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UG IN SUV

크고 작은 SUV에 플러그가 생기기 시작했다. 디젤 엔진의 단점을 말끔히 씻어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단계인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SUV=디젤’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날로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로 인해 예전만큼 디젤 엔진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가솔린 엔진을 얹은 SUV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건 아니다. 아직까지 SUV는 디젤 엔진이 많이 팔리고 있다. 오늘 만날 2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는 BMW X5 40e(이하 X5)와 볼보 XC90 T8(이하 XC90)이다. 2대의 SUV는 브랜드 전체적인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의 이름을 널리 알린 전설적인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X5의 등장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단 혹은 왜건형 모델에 라인업이 집중된 BMW가 뒤늦게 SUV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BMW는 세단과 같이 편안하고 날카로운 핸들링을 겸비한 SUV를 만들었고 결과는 엄청난 인기 모델로 등극했다. 그렇게 BMW의 첫 SUV가 탄생한 것이다. 4세대 X5가 공개된 마당에 3세대 X5를 시승한다는 게 조금 의아하겠지만, 우리는 시승기를 쓰려는 게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품은 SUV를 만나려는 것이다.

BMW의 친환경 자동차 모델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BMW의 상징과도 같은 키드니 그릴이 푸른빛을 띠고 있다는 사실인데, 내연기관 모델과 구분되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또한, 펜더에 있는 배터리 충전 소켓과 레터링 정도만 일반 모델과 다른 점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의 X5는 BMW의 플래그십 모델 7시리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같은 파워트레인이지만 출력은 약간 다르다.

4기통 2.0ℓ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으로 313마력의 최고출력과 45.9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도 계기반과 전기 장치의 조명이 들어오면서 출발 준비를 알릴 뿐 엔진은 깨어나지 않는다. 엔진이 깨어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큰 덩치가 무색하게 부드럽고 매끈하게 움직인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이 깨어나지만 정체가 심한 출퇴근 상황에서는 기름 한 방울 태우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다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계기반에는 배터리 잔여량이 표시되는데, 날씨가 추웠던 만큼 빠르게 배터리가 소진되고 있었다. 보통 하이브리드는 연료 효율에만 집중한 나머지 운전의 재미가 떨어진다고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전기모터의 장점인 즉각적인 파워 분출로 내연기관보다 더욱 경쾌하게 달리기도 한다. X5 역시 그렇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한다. 엔진 자체는 245마력의 출력을 보여주기에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전기모터의 도움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엔진 회전이 매끄럽고 디젤 엔진의 소리가 없기에 만족감은 매우 높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시내 주행이다. 엔진은 배터리 잔여량과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양에 따라 개입하지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히 전기모터로만 달릴 때에는 만족감은 배가 된다.

다른 BMW와 마찬가지로 8단 자동변속기는 손에 쥐는 느낌이 참 좋다. 변속이라는 본연의 임무 역시 잘 수행해낸다

과거 덩치가 큰 SUV가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시절도 있었지만, 시내 주행이 주를 이루는 소비자라면 디젤 엔진보다 연료 효율을 더 잘 뽑아낼 수 있겠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가속 페달은 민감해지고 모든 시스템이 바짝 긴장한다. 코너에서도 답답한 구석은 없다. 디젤 엔진을 올린 모델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아무래도 하이브리드라는 모델에 맞게 연료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운행할 때 뿌듯함이 밀려온다.

볼보의 XC90 역시 역사가 짧은 편이다. XC90의 등장은 2002년으로 우리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던 때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XC90은 오늘 시승에 참여한 현행 모델부터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며 인기가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과거 XC90은 ‘안전’을 제외하면 그다지 내세울 게 없었던 모델이다. 디자인은 투박했고 달리는 게 즐겁지도 않은 평범한 모델이었다. 그런 XC90이 디자인의 혁명을 일으키며 나타난 것이다. 이후 등장한 S90, XC60, XC40 등도 비슷한 디자인 언어를 받아들이며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인기 모델은 수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덕분에 볼보코리아도 입이 귀에 걸렸다. 볼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체질을 개선했다.

