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른 심장을 가진 세단 4대. 당신의 선택은?

각기 다른 심장을 가진 세단 4대. 익숙한 내연기관의 정통 세단, 친환경차가 되고 싶은 플래그십, 생소함을 벗어나 고성능을 화끈하게 풀어놓는 전기차. 당신에겐 어떤 엔진의 차가 잘 어울릴까?

최초의 자동차가 등장한 뒤로 한 세기가 훌쩍 지난 요즘, 지금처럼 자동차에 다양한 엔진이 들어간 적이 있었을까? 오랜 시간 동안 발전을 거듭해온 가솔린과 디젤 엔진, 친환경적인 목적으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그리고 21세기에 이르러 대중적인 자동차로 자리매김한 전기차까지 각양각색 파워트레인이 자동차의 동력을 책임지고 있다.

가솔린과 디젤차를 대표하는 정통 세단, 가솔린 터보 엔진 기반의 PHEV, 초고성능 전기차까지 4대가 모였다

이 엔진들이 연료를 소모해 동력을 만드는 과정은 전부 다르다. 가솔린 엔진은 연료와 공기를 섞은 뒤 불을 붙여 얻은 폭발력으로 피스톤을 움직여 동력을 얻는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과 같은 내연기관이지만 공기에 연료를 뿌려 폭발시키는 과정이 다르고 그 과정에서 얻는 폭발력과 효율성이 차이가 난다.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곁들여 동력을 보충하고 때로는 전기모터만으로도 동력을 만들어내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조금이나마 연료를 아끼고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다. 하지만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운전한다면 큰 혜택을 얻기 어렵기에,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 면에서 포기해야 할 부분이 있다. 오직 전기모터만 이용해 바퀴를 굴리는 전기차는 전력 제어 기술과 배터리 관리 기술이 핵심. 엔진음과 진동이 없고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힘이 바퀴로 전달되기에 동력 손실이 적고 가속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과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연료를(전기를) 쉽게 보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오늘날 각 파워트레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세단 4대를 모았다. 오래도록 가솔린 엔진의 인기가 꾸준한 미국 자동차의 상징과도 같은 캐딜락 CT6, 조금씩 입지가 좁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디젤 엔진을 품고 등장한 볼보 S90이 각각 가솔린과 디젤차를 대표해 나왔다. BMW 740e i퍼포먼스는 BMW가 만든 훌륭한 가솔린 터보 엔진에 외부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곁들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마지막으로 고성능 전기차의 세계를 대중 앞에 열어젖힌 테슬라의 대표 주자 모델 S,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P100D 모델을 불러들였다.

캐딜락 CT6는 2016년에 출시한 대형 세단으로, 윗급 모델인 CT8이 라인업에 들어오기 전까지 브랜드의 플래그십 자리를 당분간 맡고 있다. 하지만 굵직한 선으로 빚은 강렬하고 뚜렷한 디자인과 압도적인 크기는, 한 브랜드의 대표 자리를 맡기에 부족함이 없다. CT6는 GM 그룹의 대형 세단 전용으로 개발한 오메가 플랫폼 위에서 태어났다. 특징은 동급 모델보다 가볍고 강성 좋은 차체를 만들기 위해 주력했다는 것. 이를 위해 차체의 64%에 이르는 면적에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접합 부위를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스폿 용접과 레이저 용접 등의 기술을 적용, 20만 번에 이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핸들링 성능 좋은 오너 드리븐 대형 세단이 탄생했다.

