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의 저격수, 토요타 아발론

한국에서 아발론은 지고 그랜저는 떴다. 그러나 아직 그랜저가 마음을 놓긴 이르다. 5세대로 진화한 아발론이 그랜저를 정조준한다

1세대 토요타 아발론은 거대한 차체에 V6 엔진을 품고서 품격 있는 자태로 도로 위를 압도했다. 당시에 그랜저도 국산 최고의 고급차로 통했지만 아발론에 비하면 상대가 안 됐다. 크기로 보나 성능으로 보나, 아발론은 그랜저를 손쉽게 압도했다. 하지만 그랜저의 성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였다. 아발론과는 다르게 젊음을 강조했고 최신 트렌드에 걸맞은 첨단 장비와 주행 성능을 자랑했다. 한국 시장에서 정체된 아발론은 너무나도 쉽게 챔피언 벨트를 내주었다. 그랜저는 승승장구했고 아발론은 존재감이 희미했다.

신형 아발론은 잘나가는 챔피언 그랜저를 정조준한다.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과 하이브리드 엔진을 품고서 첨단 안전 장비와 넉넉한 크기로 경쟁력을 높였다. 외관은 과감한 변화의 시작을 알린다. ‘테크니컬 뷰티(Technical Beauty)’라는 디자인 컨셉트로 진화한 아발론은, 과감한 선과 입체적인 구성으로 남성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사실 과거의 토요타 자동차는 차체가 좁고 높아서 이상적인 비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신형 아발론은 길이와 너비를 15mm 늘였으며, 차체 높이와 오버행은 각각 25mm, 35mm 줄였다. 즉, 세단의 이상적인 황금 비율을 실현한 것이다.

비결은 저중심 차체 설계로 완성된 TNGA 플랫폼이다. 잘 만든 플랫폼 하나로 누리는 혜택이 많다. 아발론의 후드와 루프 라인은 낮아지고 휠베이스는 늘어났으며 시트 위치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강렬한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다.

그릴은 아발론의 얼굴 대부분을 차지하며 직선을 강조한 캐릭터 라인이 날렵한 실루엣을 만든다. 뒷모습은 중후한 세단 느낌을 부각시켰다. 낮아진 트렁크와 길게 연결한 테일램프가 날렵한 뒤태를 만드는 데 단단히 한몫한다.

실내로 들어서면 광활한 풀사이즈 세단 공간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 원가 절감에 시달렸던 이전 아발론에 비해 트림 소재가 개선됐고 지능적인 설계가 돋보인다. 플로팅 센터패시아는 조작할 때 몸을 기울일 필요가 없어 다루기 매우 편리하다. 꼭 필요한 기능은 버튼으로 구성하고 9″ 터치스크린으로 구색을 갖췄다.

국내 출시한 아발론은 오직 하이브리드 모델뿐이다. 2.5ℓ 다이내믹 포스 엔진은 뛰어난 동력 성능과 세계 최고 수준의 연소 효율을 자랑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파워 컨트롤 유닛의 크기를 줄이고 전기모터의 배치를 변경했으며, 배터리의 위치를 뒷좌석 시트 아래로 옮겨 무게 배분에 신경 쓰고 트렁크 공간을 더욱 넓혔다. 218마력(시스템 총출력)의 아발론은 부드럽고 가뿐하게 가속한다. 엔진이 재잘거리는 사이 전기모터가 파워를 충분히 뿜어내 가속이 쉽고 빠르다. 단, 작정하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하이브리드의 한계는 드러난다. 그러나 대형 세단의 여유와 품격을 즐기기엔 이미 충분한 출력이다.

아발론의 강점은 고속도로 위에서 두드러진다. 시승 내내 비가 내렸지만 아발론은 묵직하게 노면을 움켜잡으며 쾌적한 질주를 이어갔다. 순항 중에 푹신한 승차감과 균형감이 공존하며, 묵직한 스티어링으로 운전 질감을 생생하게 살렸다. 과거의 아발론이 노면과 단절된 자동차였다면, 신형 아발론은 운전자와 소통하려는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빗물이 바닥에 튀고 유리창에 부딪히며 이따금 요란한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아발론의 실내는 매우 평온하고 조용했다. 어쿠스틱 글라스와 꼼꼼하게 적용한 흡음재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단 하나의 트림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한국 시장에 걸맞은 첨단 안전 장비와 편의 장비를 갖췄다. 특히 능동형 안전 장비인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는 소비자의 마음을 열게 하는 든든한 사양 중 하나다. 4660만 원이라는 가격도 참 괜찮다. 뒷좌석 열선 시트와 메모리 시트 부재 등 아쉬운 점도 있지만, 하이브리드 엔진과 전반적인 품질을 고려하면 거품 없는 가격임이 틀림없다. 만약 당신이 그랜저와 아발론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고 하자. 인터넷 검색으로 둘을 비교했다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시승해본다면 아발론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품질과 성숙한 주행 성능은 그랜저를 타던 사람의 마음까지도 흔들어버린다.

글 김장원

Toyota Avalon Hybrid
Price 4660만 원
Engine 2487cc I4 가솔린 하이브리드, 178마력@5700rpm, 22.5kg·m@3600~5200rpm, 시스템 총출력 218마력 Transmission CVT, FWD
Performance 0→100 N/A 초, N/A km/h, 16.7km/ℓ, CO₂ 96g/km
Weight 1660kg

김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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