실린더는 4개와 3개만 갖추기로 했고 성능에 따라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조합한 트윈 차저, 거기에 전기모터를 추가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폭을 넓혔다. 물론, 모델에 따라 고성능 브랜드인 폴스타가 손댄 모델도 등장한다. X5와 마찬가지로 XC90 역시 4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결합이다. X5는 가솔린 터보지만, XC90은 슈퍼차저까지 가세한다. 덕분에 엔진 자체의 최고출력은 318마력, 40.8kg·m로 부족하지 않은 수치다. 전기모터는 87마력, 24.5kg·m의 토크를 생성한다. 결과적으로 T8은 405마력의 최고출력을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휠에 전달한다.

볼보는 크리스털을 사랑하나 보다. 공예품을 갖다놓은 듯 인테리어에 참 잘 어울린다

인테리어도 BMW와 많이 다르다. 가로로 펼쳐진 디스플레이 모니터와 직관적인 버튼이 자리한 BMW. 세로 모니터에 대부분의 기능을 담고 버튼을 최소화한 볼보. 정답은 없다. 순전히 개인 취향이라고 할 수 있다. XC90 역시 매끄럽게 움직인다. 엔진이 잠자고 있기에 차 밖 상황이 더욱 크게 들리는 것 같다. 그렇게 몇 개의 사거리를 통과하고 속도를 올리자 엔진이 깨어났다. XC90은 400마력이 넘는 출력을 참 교묘하게 숨겨놨다. 밟는 즉시 튀어 나가는 느낌이 아니다. 1마력, 1마력을 알뜰하게 꺼내 쓰는 느낌이다. 경거망동하지 않은 채 부드럽게 절도 있게 속도를 올리는데,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기능 대부분을 쓸어 담았다. 내비게이션이 시원하게 보인다

X5와 XC90 모두 실내는 넓고 안락하며 고급스럽다. 다만, 지향점이 다르다. BMW는 오래전부터 유지해온 그들의 아이덴티티에서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며 조금씩 업데이트되고 있다. 반면, XC90은 디자인의 파격적인 변화가 핵심이다. 외부 버튼을 조금만 두고 모두 터치스크린 안으로 넣어버렸다. 때에 따라서는 즉각적으로 사용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터치감과 반응 속도는 매우 만족스럽다.

2대 모두 실내 공간도 만족스럽다. 덩치가 크기에 배터리 셀이 차지하는 공간으로 인해 손해를 보진 않는다. 서스펜션은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절묘한 타협으로 패밀리 SUV에 적절한 모습이다. XC90은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 24km 전기모터로만 움직일 수 있다. X5 역시 20km 내외다. 세단 형태에 비하면 조금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곧 등장할 4세대 X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40e가 아닌 45e x드라이브 i퍼포먼스로 이름이 바뀐다)는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으로 394마력의 최고출력과 61.2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여기에, EV 모드로 80km 정도까지 주행할 수 있으니 지금보다 훨씬 좋아진다. 물론, 다음번 XC90도 엄청난 발전이 있으리라 예상된다.

당분간은 디젤 엔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기화 바람으로 인해 디젤 엔진이 설 자리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디젤 엔진만의 장점으로 주목받던 최대토크와 연료 효율을 전기모터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2대와 함께한 하루. 앞으로 다가올 전기화 바람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될지 생각하게 됐다. 좋은 징조다. 환경을 생각하고 소비자는 더욱 만족스러운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으니 말이다.

BMW X5 xDrive 40e
Price 1억420만 원
Engine 1997cc I4 가솔린 터보+전기모터, 313마력@5000rpm, 45.9kg·m@125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6.8초, 210km/h, 9.4km/ℓ, CO₂ 90g/km
Weight 2375kg

VOLVO XC90 T8
Price 1억3780만 원
Engine 1969cc I4 가솔린 터보+슈퍼차저+전기모터, 405마력@6000rpm, 40.8(모터 24.5)kg·m@2200~54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5.6초, N/A km/h, 9.5km/ℓ, CO₂ 68g/km
Weight 2375kg

최재형 | 사진 최대일,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