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쿠페의 맛을 담은 BMW X2

X2는 BMW가 내린 원액이다. 작지만 스타일리시하고 해치백처럼 날렵하다. 낯선 스타일이 처음엔 어색할 수도 있다. 쿠페도 아니고 해치백도 아니고 그렇다고 SUV라고 부르기엔 차체도 너무 낮다. 우리는 이런 차를 보고 크로스오버라 편하게 부르지만, BMW는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ports Activity Coupe, SAC)라고 말한다.
서로 다른 성질의 SUV와 쿠페를 버무린 황당한 조합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X6에 열광했고 X4를 위시 리스트에 넣었다. X2는 BMW SAC 중 가장 작다. 작아도 허술한 구석이 없다. SUV의 실용성과 쿠페의 섹시한 매력을 두루 챙기고, 작은 차를 깔보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쥐어박을 만큼 당돌하다.

사실 출시가 조금 늦었다. 지난 6월 부산 모터쇼에서 모습을 공개하고, 계획대로라면 지난여름에 화려한 데뷔 무대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BMW는 화재 사건 때문에 대규모 리콜을 진행하느라 진땀을 뺐다. 결국 혈기 왕성한 BMW X2는 화려한 무대 없이 조용하게 출시했다. 악동 같은 X2를 침묵 속에 맞이해야 한다니 BMW나 우리나 아쉽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BMW X2를 글로벌 무대에서 처음으로 공개했을 때부터 기대가 컸다. BMW가 만드는 작은 차의 매력이 구미를 당겼고, 치열해진 콤팩트 SUV 시장을 상대할 BMW의 결과물이 궁금했다. 이 시장엔 아우디 Q2, 메르세데스 GLA가 서식하고, 미니 컨트리맨과 레니게이드도 두꺼운 팬층을 몰고 다니는 곳이다. 하지만 X2는 그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BMW X2를 보면 쿠페의 날렵함이 눈에 띈다. 낮은 루프 라인과 예리하게 꺾인 C필러가 역동적인 실루엣을 강조했다. 그러나 X4와 X6의 루프 라인과는 또 다르다. X2의 독특한 모습은 쿠페와 해치백을 이종교배한 별종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예전에 만났던 적이 있다. 맞다. 최초의 X1이 낮은 차체와 SUV 하체를 조합해 진정한 크로스오버를 제안한 적 있다. 구형 X1을 더 세련되고 예리하게 다듬은 차가 바로 X2였다. 젊은 피 X2는 BMW의 단정함을 벗어던지듯 작은 차체에 역동적인 선으로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또렷한 눈매와 탄탄한 근육으로 다져진 외관은 남성적이고 도시적이다.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역시 C필러다. 1960년대를 주름잡았던 2000 CS와 3.0 CSL처럼, 클래식 BMW 쿠페의 상징적인 자리에 BMW 엠블럼이 반짝거린다.

누구나 고민 없이 기능을 다룰 수 있는 심플함이 X2 콕핏의 주제다. 실내는 멋보다 기능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운전석 쪽으로 기울인 센터패시아와 입체적인 구조가 전형적인 운전자 중심의 콕핏을 지향한다. 아날로그 계기반, 단정하게 배치한 버튼과 다이얼, 터치를 지원하는 i드라이브 역시 절제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장 반가운 건 두툼한 M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몸을 안락하게 감싸는 시트다. 콕핏에 들어서면 마치 날렵한 핫 해치에 오른 듯, 운전자를 부추기는 콕핏을 만날 수 있다. 정말 다행인 건, X2가 쿠페를 꿈꾸는 SUV지만 뒷좌석 공간을 충분히 마련했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좁아터진 뒷좌석을 너그럽게 용서할 수 없는 법이다. X2는 욕심 많은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듯 뒷좌석 공간을 마련했다.

비결은 역시 UKL2 플랫폼에 있다. 액티브투어러, X1과 공유하는 플랫폼은 전륜구동 중심으로 유연한 설계가 가능하며, 2670mm의 휠베이스를 레그룸에 할애했다. 또한 X2는 X4나 X6와 달리 패스트백 스타일의 루프 라인을 보여주는데, 이는 뒷좌석 헤드룸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적인 비결이기도 하다. 넓고 낮은 자세에 비하면 시트는 제법 높게 올라와 있으며, 덕분에 타고 내리기도 쉽고 운전자 시야도 매우 좋다. 470ℓ의 트렁크는 동급에서 단연 돋보이는 수치다. 40:20:40 폴딩 시트를 활용해 스키나 자전거를 싣기에도 충분하다. 그뿐만 아니라 여유로운 도어 포켓을 마련해 페트병이나 텀블러 등 현대인들의 자질구레한 소지품을 모두 집어삼킨다.

