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의 지능적인 변화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고 위에서 찍어 누르고. 위아래로 꽉 막힌 답답한 상황. 최근까지 투싼이 처한 형국이다. 인기 좋은 소형 SUV와 중형 SUV 사이에 놓인 준중형 SUV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작년에 등장한 코나는 강력한 맞수 티볼리와 경쟁하며 소형 SUV 시장을 더 키우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고, 순수전기차 코나 일렉트릭까지 가세하며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올해 초 등장한 신형 싼타페는 7개월 연속 국산차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며 고공 행진 중이다. 위기는 곧 기회. 현대차는 투싼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상품성을 개선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페이스리프트지만, 최근 현대차 모델의 페이스리프트 과정에는 꽤 많은 손길이 거치고 지나갔다. 대표적으로 쏘나타 뉴 라이즈가 그랬고 불과 한 달 전에 등장한 아반떼가 그렇다. 외관 대부분을 뜯어고친 아반떼를 보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예상외의 커다란 변화를 택한 건 사실이다.
그럼 투싼은 어떻게 변했을까? 투싼에 앞서 2주 전에 등장한 스포티지의 페이스리프트 버전, 스포티지 더 볼드처럼 변화의 폭을 많이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더 강한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한 디자인 터치가 깃들었다. 이를테면 기존 헥사고날 그릴에서 면적을 더 키운 캐스케이딩 그릴이 그렇다. 5개의 램프가 환하게 빛을 밝히는 풀 LED 헤드램프며 내부 그래픽을 바꿔 입체적인 감각을 전하는 LED 테일램프 등 눈에 잘 들어오는 부분에 손길을 가미해 변했다는 인상을 전한다. 범퍼와 스키드 플레이트, 머플러 팁도 새로 다듬었다. 개인적으로는 코나와 싼타페처럼 얼굴을 바꾸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세대교체 때는 아마도 비슷한 인상으로 거듭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실내는 많이 바뀌었다. 센터패시아에 박혀 있던 모니터를 빼 대시보드 위로 올려서 운전 중에도 보기 좋게 만들었고, 대시보드와 기어 레버, 스티어링 휠에 가죽을 둘러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간결해진 센터패시아는 보기에도 깔끔할뿐더러 한결 넓어 보이는 분위기를 만든다. 센터패시아 아래 기어 레버 앞부분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도 곁들여 첨단 스마트족을 위한 편의 장비도 알차게 마련했다. 여전히 마감 작업이 신통치 않은 부분이 곳곳에 보이지만, 불과 5년 전과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셈이다.

시승차는 투싼에 새롭게 들어간 스마트스트림 D 1.6 엔진을 품었다. 출력을 낮추는 대신, 엔진 토크를 높이고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신형 엔진이다. 군더더기 없이 빠릿빠릿한 7단 DCT와 어울려, 일상에서는 언제든 만족스러운 힘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2.0ℓ 디젤 모델에서만 넣을 수 있던 4륜구동 시스템을 가솔린과 디젤 모든 라인업에서 고를 수 있는 것도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일어난 변화. 주행 상황에 맞춰 앞뒤 바퀴에 고르게 힘을 나누는 HTRAC이 영민하게 작동한다. 전륜구동 기반이지만 주행 모드에 따라 앞뒤 구동력 비율을 100:0에서 50:50까지 나눈다. 미끄러운 오프로드에서 최상의 접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앞뒤 구동력을 50:50으로 고정하는 잠금 기능도 곁들였다. 요즘 같은 때에 HTRAC이 꼭 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든 트림에서 고를 수 있게 바뀐 건 좋은 변화다.

달리는 느낌은 딱 코나와 싼타페의 중간 느낌인데, 코나와 싼타페가 그런 것처럼 활기차기보다는 진중하고 아늑함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다. 그러자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실내 공간에 이토록 편안한 주행 감각이라면 패밀리카로도 썩 괜찮겠다고 말이다. 실제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는 세단이 아니라 SUV를 찾게 되는 현실.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적용된 수많은 첨단 주행 보조 장비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방 충돌 방지 보조 및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시스템, 운전자 주의 경고 시스템 모두 기본 사양이다. 기본 트림부터 고를 수 있는 현대 스마트 센스 안에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포함해 반자율주행에 가까운 기능을 지원하는 주행 보조 장비로 가득하다. 집 안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해 투싼의 에어컨을 켜놓고 문을 잠글 수 있는 홈투카 서비스도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기술이다. 평소 SUV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도 투싼을 시승하면서 흠칫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앞서 말한 패밀리카로도 썩 괜찮겠다는 건, 나한테도 해당하는 말이니까. 와이프가 비교적 쉽게 운전할 수 있고 안전·편의 장비 풍성한 SUV. 그러면서 내 벌이 수준을 생각했을 때 들이기에 적당한 차. 그게 투싼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그전까지는 아버지께 한 대 사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글 이세환 사진 김범석

HYUNDAI TUCSON D 1.6
Price 2847만 원
Engine 1598cc I4 터보 디젤, 136마력@4000rpm, 32.6kg·m@2000~2250rpm
Transmission 7단 DCT, AWD
Performance 0→100 N/A 초, N/A km/h, 13.8km/ℓ, CO₂ 137g/km
Weight 1695kg

이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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