km/h를 넘길 것이다. 실로 호쾌한 가속력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 공포에 가깝다. 가속 과정에서 일말의 타이어 비명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으며, 손실이 없다는 건 엔진 출력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증거다.

이전 M5(F10) 엔진과 바탕은 같다. S63B44T4 엔진은 반응성을 끌어내기 위해 신형 트윈터보를 달았고, 터빈에 공기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매니폴드를 다듬었다. 연료 분사 압력을 350바로 높여 분사 시간을 줄였으며 출력은 더 높였다. 효율적인 냉각을 위한 튜닝도 더해졌다. 기어박스 오일 쿨러와 특별히 제작된 냉각수 팽창 탱크를 장착해 M5를 끌고 트랙에서 온종일 괴롭혀도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에는 자꾸만 눌러 달라고 애원하는 빨간색 버튼이 두 개나 있다. M5는 엔진 반응, 서스펜션 세팅, 스티어링 감도, 변속기 반응을 각각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운전자 취향대로 M1과 M2 버튼에 저장할 수 있다. 다시 말해 M5가 제안하는 81가지 맛 중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2가지 맛을 바로 맛볼 수 있는 기능이다. 나는 M1을 감질나도록 저장했고, M2는 가장 정열적인 세팅으로 통일했다. 목적지까지 빨리 도착하고 싶거나, 눈앞에 뻥 뚫린 직선주로를 만날 때, 혹은 스포츠카가 심기를 건드릴 때조차 M1이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M2는? 얄미운 친구를 골려줄 때 제격이다. 그는 몸을 옥죄는 버킷 시트 위에서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M1과 M2를 오갈 때 M5는 마치 운동선수의 근육처럼 팽팽하게 부풀었다 부드럽게 이완됐다. V8 엔진은 열화와 같이 반응하고 스티어링은 초고속 질주에서 정확하게 응답했으며, 댐퍼가 차체를 감쪽같이 다스리는 마법을 부린다. 비정상적인 가속력을 경험하면서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강인한 CLAR 플랫폼과 지능적인 서스펜션의 공이 크다.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고장력 강철을 섞어 F10보다 더욱 가볍고 튼튼한 차체가 M5의 바탕이다. 여기에 M 디비전은 극한의 상황에서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앞, 뒤 액슬에 보강재를 더하고 루프를 카본 파이버로 제작했다. 더욱 단단해진 차체는 M 서스펜션이 제대로 활약할 기회를 마련한다. 스포츠 플러스에서 댐퍼는 돌덩이처럼 굳어버린다. 당신이 상상하는 세단의 승차감보다 차라리 순수 스포츠카 승차감에 가깝다. 나는 M5를 몰고서 커다란 요철을 빠르게 지나쳤는데 어금니를 부딪치고 말았다. 만약 혀라도 씹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승차감이다. 하지만 잃은 것만큼 얻은 것도 있다. 가장 단단해진 댐퍼는 고속 질주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파고들 때, 요란한 노면을 만나거나 가파른 도로로 곤두박질칠 때조차 완벽한 자세로 착지해 언제든 달려들 준비를 마친다.

M5의 4륜구동은 파격적인 변화이자 우리가 이번 시승에서 주목한 부분이었다. M x드라이브는 총 세 가지 옵션을 제공한다. 기본적인 4WD는 안정적인 주행을 유도하며 토크를 뒷바퀴로 보내다가 미끄러운 노면을 감지하면 앞으로 힘을 보낸다. 두 번째는 4WD 스포츠 모드로 앞바퀴는 거들 뿐, 뒷바퀴에서 거침없는 토크가 일어 본격적인 M 스타일의 핸들링을 맛볼 수 있다. 마지막은 M의 골수팬들을 위해 마련한 2WD 모드다. 이 옵션을 선택하려면 DSC를 길게 눌러 자세 제어 장치를 해제해야 하므로 순수한 슈퍼 세단의 허세를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

레이스 트랙에서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깔끔하게 시케인을 통과했던 M5는 4WD 스포츠 모드에서 조금씩 오버스티어를 허용한다. 언더스티어부터 오버스티어까지 전환이 매우 점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며, 4륜구동의 도움으로 별다른 스티어링 보정 없이 쉽고 빠르게 자세를 가다듬는다. 나는 미리 저장해둔 M2 버튼으로 사나운 M5를 불러들였다. 엔진, 스티어링, 서스펜션, 트랜스미션이 최대로 조여진 상태이며, 608마력을 온전히 뒷바퀴에 쏟아부을 수 있는 M5가 코너를 파고들었다. 머리가 에이펙스를 스치자 횡가속력이 최대에 이른다. 스티어링 휠은 살짝 감겨있었고, 몸은 툭 튀어나온 볼스터에 간신히 걸쳐있었다.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는 순간, 마침내 M5는 여지없이 꼬리를 미끄러트렸다. 기어는 3단에 걸려있었고 활기 넘치는 V8 터보 엔진 덕분에 언제든 파워 슬라이드가 일어났다. 때때로 노면 위를 미끄러지는 공포의 순간이 다가왔지만, M5의 차체는 시선을 던지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만약 타이어 연기가 모자라거나 드리프트 순간을 유지해 시선을 더 모으고 싶다면 가속 페달만 지그시 눌러주면 된다. 파워는 언제나 넘쳐나므로 M5의 혼이 담긴 예술 연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BMW M5의 여섯 번째 진화. 세대교체가 일어날 때마다 상징적인 성능을 제시하며 우리 같은 드라이빙 마니아를 흥분시켰다. 새로운 M5도 마찬가지다. 슈퍼카를 제압할 수 있는 파워와 가속력으로 놀라운 성능을 뽐내며, 동시에 고급 세단이 제안하는 고급스러움에 흠뻑 빠져든다. 우리가 가장 의구심을 품었던 4륜구동 방식은 걸림돌이 아니라 신의 한 수로 결론 내렸다. M5는 기본적으로 후륜구동에 가깝다. 단, 필요할 때만 앞바퀴에 동력을 더해주는 식이다. M x드라이브는 결코 운전을 방해한다거나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게다가 누구나 쉽고 빠르게 슈퍼 세단을 즐길 수 있다. 만약 당신이 M의 골수팬이자 오버스티어의 장인이라도 큰 문제 없다. 사랑스러운 2WD 모드를 빨간색 M2 버튼에 저장해 놓고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만끽하길 바란다. 아마도 당신은 틈만 나면 빨간 버튼을 누를 것이다.

BMW M5
Price 1억4690만 원
Engine 4395cc V8 가솔린 터보, 608마력@6000rpm, 76.5kg·m@1800~56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3.4초, 250km/h, 8.1km/ℓ, CO₂ 218g/km
Weight 1940kg

글 김장원 | 사진 최대일, 김범석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