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격돌, 푸조 508 vs 폭스바겐 아테온

패스트백 스타일과 파워트레인까지. 푸조 508과 폭스바겐 아테온은 공통점이 많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들이 브랜드 플래그십이라는 것이다

플래그십이란, 브랜드의 모든 걸 쏟아부은 최고 모델이다. 장인 정신을 시작으로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까지 담고 또 담는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7시리즈, 재규어 XJ가 대표적이다. 물론, 지금 언급한 모델은 모두 큰 사이즈다. 보통 플래그십은 이렇듯 덩치가 크고 운전기사가 있는 차로 알려져 있다. 폭스바겐 아테온과 푸조 508은 운전기사를 두지 않는 플래그십 모델이다. 오늘의 두 주인공을 소개하기에 앞서, 플래그십을 맡게 된 상황을 알아보자.

과거 폭스바겐은 ‘페이톤’이라는 대형 플래그십 모델이 있었다. 폭스바겐은 S-클래스, 7시리즈와 경쟁하기 위해 대형 플래그십을 만들기로 계획을 세운다. 페이톤을 만들기 위해 드레스덴에 유리로 된 공장까지 지어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에 이른다. 폭스바겐은 하루 생산 물량이 얼마 되지 않을 만큼 그들의 노하우와 정성을 가미해 최고의 세단을 만들었다. 부품은 자회사인 아우디 A8, 벤틀리 플라잉 스퍼와 공유했으니,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가는 모델이었다. 그런데, 실패했다. 판매량이 받쳐주질 못했다. 차가 나빠서가 아니라, 소형차를 만들던 회사에서 나온 대형 고급 세단을 사주지 않았던 거다. S-클래스와 7시리즈 그리고 자회사인 아우디 A8의 벽이 너무 높았다. 결국 2016년 페이톤은 생을 마감한다. 막대한 돈을 투자했던 드레스덴 공장은 이런저런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약간의 리모델링 과정을 거치고 전시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폭스바겐의 최고 자리는 CC가 맞게 됐고 오늘 만나볼 아테온에 이르게 된다.

푸조 508의 첫 등장은 2010년 열린 파리 모터쇼다. 508이 등장하면서 푸조는 2대의 차를 떠나보내야 했다. 407과 607이 그 주인공인데, 참 보기 드문 일타쌍피가 아닐 수 없다. 508이 야심 차게 등장한 건 맞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크기도 모호하고 이렇다 할 신기술도 없었다. 소비자는 독일차를 더 선호했다.

그런 508이 두 번째 모델로 등장하기까지 꽤 많은 노력이 있었다. 새로운 모델을 만들 때는 기본적으로 크기를 더욱 크게 만드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508은 오히려 크기를 줄였다. 508은 전장을 80mm, 전고는 60mm 줄였다. 대신, 전폭은 20mm 늘여 낮고 넓은 비율을 갖게 됐다. 큰 틀에서 보면, 정통 세단에서 패스트백 디자인으로 전향한 것이다. 1mm 차이에도 달라지는 자동차 디자인에서 센티미터 단위로 변화를 줘 508을 개발한 것이다.

508의 앞모습은 아테온보다 더욱 시선을 잡아끈다. 헤드램프 끝단에서 시작된 주간주행등이 범퍼를 타고 비스듬히 흘러내린다. 누가 봐도 푸조의 엠블럼인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강조하는 시대에 이런 시도가 매우 참신해 보인다. 또한, 입체적인 크롬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풀 LED 헤드램프를 적용해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인상을 심어준다. 짧아진 전장과 낮아진 전고 덕에 옆모습이 제법 다부져 보인다. 특히, 프레임리스 도어를 채택해 차체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참고로, 프레임리스 만으로 25mm 정도 차체를 낮출 수 있다.

뒷모습 역시 사자가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다. 테일램프는 사자가 할퀸 것을 형상화했는데, 이미 다른 모델에서도 적용한 이력이 있다. 푸조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새로운 508을 위해 의견을 맞추는 데 매우 힘들었다고 <car> 본지와 인터뷰를 했었다. 그 내용을 잠시 들춰보면, 디자이너는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패널의 굴곡을 원했는데, 당시 판금 기술로는 쉽지가 않았다고 한다. 그게 2012년 이야기다. 이후, 아우디 모델에 지금처럼 복잡한 판금 기술이 들어간 걸 확인한 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라는 확신에 과감히 도전했다고 한다.

