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마스터, 상용차 시장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국내 소형 상용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르노 마스터. 현재 소형 상용차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럽 무대에서 성장한 마스터 역시 만만치 않다. 이제 막 한국 땅을 밟은 르노 마스터의 역량과 경쟁력을 가늠해본다.

르노 마스터? 그런 차도 있었어?

김장원 기자: 당연히 모를 수도 있다. 한국에선 모든 승합차가 ‘봉고차’로 통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르노 마스터는 38년 동안 유럽 시장을 넘어 전 세계에서 짐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1세대 마스터는 1980년 최초로 출시됐다. 1997년엔 2세대, 2010년엔 3세대로 거듭났으며, 얼마 전 출시한 마스터는 3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이세환 기자: 유럽의 LCV(경상용차) 시장은 지난해 판매량이 200만 대를 넘었을 만큼 크고 중요한 시장이다. 유럽인들은 LCV의 다재다능함을 이용해 상용차, 캠핑카, 미니밴 등 다방면으로 활용한다. 한마디로 유럽은 LCV의 치열한 전쟁터나 다름없다. 르노 마스터는 LCV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존재. 포드 트랜짓, 벤츠 스프린터, 피아트 두카토, 이베코 데일리 등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짐차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김장원 기자: 국내 출시된 마스터는 ‘마스터 S’와 ‘마스터 L’로 나뉜다. 적재함 기준으로 마스터 S는 길이 2505mm, 너비 1705mm, 높이 1750mm, 마스터 L은 길이 3015mm, 너비 1705mm, 높이 1940mm다. 캐빈은 3명이 타도 충분할 정도로 널찍하고 수납 공간은 무려 15개에 달한다. 특히 대형 화물차에서나 볼 수 있는 오버헤드 콘솔까지 갖췄다.

이세환 기자: 생김새만 보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브랜드는 나름의 차별점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마스터에는 1500rpm부터 36.7kg·m의 최대토크를 뿜어내는 트윈터보 디젤 엔진이 들어가 앞바퀴에 충분한 힘을 전한다. 오토 스톱 & 스타트 시스템도 마련했다. 그보다 주목할 건 안전 장비. 차선 이탈 경보 및 경사로 밀림 방지 시스템, 트레일러 흔들림 조절 기능과 브레이크 어시스트 시스템 등 동급에서 찾기 힘들 만큼 풍성한 안전 장비가 들어간다.

변신의 귀재, 마스터?

김장원 기자: 국내에서는 아직 상용차(짐차가 맞다)뿐이다. 하지만 르노 마스터는 드롭사이드(1톤 트럭과 같은 방식), 내장탑차, 17인승 미니버스, 6/9인승 콤비, 캠퍼 밴, 냉동탑차, 심지어 주문 제작 방식 컨버전 모델도 제공한다. 이 중 가장 매력적인 건 17인승 미니버스와 콤비다. 스타렉스뿐인 유치원 버스나 학원 버스도 이제 바뀔 때가 됐다.

이세환 기자: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유럽에는 마스터의 전기차 버전인 마스터 Z.E.도 있다. 33kWh 배터리와 76마력짜리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전기 상용차다. 더 놀라운 건 유럽에 다양한 형태의 마스터가 있는데, 수많은 형태의 마스터 전기차도 존재한다는 거다. 유럽 기준으로 마스터 Z.E.의 주행 가능 거리는 약 200km. 이 정도면 아이들을 위한 미니버스로 꽤 괜찮지 않을까? 배출가스 없고 덜덜거리지 않는 친환경 미니버스 말이다.

마스터를 구워? 삶아?

김장원 기자: 마스터를 요리하는 방법은 달걀 요리만큼 다양하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서 푸드 트럭으로 쓰든, 샛노란 어린이집 차로 활용하든, 4륜구동 모델로 오프로드 바이크를 싣고서 야산으로 떠날 수도 있다. 문제는 아직 마스터의 다양한 컨버전 모델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우선적으로 국내 중소기업과 협력해 다양한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라 말했다. 그래도 늦어진다면 유럽의 컨버전 모델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환 기자: 수많은 마스터 활용법이 있을 텐데, 나라면 마스터를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캠핑카로 만들어 시간 날 때마다 삶의 여유를 만끽하러 떠나겠다. 이미 스타렉스와 쏠라티, 포터를 활용한 각종 캠핑카 버전이 나와 있지 않은가? 허리를 굽히지 않고 서서 다닐 수 있는 뒷공간은 기능적인 분할을 통해 주방과 화장실로 바뀔 것이며, 이마저 모자란다면 작은 트레일러를 뒤에 달고 전국을 유랑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알겠는가? 마스터 캠핑카로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될지?

겨룰 상대는 누구야?

김장원 기자: 수치로 봐선 감이 안 잡힐 수도 있다. LCV에 해당하는 마스터는 워낙 다양한 버전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크기도 제각각이다. 국내에 출시된 마스터 S와 마스터 L은 마스터 전체 라인업에 비하면 작은 편에 속한다. 맞상대를 꼽자면 현대 쏠라티나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프린터다. 그러나 용도를 따지면 스타렉스 3밴이나 포터Ⅱ 등 상용차로 활동하는 모든 차가 마스터를 의식할 것이다.

이세환 기자: 4000만 원에 출시할 것이란 예상보다 1000만 원이나 낮은 2900만 원(길이가 긴 버전은 3100만 원)이라는 가격에 등장한 바람에, 마스터의 진입 장벽은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아졌다. 마스터는 현대 쏠라티 밴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췄으며, 스타렉스나 포터보다 짐 싣기 수월한 공간 활용성을 지녔다. 현대차가 독식하다시피 거느리고 있는 소형 상용차 시장에 강력한 적수가 나타났다.

해볼 만한 싸움일까?

김장원 기자: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스타렉스 밴과 비교해보자. 스타렉스 밴 적재함은 길이 2375mm, 너비 1620mm, 높이 1340mm다. 기본형인 마스터 S와 비교했을 때 마스터가 130mm 길고 85mm 넓으며, 높이는 무려 410mm 높다. 게다가 상면고(노면부터 적재함까지 높이)가 매우 낮아 짐을 싣고 내리기도 더 쉽다. 아쉬운 건 마스터의 경우 6단 수동변속기뿐이라는 점이다. 르노삼성은 시장 상황을 보고 6단 자동변속기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세환 기자: 솔직히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포터와 스타렉스를 애용하던 수많은 충성 고객과 업체에서 순식간에 마스터로 마음을 돌리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게다가 구급차와 어린이 보호차, 캠핑카 등 다양한 형태의 라인업이 안착해 있는 상황에서 밀폐형 상용차 형태 하나만 가진 마스터로 도전하는 건 많은 이들이 무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한정적이었던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 하나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야 한다. 마스터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한국에 맞는 다양한 라인업을 한시바삐 개발하거나 들여와야 한다.

김장원, 이세환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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