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 하이브리드 vs 어코드 하이브리드

서로 견제하고 뛰어넘으며 성장한 캠리와 어코드, 둘 중 어떤 걸 선택해도 후회할 일은 없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를 꼭 가려야 한다면?

경쟁자를 뜻하는 라이벌(rival). 라이벌의 어원은 강(river)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라틴어로 강은 리부스(rivus), 그 강을 공유하는 이웃은 리발리스(rivalis)다. 즉, 라이벌은 강물을 함께 마시고 살아가는 이웃이자 경쟁자인 셈이다. 캠리와 어코드는 진정한 라이벌이라 할 만했다. 둘은 거대한 북미 시장에서 엎치락뒤치락 순위 경쟁을 펼치며 진화했다. 캠리가 발전하면 어코드는 그보다 더 성장했고, 둘은 서로를 견제하고 뛰어넘으며 무려 37년 동안 경쟁자로 공존했다.

쟁쟁한 라이벌이 있다는 건 토요타와 혼다에는 무척 피곤한 일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우리는 캠리와 어코드를 비교하기를 즐기며 더 나은 캠리와 어코드를 누려왔다. 그 결과, 둘 중 어떤 걸 선택해도 실패가 없었다. 둘 모두 훌륭한 중형 세단이자 최고의 패밀리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캠리와 어코드의 승부를 다시 한번 가릴 생각이다. 출퇴근하기 편한 세단인지, 패밀리카로서 능력은 충분한지, 연비는 누가 더 좋은지.

캠리 하이브리드(이하 캠리)와 어코드 하이브리드(이하 어코드)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영국 <car>의 기자들처럼 장기 시승 기회는 없었지만 캠리는 나와 인연이 깊었다. 출시와 함께 치러진 시승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기사에서 여러 번 캠리를 다뤘고 그때마다 나는 캠리를 자주 몰았다. 캠리는 여러 모로 완성도가 높은 차였다.

승차감이 부드러웠고 실내는 안락했으며 매우 성숙한 주행 감각이 돋보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운전석에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그에 반해 어코드는 영 기회가 닿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일정이 겹쳐 만나지 못하거나, 다른 기자가 어코드를 온종일 몰고선 그대로 퇴근해버렸다. 어코드에 대한 나의 기억은 아주 괴상한 외모를 가졌다는 점과 시트 위치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개인적으로 시트 위치가 낮은 차를 선호한다).

먼저 익숙한 캠리에 다시 올랐다. 다소 난해한 외모가 눈에 익숙해졌고 어지러웠던 인테리어조차 친근했다. 처음엔 디자인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만지기조차 싫었지만 이제 보니 그것도 캠리의 매력이었다. 모든 걸 깔끔하게 정리하는 독일 브랜드와 달리, 토요타의 독특한 디자인은 어느덧 개성으로 발전했다. 가끔씩 너무 거대한 그릴을 발견할 때마다 흠칫 놀라긴 했지만 중형 세단다운 중후함과 젊은 토요타의 날카로움이 제법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캠리는 운전석에 앉았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부담스러운 외모와 달리 푸근하고 안락한 콕핏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트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토요타는 캠리의 시트를 새롭게 만들었다. 몸에 닿는 면적을 넓히고 입체적인 형태로 운전자의 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뿐만 아니라 구형보다 시트 높이를 25mm 낮췄다. 덕분에 세단에서 누릴 수 있는 안정된 승차 느낌과 다양한 신체 조건을 무리 없이 수용하는 여유도 품었다. 시트 위치와 더불어 엔진 후드와 대시보드 높이도 낮아졌기 때문에 시야는 여전히 훌륭하다. 섬세함이 돋보이는 설계이자 토요타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나같이 괴상한 얼굴이다. 나도 모르게 만날 때마다 흠칫 놀란다

줄곧 캠리의 뒤를 따라오던 어코드는 실물보다 사이드미러로 볼 때가 더 멋졌다. 아무래도 환하게 빛나는 주간주행등이 어코드의 존재감을 부풀렸나 보다. 어코드는 캠리 못지않게 괴상한 표정이었다. 곤충의 겹눈처럼 잘게 나뉜 LED 헤드램프는 당최 어디를 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혼다의 패밀리 룩은 그릴에 집착하듯 이목구비가 중심으로 모여 있었고 보디 라인은 전통적인 3박스 세단을 벗어나 패스트백에 가까웠다.

