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ES300h, 생기 있는 프리미엄 세단

디젤차는 지고 전기차가 떠오르는 지금. 새로운 ES는 오직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렉서스 ES는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 이어 BMW 화재 사건까지, 디젤 엔진의 위기 상황에서 렉서스 ES는 어두운 무대 위에서 나 홀로 핀 조명을 받고 있다. 외모 역시 조명발 잘 받는 미남형이다. 최신 렉서스의 화려함과 기품을 한데 담았으며, 매끄러운 실루엣과 섬세한 선의 조화가 눈에 띈다.

렉서스 ES는 무려 7세대에 이르는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엔 4세대 ES(XV30)를 처음으로 선보였지만, 북미 시장에서 처음으로 데뷔했던 1세대를 기준 삼으면 무려 2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 모델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역사보다 렉서스의 훌륭한 상품성이 주효했다. 언제나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한결같이 고급스러운 품질이 지금의 ES를 상징하는 핵심 요소다.

신형 ES도 기존 렉서스의 고유 매력을 그대로 품는다. 믿음직한 내구성, 조용한 실내, 고급스러운 품질은 고스란히 계승한 채, 신선한 렉서스 DNA를 안팎으로 녹여냈다. 변화의 시작은 렉서스 라인업 중 최상위에 자리한 LC에서 비롯된다. 젊고 날렵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품질의 조화. 거기에 드라이브 질감을 농밀하게 조율한 렉서스식 다이내믹이 새로운 주제다.

새로운 ES는 디자인, 인테리어, 플랫폼, 파워트레인이 모두 변화했다. 주행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은 GA-K를 적용했다. 전체적으로 넓고 낮은 자세를 이루고 알루미늄 소재를 늘려 무게를 줄였다. 또한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위치를 기존의 트렁크에서 뒷좌석 아래로 옮기고 배터리 크기를 줄였다. 휠베이스는 50mm 늘였으며 시트 높이는 8mm 낮춰 캐빈의 공간 활용성도 개선했다.

가장 돋보이는 건 차체 강성이다. 레이저 스크루 웰딩과 구조용 접착제 사용을 구형보다 142% 늘려 뛰어난 강성을 확보했다. 서스펜션 구조는 앞 맥퍼슨 스트럿과 뒤 더블 위시본 조합. 플랫폼과 서스펜션 모두 캠리와 동일하지만, ES는 스윙 밸브가 적용된 댐퍼를 올려 차별화했다. 스윙 밸브 댐퍼는 완벽한 승차감을 위해 감쇠력을 조절한다. 출발 직후의 쏠림이나 고속 주행에서 차체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반응해 자세를 제어한다.

캠리보다 더욱 격차가 벌어지는 곳은 실내다. 렉서스는 화려한 구조를 정갈하게 다듬는 데 일가견이 있다. 비대칭 센터패시아는 렉서스 디자이너의 과감함이 돋보이는 부분인데, 품질 좋은 소재와 꼼꼼한 마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12.3″로 늘어난 디스플레이는 시원한 화면에 다양한 정보를 아낌없이 쏟아낸다. 모든 인포테인먼트가 최신 트렌드를 따르고 있으며, 디지털 클러스터와 HUD 역시 화려하긴 마찬가지다.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는 렉서스가 고집하는 인터페이스다. 터치스크린 대신 작은 터치 패널로 인포테인먼트를 제어해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지 않는다. 계기반과 센터 디스플레이, 심지어 아날로그 시계까지 윈드스크린에 가깝게 배치한 설계가 돋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조작을 요하는 터치 패널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잠깐의 시승이었지만 시트의 변화는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바로 느낄 수 있다. 기존의 렉서스 시트가 마냥 부드러웠다면, 신형 ES의 시트는 엉덩이와 허리는 부드럽게, 옆구리와 허벅지는 단단하게 쿠션감을 달리했다. 이런 변화는 운전자와 교감하는 방법을 더욱 확장한 결과다. 렉서스는 마냥 편안하고 안락한 자동차를 넘어, 생생한 주행 질감이 도드라지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물론, 고성능 모델인 LC와 RC에서 가장 두드러지지만 ES라고 예외는 아니다. 시트가 운전자의 몸을 자극했다면 다음은 손맛을 살릴 차례. 새로운 ES는 랙 타입 파워 스티어링을 적용해 정확한 핸들링 감각을 표현한다. 구형보다 무거워졌지만 여전히 다루기 쉬우며 스티어링 휠의 반응성이 한결 경쾌하다.

마지막으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이번 시승의 주인공이다. 신형 ES에 탑재된 새로운 2.5ℓ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로 맞물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가속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실제로 추월할 때마다 ES는 즉각적인 토크를 발휘했으며 속도계가 부지런히 상승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실용 영역에서 살아난 스로틀 반응이다. 신형 ES는 하이브리드에 ‘다이내믹’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했다. 예전과 달리 경쾌하고 뜨겁기도 했으며, 직접 운전했을 때 달라진 렉서스를 실감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친환경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시대다. 하이브리드를 오래도록 고수했던 렉서스에겐 기회의 순간이다. 때마침 신형 ES는 안팎으로 훌륭한 가치를 담았다. 비로소 ES가 스테디셀러에서 베스트셀러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여러모로 훌륭한 캠리가 눈에 밟히긴 하지만….

LOVE 한결 젊어진 렉서스식 다이내믹
HATE 자꾸만 비교하게 되는 캠리 하이브리드
VERDICT 가장 합리적인 프리미엄 세단

LEXUS ES 300h
Price 6050만 원
Engine 2487cc I4 가솔린+전기모터, 178마력@5700rpm, 22.5kg·m@ 3600~5200rpm, 총 218마력
Transmission CVT, FWD
Performance 0→100 N/A, N/A km/h, 17.0km/ℓ,
CO₂ 93g/km
Weight 1715kg

김장원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