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잘 팔리는 친환경 파나메라

신형 파나메라의 인기가 뜨겁다. 유럽에서는 파나메라 판매량의 60%가 PHEV 모델이라고 한다. 뜨거운 인기를 실감했다

오전 9시 30분. 시승차를 받는 장소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읽고 또 읽은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의 프레스 키트와 기술 정보를 한 번 더 훑어보기로 했다. 맙소사. 1km를 달리는데 내뿜는 CO₂가 74g밖에 안 되는 포르쉐라니.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쪼잔한 출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330마력을 내는 2.9ℓ 트윈터보 엔진과 136마력짜리 전기모터의 찰떡궁합으로 이뤄내는 최고출력은 무려 462마력. 정지 상태에서 100km/h 기록을 끊는 데 필요한 시간은 4.6초. 전기모터 없이 신형 3.0ℓ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만으로 달리는 파나메라 4와 비교하면 무려 0.9초나 빠른 기록이다. 정말 포르쉐 엔지니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마침내 시승차를 받기로 한 10시가 됐다. 아침부터 부랴부랴 준비한 담당 직원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외관 상태를 살폈다. 1억5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차에 상처라도 생긴다면 골치 아파진다. 다행히 매끈한 외모에 흠집은 없었다. 구형의 어중간한 비율과 뭉툭한 엉덩이를 떠올리면, 신형 파나메라는 정말 근사하게 생겼다. 5도어 911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차별점은 친환경적인 성격을 암시하는 듯 연두색으로 칠한 캘리퍼 그리고 펜더 아가미에 붙인 e-hybrid 레터링과 테일게이트의 Panamera 4 레터링을 연두색 바탕으로 둘렀다는 정도다.

빵빵하게 솟아오른 왼쪽 뒤 펜더 위에는 3.6kW 충전 소켓이 숨어 있다. 옵션 사양인 7.2kW 충전기로 바꿀 경우 14.1kWh로 용량이 대폭 늘어난 배터리를 완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8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어든다. 이런 제길, 차에 올라 배터리 상태를 확인해보니 남은 전력량이 0%다. 절반가량 차 있는 연료 탱크로 갈 수 있는 주행 가능 거리는 300km 남짓. 오후 6시까지 반납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을 생각해 배터리 잔량을 따질 겨를도 없이 올림픽대로에 올라 촬영지로 향했다.

8단 PDK는 이전의 8단 자동변속기보다 더 편하고 매끄럽다. 높이를 3단계로 조절하는 에어 서스펜션이 지극히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자잘한 진동조차 거르고 걸러 푸근한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듯한 상태. 이따금 들리는 엔진음만 제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애플 카플레이를 연결해 14개의 보스 서라운드 스피커로 이뤄진 나만의 음악회에 빠져든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주행 모드는 E-차지 모드로 바꿔놓은 지 오래. 그러면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겸하며 시종일관 돌아간다. E-차지 모드는 스티어링 휠에 달린 주행 모드를 돌리는 것뿐 아니라 널찍한 12.3″ 터치스크린 안에서 따로 설정해야 한다. 배터리를 가득 충전한 뒤 462마력을 고스란히 아스팔트 위에 뿌려볼 생각이다. 배터리 충전이 생각보다 빠르다. 게이지가 어느새 절반 가까이 찼다. 문득 걸려온 촬영 팀의 전화. “여태 안 오고 뭐하냐?”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던 담당 직원의 조언이 생각나, 길이 조금씩 한산해질 무렵 다이얼을 돌렸다.

회전수를 높인 6기통 엔진의 음색이 달라지고 차체 바닥을 아스팔트 가까이 떨궈 고속 상황에 대비한다. 무게감이 달라진 스티어링 휠과 한층 긴장한 댐퍼가 속도 내길 부추긴다. 기다리고 있을 선배들을 떠올리며 스로틀을 냉큼 열었다. 연두색 태코미터 바늘이 순식간에 1시 방향으로 치달으며 가속에 탄력을 더한다. 평온한 상황에서 주로 뒷바퀴로만 달리던 파나메라가 본격적으로 앞발을 치고 든다. 스로틀을 여닫을 때마다 퍼버벅 소리를 연출하는 건 숨길 수 없는 본성이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탓에 공차중량이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200kg 넘게 늘어났지만, 강력한 힘 덕분에 고속 주행에서는 몸무게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어렵다. 나들목의 가파른 선회로나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갈 때 약간 부담스럽지만, 대부분 상황에서는 균형감이 훌륭하다.

더 나은 코너링 실력을 원한다면 뒷바퀴 조향 기능을 옵션으로 넣길 권한다. 하이브리드의 고질병이라고 생각했던 회생 제동의 감각조차 거의 느낄 수 없다. 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주행 모드에선 V6 엔진과 전기모터의 앙상블이 절정에 달한다. 만점에 가까운 성능과 효율의 조화다.

도착한 후 한창 촬영을 진행할 무렵, 더 이상 배터리가 충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컴퓨터가 알려주는 전기 주행 가능 거리는 47km. 포르쉐가 밝힌 최대 거리는 33km지만, 주행 습관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수치다. 이 정도 거리라면 수도권에서는 배출가스 없는 무공해 출퇴근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포르쉐를 타고서 말이다. 굉장히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이게 바로 우리 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LOVE 멋진 외모, 훌륭한 실내, 빼어난 연비

HATE 드라마틱한 시동 과정이 없다

VERDICT 무공해 포르쉐의 꿈을 실현하는 징검다리

PORSCHE PANAMERA 4 E-HYBRID
Price 1억5980만 원
Engine 2894cc V6 가솔린 트윈터보+전기모터, 462마력@6000rpm, 71.4kg·m@ 1100~4500rpm
Transmission 8단 PDK, AWD
Performance 0→100 4.6초, 278km/h, 12.3km/ℓ,
CO₂ 74g/km
Weight 2240kg

이세환 사진 최대일

김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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