어코드의 실내는 익숙하고 정리가 잘되어 있다

나는 길거리에서 어코드를 만날 때마다 이상한 외모를 감수할 만큼 진한 매력이 있다고 믿었다. 그만큼 어코드는 결코 평범하지 않으며, 보편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어코드에 오르면 불편했던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반듯한 대시보드 정갈한 센터패시아가 널찍한 공간을 메우고, 또렷하게 빛나는 8″ 디스플레이가 근사한 태블릿 PC처럼 제구실을 했다. 분위기도 참 세련됐다.

어코드의 푸짐한 시트. 여유롭고 쾌적하다

진짜 같은 우드 트림과 정교해진 다이얼이 푸근한 가죽 시트와 함께 어우러졌고, 무엇보다 말뚝 기어 레버를 뽑아버리고 버튼으로 대체한 기어 셀렉터는 젊은 혼다의 표상이었다. 어코드는 복잡한 도심에서 경쾌하게 반응했다. 언제나 부드럽게 주행했던 캠리에 비하면 한결 날렵한 기운이 감돈다.

엔진 출력은 캠리 승! 전기모터 출력은 어코드 승!

엔진 출력을 따지면 캠리가 178마력, 어코드는 145마력으로 캠리가 더 높지만, 전기모터는 캠리가 120마력, 어코드가 184마력으로 어코드가 훨씬 높다. 게다가 공차중량도 어코드가 100kg가량 더 가볍다. 어코드가 더 민첩하게 반응했던 이유다. 하이브리드 방식은 둘 모두 하나의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가 맞물린 직병렬형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하지만, 동력 전달 방식에서 혼다는 다판 클러치를, 토요타는 PSD(Power Split Device)를 쓴다. 캠리는 위성 기어로 동력을 전달하는 반면 어코드는 엔진 동력을 그대로 바퀴로 전달하는 록업 모드를 지원한다. 효율성은 제원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캠리의 연비는 16.7km/ℓ, 어코드의 연비는 18.9km/ℓ로 효율 면에서 어코드가 한 수 위다.

캠리는 불리한 제원표를 달고 다녔지만 매우 성숙한 주행 질감을 뽐냈다. 부드럽게 파워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정숙함과 풍요로움이 돋보였고, 하이브리드의 복잡한 동력 과정을 정교하게 다듬어 이질감을 완벽하게 지웠다. 오래도록 하이브리드 기술을 고집했던 토요타의 진중함이 파워트레인 곳곳에 스며들었으며, 캠리의 주력 모델이 가솔린이 아니라 하이브리드라고 주장해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고속도로 위에선 단단한 차체와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조화를 이룬다. 굽이진 코너를 빠르게 달려들어도 늘 차분하게 자세를 다잡았고 거친 충격을 걸러내는 능력도 일품이다. 또한, 캠리는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운전 재미와 주행 질감을 농밀하게 다듬었다.

비결은 랙 타입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이다. 그동안 캠리의 스티어링이 그저 조향 기능에만 충실했다면, 신형 캠리는 손맛을 잘 살렸다. 분명 핸들이 더 무거워졌다고 투덜대는 이들보다 운전이 꽤 재미있다고 반기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내가 캠리의 성숙함에 푹 빠져들 때쯤, 반세기의 라이벌 어코드에 다시 올랐다. 깔끔하게 정돈된 인테리어를 감상하며 미래지향적인 버튼을 눌러 출발하는 기분이 색다르다. 마치 시대를 앞서는 최첨단 세단을 모는 느낌이랄까? 앞서 말했듯이 어코드의 시트 위치는 아주 낮았다. 캠리보다 더 낮았기 때문에 나는 어코드에서 더욱 편안한 운전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캠리의 시트가 포근한 엄마의 품이라면, 어코드는 듬직한 아빠의 품이다. 섬세하게 옆구리를 감싸진 않아도 안락함과 여유로움이 남아 있었다.

