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원 칼럼] 현대차를 자랑스러워할 날이 오지 않을까?

페라리를 자랑스러워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우리도 언젠가 현대차를 자랑스러워할 날이 오지 않을까?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나의 아버지는 검은색 스텔라를 몰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스텔라는 제법 멋진 세단이었다. 반듯하게 각진 외관에 무게감을 더한 검은색 차체는 아버지가 매일같이 닦아서 거울처럼 내 얼굴이 비쳤다. 그 후로 아버지의 차는 뉴 쏘나타와 XG 그랜저로 점점 커지고 화려해졌다. 중간에 대우 프린스로 잠시 외도를 즐기긴 했지만, 드라이브를 좋아했던 아버지는 점점 현대차를 선호하고 품질을 인정했다. 무엇보다 XG 그랜저의 프레임리스 윈도와 5단 자동변속기가 아버지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은 것 같았다.
나 역시도 현대차와 인연이 있었다. 군대를 막 전역하고 알뜰하게 모은 돈을 모두 투자해 투스카니를 마련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나의 차 사랑은 절정에 달했다. 얇디얇은 지갑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정비하며 차를 배웠다. 지금은 사라진 문막 발보린 모터파크 서킷에서 멀쩡한 타이어를 신나게 태워버렸으니까. 차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우리 부자와 비슷할 것이다. 우리는 현대차와 어린 시절을 함께하고 지금도 변함없이 현대차를 몰고 다닌다.

지금까지 현대차의 행보를 잠시 돌이켜 보자. 30년 전 현대차는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엑셀을 미국 시장에 처음 출시했다. 당시 엑셀은 4995달러로 동급 모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가격이었다. 현대는 자동차의 본 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과 미국 기업에 비하면 아직 배울 게 많았던 후발 주자였다. 이미 선진화된 자동차를 보고 접한 유수의 자동차 매체는 경험도 부족하고 독자 개발 노선을 고집한 현대를 두고 뼈아픈 비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는 어느덧 10대 글로벌 자동차 그룹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현대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종류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다. 오늘 날 현대는 렉서스, 아큐라, 인피니티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제네시스를 출범하고, BMW M이나 아우디 RS 같은 고성능 브랜드 N까지 선보였다. 나아가 자동차회사의 기술력을 갈고닦을 수 있는 방법으로 모터스포츠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비록 최근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일궈낸 업적이지만 분명 진지한 행보임이 틀림없다.

대표적인 예로 제네시스 G70와 현대 i30 N을 들 수 있다. i30 N은 현대가 만든 골프 GTI다. 작은 차체에 강력한 엔진을 얹은, 수익성과는 동떨어진 i30 N은 수많은 핫 해치와 겨뤄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남양연구소 출신 연구진들과 뉘르부르크링 테스트 센터가 빚어낸 최초의 핫 해치는 이미 수많은 매체와 소비자에게 인정받고 있다. 제네시스 G70도 만만치 않다. 한국산,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관통하고 프리미엄 브랜드가 보여줄 수 있는 감성과 품질을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 실제로 G70는 미국에서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유수의 매체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으며, 기존에 군림했던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에 전혀 뒤지지 않는 품질을 인정받았다.
심지어 바뀐 건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요즘 TV에서 볼 수 있는 팰리세이드 CF는 이 차의 성능이나 기능을 바쁘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아빠와 딸이 팰리세이드를 타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로켓을 보는 장면뿐인데, 딸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을 담아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딸이 없는 나도 아빠 미소가 지어지는데, 딸바보가 된 아빠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분 좋게 흔들렸을까? 물론 아직 현대차에 남은 과제가 더 많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미국 시장을 넘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발돋움 해야 하고, 현대 N은 비현실적인 차로 자존심 경쟁을 펼쳐야 하며, 앞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발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나올 신차보다 현대의 미래가 몹시 궁금하다. 페라리를 자랑스러워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우리도 언젠가 현대차를 자랑스러워할 날이 오지 않을까?

김장원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