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칼럼] 스프링 튜닝의 목적

정지 상태에서 캠버나 토 조정만으로 핸들링 성능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 서스펜션 튜닝이 어려운 이유는 쉼 없이 움직이는 기계 요소이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자동차의 서스펜션 반응은,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를 통해 예측할 수 있다.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는 휠의 상하 움직임에 따라 캠버, 토, 유연성 등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나타내는 일종의 공식이다.

좋은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는 가속, 감속, 회전 등의 여러 조건에서 고르게 타이어 접지력을 유지시켜준다. 서스펜션을 구성하는 모든 컴포넌트의 상대적 위치는 휠의 상하 위치에 따라 바뀐다. 즉, 서스펜션 요소의 모든 반응은 휠 움직임의 종속 변수다. 따라서, 휠의 움직임이나 요동이 적을수록 서스펜션 반응과 밸런스 변화가 적고 그 결과 타이어 접지력 변화도 줄어든다. 휠의 움직임을 지배하는 가장 큰 인자는 하중 이동과 노면의 형상이다. 휠이 받는 하중 이동과 노면 충격으로부터 타이어 접촉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부품이 오늘 살펴볼 서스펜션 스프링이다. 스프링은 강성으로 그 성능을 나타내는데, 같은 무게로 눌렀을 때 변형이 작으면 상대적으로 단단한, 변형이 크면 부드러운 스프링으로 판단한다. 서스펜션 스프링을 선택함에 있어서 크게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차량 전체의 무게와 이 무게가 각 바퀴에 배분되는 정도다. 무거울수록 이 힘을 지탱하기 위해 스프링 강도는 커져야 한다. 당연히 하중이 많이 쏠리는 휠에 더 단단한 스프링을 써야 한다. 엔진이 앞쪽에 있으면 전륜에 더 단단한 스프링이 필요하다. 엔진이 뒤에 있는 포르쉐 911 같은 자동차는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 둘째, 지면과 차체 바닥 사이의 높이, 즉 차고다. 차고는 낮으면 낮을수록 차체 무게중심이 낮아져 하중 이동이 줄어든다. 그 결과 밸런스 변화가 적어져 타이어의 접지력이 좋아진다. 낮은 차고는 공기저항도 적다. 차체의 높이를 낮춘다는 것은 휠이 상하로 움직일 수 있는 여유를 삭감한다는 의미다.

차고가 낮아지면 노면 충격 시 ‘Bottoming-out’이라 불리는, 서스펜션 충돌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차고는 얼마나 낮추는 것이 좋을까? 이 대목에서 세 번째 고려 사항이 등장한다. 노면 상태가 판단의 근거가 된다. 차고의 지점은 달려야 할 노면의 매끄러운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공사를 막 끝낸 아스팔트처럼 노면이 매끄럽다면 차고가 매우 낮아도 된다. 노면으로부터 오는 충격이 적기에 서스펜션이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이다. 반대로, 울퉁불퉁한 노면을 달려야 한다면 차고는 높이되 더 부드러운 스프링을 사용함으로써 노면으로부터 전달되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도로를 달리고 있는 일반적인 자동차는 휠마다 스프링 강도를 독립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앞뒤 스프링의 상대적인 강도 차이는 핸들링 밸런스에 악영향을 미친다. 핸들링 밸런스는 오버스티어, 언더스티어로 대표되는 핸들링 특성이다. 더 강한 스프링이 장착된 휠 축이 반대쪽 휠 축보다 접지력을 잃기 쉽다. 전후 하중 배분이 정확히 50:50인 자동차가 있다고 가정하자. 전륜 스프링 강도가 더 큰 자동차는 전륜부터 접지력이 줄기 때문에 언더스티어 경향이 높다. 반대로, 후륜 스프링 강도가 크면 오버스티어 경향이 높아진다. 하지만, 전후 스프링 강도를 바꿔 핸들링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언더스티어를 줄이기 위해 앞쪽 스프링 강도를 줄이면 브레이킹 시 앞쪽으로 쏠리는 다이브 현상이 심해진다. 오버스티어를 줄이기 위해 뒤쪽 스프링을 부드럽게 하면 가속 시 차가 뒤쪽으로 쏠리는 스쿼트 현상이 심해진다. 스프링 튜닝의 목적은 직진 주행 시 발생하는 하중을 지탱하고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접지력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핸들링 밸런스 조절을 위한 바람직한 서스펜션 튜닝은 무엇일까? 다음 편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연재한다.

 김남호 사진(bilstein)

김남호 박사는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메커니컬 엔지니어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르노에서 F1과 첫 인연을 맺었고, 현재 르노 스포트 F1 팀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