푸조는 뭔가 다른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강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 세그먼트에 다시 도전할 이유가 없다. 이는 1세대가 그들이 원하는 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신형 508은 푸조의 새로운 플래그십을 향한 야망이었고 디자인팀과 엔지니어 모두 확신이 있었다. 디자인팀은 전통적인 세단 스타일을 고수할지, 패스트백으로 갈지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플래그십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2대를 한자리에 불러냈다. 2대를 나란히 놓고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아테온의 첫인상은 깔끔하다. 낮게 깔린 앞모습은 스포티해 보이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옆모습이 가장 인상 깊다. 측면을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 화이트 보디 컬러에 블랙 휠의 조화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마치, 닭 가슴살만 먹고 몸을 만든 사람 같다.

푸조 508은 조각 미남은 아니지만 강한 인상을 풍긴다. 푸조 디자인팀이 원하던 그것을 제대로 녹인 듯하다. 특히, 주간주행등이 풍기는 오라가 예사롭지 않다. 고급스러운 나파 가죽 시트에 앉으면 굉장히 신선한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대시보드, 중앙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그 아래 배치된 각종 스위치가 직관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이다. 다른 브랜드에서 시도하지 않은 방법을 쓰고 있다. 기어 레버도 곧추서지 않고 앞으로 쏠려 있는 형상이다. 그 위로는 스타트 버튼과 드라이브 모드를 바꿀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 특히, 계기반은 12.3″크기의 디지털이며, 상대적으로 위로 올라와 각종 정보를 신속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설계했다. 참고로 508은 모든 트림에 디지털 계기반이 기본으로 달려 있다. 시트는 스포티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세미 버킷 스타일이다.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고 경직된 몸을 풀어주기 위한 마사지 기능도 담겨 있다.

아테온은 508과는 정반대의 인테리어다. 좋게 말하면 ‘심플’이다. 파사트 인테리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나름대로 인테리어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좋은 점도 있다. 그건, 이미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낯선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매우 큰 장점이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508처럼 계기반도 디지털이다. 폭스바겐은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라 부른다. 아테온 인테리어의 하이라이트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비슷한 형상의 에어 벤트다. 계기반부터 시작된 에어 벤트는 동승석 끝까지 이어진다. 물론, 디자인이 그렇다는 거다 모든 곳에서 바람이 나오는 건 아니다. 아무튼,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아테온은 2.0ℓ 디젤 엔진과 7단 DSG 하나의 파워트레인이다. 옵션 품목 구성만 달리해 총 2가지 트림만 판매한다. 시동을 걸면 나름 플래그십답게 진동과 소음을 최대한 잘 잡았지만, 아이들링 시 디젤 엔진임을 느낄 수 있는 소리와 진동이 어느 정도 올라온다. 물론, 겨울이라 더욱 그럴 수 있다. 주행을 시작하고 나면 모든 게 만족스럽다. 최고출력은 190마력(3500~4000rpm), 최대토크는 40.8kg·m(1900~3300rpm)다. 두꺼운 토크 덕에 차체를 경쾌하게 밀어준다. 거기에 농익은 DSG가 태코미터 바늘을 정신없이 떨어뜨리고 올린다. 승차감도 고급스럽다. 스포티한 플래그십답게 거칠게 몰아도 웬만한 건 다 받아낸다. 다만, 코너를 공략할 때 언더스티어 성향이 조금 일찍 나타난다. 온도가 떨어져 타이어의 제 역할을 못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에 들른 우리는 엔진 온도가 떨어질 시간까지 철저하게 계산해 밥을 먹고 느긋하게 커피도 마셨다. 엔진이 뜨거운 상태에서 다시 시동을 걸면, 냉간시보다 더 유리한 점수를 얻게 될 수 있어서다. 그렇게 2시간을 기다린 후, 키 ON 상태를 확인하고 508의 시동을 걸었다. 미묘하지만, 아테온보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소음과 진동이 잘 잡혀 있다. 고도가 높은 곳에 다다르면 압력에 의해 귀가 멍해지듯, 소음을 걸러주는 느낌이다. 진동도 마찬가지다. 스트로크가 긴 아테온의 기어 레버 대신 짤막하게 기어를 옮겨 넣은 후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508 역시 엔진은 2.0ℓ 디젤이다. 최고출력은 177마력, 최대토크는 40.8kg·m로 아테온보다 13마력 약하지만, 최대토크는 같다. 변속기는 8단 자동. 비슷한 수치지만, 속도를 올리는 타입은 확연히 갈린다. 아테온은 DSG 영향으로 부지런히 채찍질하는 타입이지만, 508은 부드럽고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508의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는 아니지만, 굉장히 빠르다. 시내 주행을 많이 하는 소비자라면, 508 스타일의 토크 컨버터가 안락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듀얼 클러치는 저속에서 가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보다는 확실히 좋아지긴 했다.

