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칼럼] 타이어와 서스펜션

퍼포먼스카 서스펜션 튜닝에는 많은 타협이 필요하다. 서스펜션의 동역학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서스펜션 지오메트리(Geometry)다. 지오메트리는 단어의 뜻 그대로 ‘기하학적 형상’이다. 이는 비단 서스펜션 각부의 정지 상태 위치뿐만 아니라, 휠이 움직일 때 나타나는 서스펜션의 기하학적 위치 변화를 가리킨다.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튜닝의 목적은 직진 핸들링 성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회전 시 접지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점을 찾는 것이다.

캠버(Camber) 출처: 한국타이어 홈페이지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를 튜닝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정지 상태인 휠의 각도를 조정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캠버(Camber)와 토(Toe)다. 휠 캠버는 타이어를 내리누르는 무게가 타이어 콘택트 패치에 배분되는 비율을 조절할 수 있는 요소다. 캠버 각은 차량을 정면으로 봤을 때, 휠이 수직선으로부터 기운 각도로 정의된다. 휠이 지면과 수직을 이루면 캠버 각은 ‘0’이다. 휠 상단이 차량 쪽으로 기울면 네거티브(Negative) 캠버, 바깥쪽으로 기울면 포지티브(Positive) 캠버로 부르고 있다.

네거티브 캠버는 휠의 바깥쪽 모서리가 들려 수직 하중이 컨택트 패치 안쪽으로 쏠린다. 반면, 포지티브 캠버는 콘택트 패치 바깥에 더 큰 하중이 실리게 된다. 직진하는 자동차에서 콘택트 패치 크기를 최대로 만들어주는 것은 제로 캠버다. 조금이라도 치우치지 않은 정렬 상태. 즉, 휠이 정확히 수직일 때다. 캠버 각이 커지면 타이어 콘택트 패치 크기는 줄어든다. 따라서 직선으로만 달려야 할 자동차에 캠버 튜닝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다. 자동차가 회전을 시작하면 하중은 회전 중심의 바깥쪽 타이어, 바깥쪽 모서리로 쏠린다. 이를 고려해 미리 휠 상단을 안쪽으로 기울여두면 터닝 시 바깥쪽 휠이 수직에 가까워져 콘택트 패치가 커지는 효과가 생기고 그 결과 접지력 손실이 적어진다. 하지만, 캠버 각이 과도하게 크면 하중이 한쪽 모서리로 몰리기 때문에 직진 접지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가속 시 휠스핀이 커지고 감속 시 제동 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

토(Toe) 출처: 한국타이어 홈페이지

자동차 핸들링을 손쉽게 튜닝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인 ‘토’는 하늘에서 내려다 봤을 때 휠이 차량과 이루는 각도를 일컫는다. 토-인(Toe-in)은 양발의 발가락 쪽이 안으로 모인 형태, 토-아웃(Toe-out)은 팔자걸음 형태다. 핸들링에 유리한 토 세팅은 전후 휠이 약간 다르다. 코너를 돌고 있는 자동차의 안쪽 휠은 바깥쪽 휠보다 회전 반경이 짧다. 따라서, 안쪽 휠의 각도가 더 커야 회전이 수월하다. 전륜엔 토-아웃이 주로 적용된다. 토-아웃을 키우면 회전 시 같은 스티어링 입력으로도 안쪽 휠 각도는 더 크게, 바깥쪽 각도는 더 작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티어링에 드는 노력이 줄기 때문에 회전도 쉬워진다. 반대로 후륜에는 토-인이 주로 쓰인다. 토-인은 선회 시 안쪽 휠 각도는 줄고 바깥쪽 휠 각도는 늘기 때문에 회전이 더 어려워진다. 대부분의 퍼포먼스카는 후륜구동 방식이기 때문에 토-인으로 인한 이 같은 반 회전 경향은 구동축의 오버스티어를 막아 접지력을 향상시킨다. 토 세팅이 위력을 발휘하는 선회 구간도 전후 휠이 다르다. 감속이 이뤄지는 코너 진입 구간에서는 하중이 전륜으로 쏠린다. 따라서 전륜 토 세팅이 핸들링에 주된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가속하는 코너 탈출 구간에서는 하중이 후륜에 쏠리기 때문에 후륜 세팅이 중요해진다. 캠버나 토 조정만으로 만족할 만한 핸들링 성능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이것이 쉽지 않다.

서스펜션 튜닝이 어려운 이유는 서스펜션이 쉼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는 휠의 움직임에 따라 쉼 없이 변한다. 이에 따라 타이어 접지력을 최대로 만들 수 있어야 좋은 서스펜션이라 할 수 있다. 엔지니어는 차마다 서스펜션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김남호

김남호 박사는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메커니컬 엔지니어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르노에서 F1과 첫 인연을 맺었고, 현재 르노 스포트 F1 팀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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