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던의 우아한 질주

이름부터 너무나 낭만적인 던(Dawn). 작명 의도가 궁금해서 동트는 순간에 던을 몰아보고 싶었지만, 차마 새벽부터 사진 기자를 깨울 순 없었다. 던에 올라타면서 환상적인 인테리어를 보고선 감상에 빠졌다. 파워 리저브와 오직 속도계밖에 없는 아날로그 계기판이 이토록 매력적인 이유는 뭘까? 아마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시계를 꼼꼼히 살펴 보게 되는 심리와 비슷할 것이다. 손에 닿는 촉감과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 속임수는 없다. 진짜 나무와 진짜 스테인리스 스틸로 치장한 인테리어는 하염없이 바라보게 만든다.

달리면서 커다란 루프를 열었다. 루프를 여는 과정은 어떠한 거창함도 없다. 롤스로이스의 정교한 설계로 완성된 컨버터블 매커니즘을, 그들은 ‘사일런트 발레(Silent Ballet)’라고 표현했다. 소프트톱이 활짝 열리면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콕핏에 머문다. 모든 공조 시스템은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풍량을 조절한다. 그리고 마침내 던의 순항이 우아하게 이어진다.

던은 마치 닻을 올린 요트가 출항하듯 속도를 냈다. 순풍 역할은 V12 트윈터보 엔진이 대신했다. 연쇄하는 폭발이 오롯이 뒷바퀴로 모여 진득한 힘을 쏟아낸다. 하지만 겸손한 내연기관은 이내 자취를 감췄다. 빠르게 흐르는 배경과 달리 콕핏은 평온하다. 그저 스티어링 휠을 살짝 쥐고서 보닛을 가르는 웨이크 채널(제트기의 비행운을 형상화했다)에 시선을 고정하면 낭만적인 질주가 시작된다. 가볍게 들이치는 바람과 선명하게 연주하는 비스포크 오디오가 분위기를 한껏 달구고, 부드러운 회전 질감마저 상쇄시키는 우아한 발진으로 도로를 달린다.

던은 단순히 레이스(Wraith)의 드롭헤드 모델이라 말할 수 없었다. 롤스로이스는 4인승 럭셔리 컨버터블 컨셉트에 맞도록 외관 패널의 80%를 새롭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목표는 명확했다. 루프를 열거나 닫거나 변함없이 아름다울 것. 상징적인 그릴은 마치 제트기의 흡입구처럼 역동적이며, 측면은 우아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프트톱은 오목한 부분이나 날카로운 지지대조차 없이 보디 라인과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실내는 철저하게 고급스러운 품질로 위상을 지켰다. 셰브런 패턴의 센터 콘솔과 푸근한 소파 같은 가죽 시트가 온몸을 감싸고 환희의 여신상이 새겨진 로터리 컨트롤러가 보석처럼 빛났다. 롤스로이스 디자인 총괄 자일스 테일러는 “던은 성인 4명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제작된 차”라고 설명했다. 으레 컨버터블의 뒷좌석은 짐칸에 불과하다는 통념을 거스르는 그의 설명에 허풍은 없었다. 실제로 풍요로운 실내는 성인 4명을 온전히 품을 수 있다. 옹색한 2+2 구조에서 탈피해 뒷좌석에서도 다리를 뻗고 안락함을 누릴 수 있다. 백미는 여러 사람과 함께 우아한 던에 올라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낭만을 즐길 때다. 어떤가? 당신이 바라던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지 않은가?

루프를 닫으면 또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바로 침묵이다. 소프트톱은 구조적으로 소음에 취약하다. 그러나 롤스로이스는 세계 최고의 무소음 컨버터블을 위해 루프에 정교한 기술을 투입했다. 비결은 천의 솔기를 뒤집어 기워 천의 끝이 보이지 않게 하는 ‘프렌치 심(French Seam)’ 기법과 완벽하게 매끈한 형태를 유지하는 지붕 구조다. 덕분에 던은 레이스처럼 조용하게 순항하길 즐겼다. 던은 새벽이 아니라 노을이 지는 순간에도 완벽했다. 비록 밝음에서 어둠으로 순서는 달랐지만, 던의 이름처럼 어스름한 하늘 아래서 우아하게 바람을 갈랐다. 달리는 과정에서 성능이나 핸들링을 따질 이유가 없었다. 그저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이 순간을 함께 즐겼으면 하는 바람만 더 커졌을 뿐이다.

글 김장원 사진 최대일, 김범석

김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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