탄탄한 차체에 어울린 엔진은 2016년 워즈오토 10대 베스트 엔진에 선정된 3.6ℓ V6 LGX 엔진으로, 2016년부터 CT6뿐 아니라 ATS와 CTS 등에도 들어가며 캐딜락의 주요 V6 엔진으로 자리 잡은 명품이다. 이전의 LFX 엔진을 바탕으로 내부 주요 부품을 재설계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가변 오일펌프 및 냉각 시스템과 실린더 비활성화 기능을 곁들인 게 특징이다. CT6의 다른 엔진으로는 2.0ℓ 터보 엔진과 3.0ℓ 트윈터보 엔진,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4.2ℓ V8 트윈터보 엔진 등이 있으나, 국내에는 최고 269마력을 내는 2.0ℓ 터보와 340마력의 3.6ℓ 엔진만 들어왔다. 모두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리며, V8 모델만 10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오늘 모인 4대의 세단 중 가장 먼저 타봤지만, 촬영이 끝난 뒤에도 계속 타고 싶었던 차가 바로 CT6다. 오랜만에 경험한 캐딜락 세단은 콧대 높은 다른 브랜드의 대표 세단에 대한 관심을 꺼트릴 만큼 아늑했으며 진중하게 달렸다. 외부 소음을 차단한 실내에선 34개의 스피커로 이뤄진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이 풍악을 울렸다. CT6 4륜구동 모델의 경우 뒷바퀴도 조향을 거들어 더 예리한 코너링 궤적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차급을 잊게 만드는 선회력이 일품이다. 여기에 1/1000초 단위로 댐퍼를 조율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어울려 안정감 있는 승차감을 선사한다. 아쉬운 건 변속기. 차체는 스포츠 주행을 즐길 만큼 탄탄한데, 변속기는 느긋하고 여유롭게 대응해 운전자의 뜨거워진 가슴을 식힌다.

CT6에서 벗어나 냉큼 BMW 740e에 올랐다. BMW라면 끝내 해소하지 못한 갈증을 어느 정도 채워주지 않을까? 덩치 큰 기함이라도 BMW가 만들면 다르다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날카로움과 묵직함의 공존이랄까. 현행 6세대 7시리즈는 BMW그룹의 OKL 플랫폼 위에서 태어났다. 특징은 카본 코어 차체. 비싸지만 가볍고 강철보다 단단한 카본 섬유를 이용해 차체를 만들어 경량화와 안정성, 고강도를 모두 이룬 것. 이로써 이전 세대보다 무게를 최대 130kg까지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용 써도 테슬라를 못 따라잡는 BMW?

740e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어울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하지만 운전이 재미없고 따분한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활기찬 터보 엔진과 성능 좋은 전기모터가 좋은 궁합을 이뤄 스포티한 성능을 발산하는 스포티 하이브리드다. 최고 258마력을 내는 4기통 2.0ℓ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과 113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앙상블을 이뤄 합산 출력 326마력, 51.0kg·m의 성능을 빚어낸다. 740e에 들어간 B48B20 엔진은 BMW 4기통 엔진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버전이다. 플래그십에 4기통 엔진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버리자.

앞서 소개한 CT6 역시 2.0ℓ 터보 모델로 재미를 보고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740e는 강력한 4기통 엔진과 전기모터의 시너지로 힘찬 주행을 이어나갈 수 있다. 다만, 9.2kWh 배터리가 어느 정도 차 있을 때의 얘기다. 스포츠 주행 모드에서 시원한 가속을 맛보고 싶을 때면 전기모터가 전력을 끌어다 쓰며 터보 랙을 줄여주는 건 물론, 질주에 힘을 보탠다. 일렉트릭 부스트 기능이다. 여유롭게 힘을 풀어내는 CT6의 자연흡기 엔진과는 또 다른 자극적인 맛이다. 시원한 질주가 이어지고 한 단계 웅크린 에어 서스펜션이 차체를 노면 가까이 붙여서 고속 안정성을 높인다.

짜릿한 질주에 지쳤다면 e드라이브 버튼을 눌러 전기모터의 역할을 배터리 충전용으로 바꿔보자. 엔진과 전기모터가 배터리 충전을 위해 용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일렉트릭 부스트를 써볼 만큼 전력이 찼다. 그럼 다시 가속! 여유롭고 품격 있게 달리는 게 CT6에 어울린다면, 740e에서는 이런 걸 신경 쓰며 달리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연비는 얼마나 나오냐고? 4륜구동 CT6의 복합연비는 8.2km/ℓ, 후륜구동 740e는 11.1km/ℓ다. 단, 740e는 배터리가 100%일 때 전기로만 26km를 달릴 수 있다. 이 정도면 가까운 출퇴근 거리는 전기로만 다닐 수 있을 정도 아닌가?

