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현실적인 전기차

전기차, 아니 하이브리드도 싫어하던 내게 전기차 2대가 나타났다. 마치, 나의 선입견을 깨버리겠다는 듯이 말이다

글 최재형 | 사진 최대일, 김범석

개인적으로 전기차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동 꺼진 자동차를 누군가 뒤에서 낑낑거리며 밀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다. 가속 페달을 밟는 느낌 역시 뭔가 어색하기만 하다. 말도 안 되는 주행 가능 거리는 또 어떻고. 그냥 개인 차고가 있다면, 동네 마실이나 가까운 출퇴근용으로 생각했던 게 전기차였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전기차 바람은, 이제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너도나도 전기차를 만들었거나, 계획 중에 있다. 업계를 선도했던 브랜드는 벌써 세대교체에 이르렀으니, 시간이 참 빠르다. 지금의 전기차는 단순히 주행 가능 거리로 판단하지 않는다. 적어도 오늘 우리 앞에 등장한 두 녀석은 수도권을 벗어나기가 두렵지 않은 모델이다. 쉐보레 볼트 EV(이하 볼트)와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이하 코나)이다.

쉐보레 볼트는 2017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쉐보레, 소비자 모두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당시 주행 가능 거리가 350km를 넘어서는 최고의 전기차였다. 내연기관 엔진을 얹었던 모델의 파생 제품이 아닌, 순수전기차를 위한 모델로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코나는 내연기관 엔진을 올린 모델에서 파생됐다. 독특한 디자인과 야무진 성능으로 제법 인기가 좋다. 거기에, 브랜드에서 발표한 주행 가능 거리는 무려 406km다. 참고로 볼트는 383km를 주행할 수 있다. 주행 가능 거리로만 따지면, 이 2대가 최고의 전기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테슬라에서 판매하는 모델이 더 멀리 달릴 수는 있지만, 가격 차이가 매우 크고 현실적인 전기차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모델이다.

볼트는 모범생 스타일이다. 옆모습을 보면, 앞쪽과 뒤쪽의 도어 손잡이가 평행 선상이 아닌, 뒤쪽이 높게 달렸다. 그렇다고 차체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오래 전, 대림에서 판매한 VF에 청룡 쇼바를 달고 최대한 들어 올려(내가 그랬던 건 아니다) 전투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코나의 특징은, 헤드램프와 주간 주행등의 위치가 다른 모델과는 반대라는 점이다. 한 가지 만지기 싫은 부분은 앞쪽 현대 로고 아래로 자리한(보통 차의 라디에이터 그릴 부분) 곳의 괴상한 패턴이다. 차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오른쪽 부분에 충전을 위한 소켓이 숨어 있기에 충전을 위해서는 만져야만 했다(주행 거리가 길어 충전을 안 할 줄 알았지만, 결국 만졌다).

인테리어도 매우 다른 접근 방식이다. 볼트 운전석에 앉아 찬찬히 둘러보면, 그냥 딱 전기차라는 감이 온다. 10.2″ 대형 터치스크린이 각종 정보를 쏟아내며, 그 아래로는 오디오 컨트롤러와 공조기, 비상등, 스포츠 모드 버튼 등 자주 사용하는 메뉴를 밖으로 뺐다. 하단에는 거대한 수납 공간이 생겼다. 기어 레버 앞쪽이 시원하게 뚫려 있어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럽다. 이런 스타일이 가장 사랑받을 때는, 좁은 주차공간에서 운전석 문을 열지 못해 동승석으로 탑승한 후, 운전석으로 이동할 때다.

코나는 내연기관 코나와 큰 틀은 비슷하지만, 기어 레버가 버튼식으로 대체됐다는 점이 큰 차이다. 버튼과 컨트롤러에는 메탈 느낌으로 포인트를 줬는데, 금속 소재가 아닌 이상, 차라리 검은색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옵션은 칭찬해줄 만큼 풍부하다. 통풍 시트와 오토 홀드 기능까지 넣어 만족도가 높다.