X2의 파워트레인은 2.0ℓ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국내 사양은 모두 x드라이브를 탑재해 상시 4륜구동으로 움직인다. 엔진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로 작은 몸집에 비하면 충분한 파워다. B47 엔진은 출력에 따라 싱글 또는 트윈터보를 적용하는데, 국내에 출시한 X2는 가변형 싱글터보가 적용된 엔진이다. 1시리즈부터 5시리즈까지, 이미 많은 BMW 모델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모듈러 엔진이기에 성능을 의심할 필요 없다.

X2는 언제나 강력한 힘과 높은 효율을 약속한다. X2를 몰아보면 경쾌한 몸놀림에 푹 빠져든다. 가속은 언제나 활기차고 탄탄한 토크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0→100km/h 가속은 7.7초로 빠른 편이며, 고속구간에서 끈기 있게 달리는 뚝심도 대단하다. 작은 차체와 강력한 엔진의 조합은 젊은 X2를 상징하듯 언제나 쾌활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자동 8단 변속기와 궁합도 매우 좋다. 저속 구간에서 잘게 나눈 기어가 효율을 높이고 수동 모드에서 민첩함이 빛을 발한다.

명령에 충실한 변속기는 자꾸만 수동 변속을 부추긴다. 확실한 직결감으로 엔진을 요리하는 재미가 쏠쏠하며, 전자식 기어 레버가 전달하는 조작감도 깔끔하다.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패들 시프트가 빠져 있다는 것. 짝꿍 잃은 두툼한 M 스티어링 휠이 왠지 허전해 보인다. 시승차는 M 스포츠 패키지로 안팎을 M 전용 부품으로 채웠다. 가장 매력적인 건 역시 서스펜션이다. M 스포츠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올라간 X2는 더욱 단단한 스프링과 댐퍼로 코너링 성능을 확보하고 낮아진 차체로 안정된 자세를 뽐낸다.

무엇보다 M 스포츠 서스펜션과 UKL2 플랫폼의 조화가 일품이다. X2는 코너 앞에서 늘 자신감이 넘쳤다. 어떤 코너를 만나든 변덕 없는 그립과 절제된 자세를 유지하고, 뚜렷한 턴 인 질감과 경쾌한 몸놀림으로 도심을 누볐다. X2를 조금만 몰아본다면 누구나 운전의 재미를 깨우치고 즐기게 된다. 운전을 잘하든 못하든 한결같이 정직한 움직임으로 신뢰를 준다. x드라이브는 4륜구동의 우둔함과는 거리가 멀다. 비록 후륜구동의 진지한 행보와는 거리가 있지만, 적어도 운전자의 산통을 깨는 일은 없다. X2는 코너 앞에서 어물쩍거리는 SUV를 거부한다. 우둔한 SUV라기보다 차라리 잘 조율된 해치백에 가깝다.

X2의 또 다른 매력은 작고 날렵하지만 여전히 실용적인 영역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스포티한 성격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쿠페부터 SUV까지 아우를 수 있는 주행 성능과 편안함이 공존한다. 덕분에 X2를 타면서 누릴 게 많다. 개성 있는 스타일을 즐기거나 짜릿한 운전 재미를 만끽해도 좋고, 여러 장비를 가득 실어 캠핑을 떠나기에도 그만이다.
급격하게 팽창하는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에서 X2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개성 있는 스타일? 솔직히 Q3나 E-페이스도 멋진 디자인을 제안한다. 알찬 실용성? GLA나 컨트리맨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놓치고 있는 것을 X2는 거머쥐었다. 소형 크로스오버가 해치백을 대체하면서 잃어버린 것, 바로 운전자에게 신뢰를 주는 주행 경험과 엔도르핀을 뿜게 하는 운전의 즐거움을 다시 한번 일깨운 것이다.

LOVE 사랑스러운 주행 질감과 운전 재미
HATE 패들 시프트 없이 변속하라고?
VERDICT SUV 탈을 쓴 고성능 해치백

BMW X2 xDrive20d M Sport Package
Price 6190만 원
Engine 1995cc I4 터보 디젤, 190마력@4000rpm, 40.8kg·m@1750~25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7.7초, 221km/h, 14.2km/ℓ, CO₂ 133g/km
Weight 1710kg

김장원 사진 최대일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