사실, 주유비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타고 다니기에는 디젤 엔진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지금은 디젤 엔진의 기술이 많이 발전해 SUV뿐 아니라 디젤 세단도 많이 늘어난 상황. 수많은 이들이 경제성을 이유로 디젤 세단을 찾는다. 볼보가 만든 디젤 엔진은 균형 잡힌 성능이 훌륭하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 생산 라인을 하나로 합쳐 엔진 블록을 4기통 2.0ℓ 규격으로 통일한 볼보. 여기에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더하거나 빼서 성능을 조절하는 식이다.

최상위 버전으로는 전기모터를 더한 400마력짜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볼보의 엔진은 최고 235마력, 48.9kg·m를 내는 D4204T23 디젤 엔진. 현행 볼보 D5 모델에 들어가는 엔진이다. 크고 작은 2개의 터빈을 연결했고, 공기 유량에 따라 회전을 달리하는 가변식 베인 터보를 적용, 더욱 원활한 공기 주입에 기여한다. 여기에 파워 펄스라는 기술을 도입했는데, 별도의 공기 탱크를 마련해두고 상황에 따라 압축 공기를 쏘아 보내 터빈을 더 빨리 돌리기 위한 기술이다.

덕분에 D5 엔진은 여느 4기통 디젤 엔진보다 가속 페달 조작에 따른 반응이 빠르다. 초기 반응이 뭉툭한 디젤 엔진의 특성을 감추기 위한 똑똑한 기술인 셈. S90 D5를 모는 동안 반응이 무디고 소음과 진동은 센 4기통 디젤 모델의 약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잔진동을 부드럽게 걸러주는 서스펜션의 영향도 있었다. 바꿔 말하면, 너무 많이 걸러내서 푸근한 승차감을 강조하는 탓에 엔진 회전수를 마구 올리며 코너를 공략할 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보다는 곧게 뻗은 길을 여유롭게 순항하며 고급스럽고 아늑한 실내 분위기를 만끽하는 편이 S90에 잘 어울린다. 그럴 때 쑥쑥 오르는 연비는 또 어떻고.

내연기관차를 압박하는 초강력 전기차? 루디크러스 모드에 푹 빠져버린다면 불과 300km를 못 가고 충전소로 향해야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테슬라 모델 S의 강력한 출력에 마음이 끌렸던 게 사실이다. 퇴근 시간대에 걸리지 않으려면 촬영을 마치고 한시바삐 돌아가야 했고, 그러려면 모델 S P100D의 미친 가속력이 필요했으니까. 모델 S 라인업 중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P100D에는 앞뒤 차축에 고성능 전기모터가 하나씩 올라가 있어, 네 바퀴를 모두 굴린다. 최고 250마력, 38.0kg·m를 내는 앞쪽 모터가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리기 위한 효율성 중심 세팅이라면, 최고 370마력, 65.0kg·m의 성능을 뿜어내는 뒤쪽 모터는 강력한 가속력을 뒷받침한다.

P100D에만 옵션으로 달리는 루디크러스 모드를 이용하면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2.5초 만에 달린다. 그렇다, 슈퍼카급 성능을 발휘하는 초강력 전기차라는 얘기다. 파워풀한 가속력을 맛보고 싶다면 넓고 한적한 공터에서만 써보길 권한다. 어마어마한 파워와 가속력 탓에 차체를 조절하지 못해 자칫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잠깐의 휠 스핀이 이어진 뒤 윙윙거리던 모터 작동음이 이내 곧 바람을 가르며 나타나는 쏴아아아 소리에 파묻힌다. 페라리 같은 고성능 내연기관 차에서 들리는 짜릿한 소리는 없다. 두 손은 스티어링 휠을 꽉 붙잡고 입은 앙다물어야 한다. 급가속할 때 일어나는 어마어마한 중압감이 온몸을 시트에 파묻어버린다. 드래그 레이스에 출전한다면 1등은 따 놓은 당상일 게 분명하다.