주행 능력의 판가름은 코너에서 갈렸다. 508 시승차는 라 프리미어 사양으로 국내에 40대만 공급하는 최고 트림이다. 휠은 19″, 반면 아테온은 18″다. 비장의 무기는, 앞서 언급한, 전장을 줄이고 전고를 낮춘 것이다. 그에 맞는 비율을 위해 휠베이스도 20mm 줄였다. 무게중심이 낮아지고 가벼워져 보다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이유다.

사실, 과거 508도 코너를 잘 돌아 나갔었다. 새로운 508은 마치 움직임을 예측해 대응하는 것 같다. 앙증맞은 스티어링 휠도 운전 재미를 끌어 올리는 데 한몫한다. 508과 아테온은 안전 장비도 두루 챙겼다. 기본적인 사각지대 경고부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긴급 제동 시스템까지 말이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아테온과 508 중, 508 키를 집어 들었다. 라 프리미어 트림에만 적용된 나이트 비전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다. 나이트 비전은 신기술은 아니지만, 동급에서는 볼 수 없는 아이템이다. 해가 떨어지고 오토 헤드램프가 불을 밝히면, 스티어링 휠에 있는 컨트롤러를 이용해 계기반에서 그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적외선 카메라는 300m까지 감시한다. 물론, 헤드램프 빛이 닿지 않는 곳이다. 위쪽으로 솟아오른 계기반 덕분에 나이트 비전을 확인하기 매우 좋다. 인도를 이동하는 사람은 노란색 박스로 감싸 알려주지만, 차에 가까워지거나 인도로 내려온 사람이 있으면 붉은색으로 운전자에게 주의를 준다. 가로등이 없는 국도나 폭우 등으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밤에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아테온은 단일 엔진으로 2가지 트림을 운영한다. 엘레강스 프리미엄 5216만 원, 엘레강스 프레스티지 5711만1000원이다. 푸조 508은 아테온보다 선택의 폭이 넓다. 1.5ℓ 디젤 엔진을 얹은 알뤼르 모델이 3990만 원, 2.0ℓ 알뤼르 4398만 원, 2.0ℓ GT 라인 4791만 원, 2.0ℓ GT 5129만 원, 그리고 라 프리미어는 5427만 원으로 2대 모두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반영한 가격이다.

Peugeot 508 La Premiere
Price 5427만 원
Engine 1997cc I4 터보 디젤, 177마력@3750rpm, 40.8kg·m@20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FWD
Performance 0→100 N/A 초, N/A km/h, 13.3km/ℓ,
CO₂ 143g/km
Weight 1680kg

Volkswagen Arteon
Elegance Prestige Price 5711만1000원
Engine 1968cc I4 터보 디젤, 190마력@3500~4000rpm, 40.8kg·m@1900~3300rpm
Transmission 7단 DCT, FWD
Performance 0→100 7.7초, 239km/h, 15.0km/ℓ,
CO₂ 125g/km
Weight 1684kg

최재형 | 사진 최대일,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