어코드의 출발은 하이브리드의 편견을 완전히 날려버릴 만큼 경쾌하다. 단순히 발이 가벼운 느낌을 넘어 탄탄한 근육과 끈질긴 지구력으로 속도계를 올리는 데 열정적이다. 디지털 클러스터가 어지럽게 오르내리면서 역동적인 가속감이 이어졌다. 생생한 가속 과정은 물론 실제 가속력도 캠리를 앞선다. 한편 어코드의 엔진은 존재감을 숨기기 바빴다. 비록 배기량도 적고 출력도 떨어지지만, 잘게 부서지는 진동과 회전 질감이 캠리의 엔진보다 탁월했다. 덕분에 엔진이 반복적으로 켜지고 꺼지는 도심에서 더 조용했으며, 시원하게 가속할 때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어코드의 활기찬 모습은 스티어링과 차체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경쾌한 핸들링은 캠리보다 젊고 민첩하게 반응했다. 댐퍼는 단단하지만 스프링은 충분히 부드러웠고, 저속에서 단단했던 승차감은 속도를 올릴수록 유연하게 안정감을 되찾았다. 옥에 티라면 맹목적으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장착된 고효율 타이어다. 엄살이 심한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는 금세 한계를 드러냈고, 그럴 때마다 자세 제어 장치가 호들갑을 떨었다.

어코드의 생기 넘치는 주행 능력도 매력적이지만, 세련된 주행 보조 장비가 더 빛났다. 어코드(하이브리드)는 혼다 센싱 레이더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과 저속 추종 시스템(LSF), 충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 등을 갖추고, 가속과 제동이 빈번한 강변북로에서 톡톡히 제 기능을 다했다. 물론, 캠리 역시 비슷한 기능을 둘렀지만 어코드가 한결 매끈하게 기능했으며, 캠리에는 없는 HUD로 다양한 정보를 쏟아냈다. 최근 화려한 장비를 주렁주렁 달고 나오는 국산차(특히 현대와 기아) 수준을 고려하면, 캠리는 겨우 턱걸이 수준으로 구색을 갖춘 데 반해, 완전무장한 어코드는 흠잡을 데 없다.

비록 캠리가 어코드에 비해 보수적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제멋대로 평가할 생각은 없다. 캠리는 여전히 완숙한 솜씨를 발휘하며 패밀리 세단으로서 훌륭한 성능과 품질로 우리를 사로잡았다. 또한, 세단의 품격에 걸맞은 승차감과 감성 품질이 공존했으며, 진중한 손맛을 더한 변화도 돋보였다. 하지만 나는 어코드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둘 모두 개성이 진하게 밴, 완전히 다른 맛이지만 어코드의 민첩함이 운전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활기찬 파워트레인이 출력에 대한 갈증을 말끔히 잊게 해주었다.

실내는 깔끔한 인테리어 속에서 첨단 장비가 눈길을 끌었으며, 디지털 트렌드에 충실한 인포테인먼트와 똑똑한 주행 보조 장비의 조화가 더 매력적이었다. 눈엣가시 같은 앞모습만 빼면 어코드는 완벽한 베스트셀러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참고로 우리는 캠리와 어코드 비교 시승에서 연비를 측정했다. 만약 둘의 승패를 가리지 못할 때 연비로 승패를 가르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동시에 연비 측정을 시작했으며 둘은 똑같은 경로로 이동했다. 공교롭게도 결과는 둘 다 18.1km/ℓ로 무승부였다.

글 김장원 | 사진 최대일

Toyota Camry hybrid
Price 4250만 원
Engine 2487cc I4 가솔린+전기모터, 178마력@5700rpm, 22.5kg·m@3600~5200rpm, 시스템 출력 211마력
Transmission CVT, FWD
Performance 0→100 N/A, N/A km/h, 16.7km/ℓ, CO₂ 95g/km
Weight 1655kg

Honda Accord Hybrid
Price 4470만 원
Engine 1993cc I4 가솔린+전기모터, 145마력@6200rpm, 17.8kg·m@3500, 시스템 출력 215마력 Transmission CVT, FWD
Performance 0→100 N/A, N/A km/h, 18.9km/ℓ, CO₂ 82g/km
Weight 155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