2열 거주 공간은 크게 넉넉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못 탈 정도는 아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후배가 모델을 했고 느낌을 그대로 전해줬다. 그는 “볼트에 비해 코나의 등받이 각도가 세워져 있기에 2열에서 장시간 이동할 때에는 볼트가 조금 유리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코나와 볼트 모두 전기모터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며 가속 페달을 밟는 양에 맞춰 순식간에 속도를 올린다. 두 모델 모두 최고출력은 204마력으로 같지만, 최대토크는 코나 40.3kg·m, 볼트 36.7kg·m로 코나가 약간 앞선다. 공차중량은 코나 1685kg, 볼트 1620kg으로 볼트가 조금 가볍다. 전기차라고 해서 내연기관처럼 소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코나는 정체 구간에서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일 때, 비행기 이륙하는 듯한 소음이 꽤 신경 쓰였다. 30km/h를 넘기면 점차 줄어들지만, 주행풍과 노면 소음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변속기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에 변속 충격 또한 없다. 그냥 밟으면 가고 떼면 속도를 줄인다.

코나는 패들 시프트로 에너지 회생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가장 강하게 설정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거의 밟을 일이 없을 정도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무게중심이 낮아 코너 공략이 안정적이다. 다만,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의 느낌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이질감은 남아 있다. 고속 주행 시의 느낌도 괜찮다. 특히, 추월 시 비슷한 체구의 내연기관 모델보다 빠르게 치고 나가 운전이 한결 여유롭다. 전기차 특성상 내연기관이 주는 감성은 당연히 없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마니아를 위한 부분이므로 이동수단으로만 본다면 매우 만족스럽다.

볼트도 같은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임에도 마치 유압식 스티어링의 느낌이다. 볼트는 저속에서 코나처럼 신경 쓰이는 소음은 없었던 반면, 고속에서는 마치 내연기관 모델로 변신한 듯한 소음이 들어왔다. 내연기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히려 좋았지만, 전기차를 원하는 이들에게 장점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코너에서는 코나보다 더 안정감 있게 돌아나갔다.

코나와 마찬가지로 드라이브 모드를 바꿀 수 있는데, 그러면 가속 성능이 좋아지고 가속 페달이 제법 예민하게 변한다. 주행 가능 거리가 짧은 모델은 이런 기능을 쓰기에 불안하겠지만, 볼트와 코나 모두 스포츠 모드로 다녀도 부담이 없었다.

내연기관을 좋아하는 사람이 전기차 2대를 타고 온종일 돌아다니며 충전도 했다. 주유소를 대신해 충전소를 찾아가는 일이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다. 아직 인프라의 부족으로 충전을 위해 주차 요금을 내야 하는 건 뭔가 이상했다. 물론, 기름값보다는 훨씬 저렴했다.

충전 기술과 배터리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전기차가 많이 팔려야 인프라가 좋아질까? 인프라가 좋아져야 전기차가 많이 팔릴까? 우리는 당연히 후자를 원한다. 볼트와 코나는 엄청난 주행 거리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시승을 통해 다음 차는 전기차를 살 것 같은 생각이 들만큼 두 모델 모두 만족스러웠다. 당장은 아니다. 10년 후쯤. 인프라는 지금보다 좋아질 테고 충전 기술과 배터리 성능은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전기차가 400km가량의 주행 가능 거리를 보여준다 한들, 가족과 함께(공간도 그렇고) 나들이 다니기에 불안한 건 사실이다.

Chevrolet Bolt EV
> Price 4558만 원
> Engine 전기모터+60kWh 배터리, 204마력, 36.7kg·m
> Transmission 1단 자동, FWD
> Performance 0→100 N/A초, N/A km/h, 5.5km/kWh
> Weight 1620kg

Hyundai Kona Electric Premium
> Price 4850만 원
> Engine 전기모터+64kWh 배터리, 204마력, 40.3kg·m
> Transmission 1단 자동, FWD
> Performance 0→100 N/A초, N/A km/h, 5.6km/kWh
> Weight 168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