국내 판매 중인 모델 S는 75D, 100D, P100D의 세 종류. 숫자는 배터리 용량을 의미하고 이는 곧 주행 가능 거리를 뜻한다. P100D의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424km에 달하지만, 운전 습관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수치. 루디크러스 모드에 푹 빠져버린다면 불과 300km를 못 가고 충전소로 향해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배터리와 전기모터에 걸리는 부하가 엄청나기 때문에, 고성능 내연기관차의 론치 컨트롤처럼 남발하면 안 된다. 사실 이만한 가속력을 계속 즐기기엔 몸이 먼저 버거워할 게 분명하다. 단단한 에어 서스펜션과 예측하기 어려운 스티어링 감각이 따로 놀 때가 빈번하지만, 일반적으로 탄다면 모델 S는 주행 가능 거리가 충분하고 편안한 전기차의 역할을 다 한다. 여전히 일반 주유소보다 적어서 불편하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충전 인프라며 테슬라와 더불어 가짓수가 늘어나고 있는 국산 전기차도 전기차의 확산을 돕고 있다.

그럼 도대체 어떤 파워트레인이 좋은 걸까? 이 질문에 확실한 정답은 없다. 운전자 개인의 성향과 주행 환경, 자동차를 이용하는 목적 등이 모두 맞물릴 때, 본인에게 가장 이상적인 자동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내연기관 자동차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가솔린 자동차만 타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부문별 최강은 누구의 것?

강렬한 카리스마, CT6

캐딜락이 최근 내세우고 있는 디자인 언어는 아트 & 사이언스. 예술과 기술의 이상적인 결합이라는 뜻인데, 그걸 따지지 않아도 CT6의 외모는 훌륭하다. 곧은 선과 절제된 터치로 매혹적인 디자인을 뽐낸다. 생김새 하나만큼은 오늘 모인 넷 중 최고다.

기품 흐르는 인테리어, S90

볼보의 물오른 인테리어 감각은 차급을 잊게 만든다. S90은 부드러운 가죽과 결을 살려 매끈하게 가공한 나무 장식, 금속 트림의 조화로 우아한 인테리어를 연출한다.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이지만, 차급은 E-세그먼트에 속하기에 뒷좌석까지 기품이 흐르진 않는다.

이상적인 승차감, 740e

BMW의 어떤 모델을 타더라도 매력적으로 세팅한 승차감을 경험할 수 있다. 고속에서도 주행 안정성이 훌륭하고 머리를 급하게 틀어도 거동이 깔끔하다. 740e는 커다란 덩치를 지녔지만, 훌륭한 달리기 실력에 편안한 승차감까지 아울렀다. 이상적이다.

압도적인 파워, 모델 S

시스템 합산 출력 620마력, 98.0kg·m에 이르는 무지막지한 힘을 지닌 모델 S P100D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슈퍼카를 압도하는 가속력을 지녔다. W16 8.0ℓ 쿼드 터보 엔진을 가진 부가티 시론만이 드래그 레이스에서 모델 S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Volvo S90 D5

Price 6797만 원

Engine 1969cc I4 디젤 터보, 235마력@4000rpm, 48.9kg·m@1750~225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7.0초, 240km/h, 12.7km/ℓ, CO₂ 151g/km

Weight 1880kg

 

Cadillac CT6 Platinum

Price 9493만 원

Engine 3649cc V6 가솔린, 340마력@6800rpm, 39.4kg·m@53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N/A, N/A km/h, 8.2km/ℓ, CO₂ 215g/km

Weight 1950kg

 

Tesla Model S P100D

Price 1억7730만 원

Engine 듀얼 모터, 620마력, 98.0kg·m

Transmission 1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2.5초, 250km/h, 1회 충전 424km, CO₂ 0g/km

Weight 2240kg

 

BMW 740e iPerformance

Price 1억4490만 원

Engine 1998cc I4 가솔린 터보+전기모터, 326마력@5000~6500rpm, 51.0kg·m@1550~44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RWD

Performance 0→100 5.4초, 250km/h, 11.1km/ℓ, CO₂ 54g/km

Weight 2010kg

 

이세환 사진 최대일, 김범석

이세환

사람과 자동차, 당신의 이야기와 우리의 자동차를 함께 나누고픈 1인
serrard@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