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점프

소년에서 청년으로 훌쩍 성장한 C-클래스가 부분 변경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겉치레보다 내실이다

회장님차와 아빠차로 대변되던, 고상했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언젠가부터 젊어지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연령대를 낮춰 시장을 더 탄탄하게 다질 필요를 절감한 것이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장밋빛 미래가 밝아지니까.

큰 형님을 쏙 빼닮은 귀염둥이 막내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젊고 경쾌하게 진화 중인 이들의 행보 가운데 주인공은 단연 C-클래스다. A와 B-클래스가 있지만 C-클래스야말로 막내 모델의 대표 주자다. 세단 보디 타입을 기본으로 고성능 AMG부터 쿠페, 컨버터블, 왜건까지 라인업이 풍성한 덕이다. 회춘 중인 메르세데스-벤츠의 귀염둥이 막내 C-클래스가 부분 변경을 마치고 돌아왔다. 5세대를 기반으로 크고 작은 변화를 단행했으니 5.5세대쯤 된다. 그런데 녀석의 변화가 제법 크다. 6500여 개의 부품을 바꿔 달고 돌아온 것이다. 이는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드는 부품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숫자다.

겉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거의 풀모델체인지에 가까운 변화로 성장을 꾀했다. 겉치레보다 내실에 충실한 셈이다. 겉모습은 사진으로 확인하자. 만약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앞 범퍼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했다면 당신은 C-클래스 마니아.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선다. 막내지만 독일 귀족 집안의 도련님답게 실내가 고급스럽다. 조립 품질은 꼼꼼하고 마감재는 다부지다. 검정 대시보드에 베이지색 도어 트림과 가죽시트로 치장해 우아한 감성을 뽐낸다. 센터패시아와 도어의 작은 부분에 나무무늬 트림도 섞었다. 보기엔 제법 고상하지만 손으로 쓰다듬으면 값싼 플라스틱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혹시 메르세데스-벤츠가 C-클래스에 진짜 나무를?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아쉬움은 커진다. 하지만 인공 소재로 만든 가짜 나무 트림 덕에 나무 몇 그루를 덜 베어 좋으니 또 안타까워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

실내 구성은 익히 알고 있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10″가 넘는 밝고 선명한, 가로로 긴 디스플레이 모니터가 대시보드 한가운데 자리 잡고 송풍구와 공조 시스템, 즐겨 쓰는 버튼들을 계단식으로 차곡차곡 정리해 넣었다. 즐겨 찾는 버튼 구성은 라디오와 내비게이션, 미디어, 전화, 차량 설정과 비상등 버튼. 전체적인 구성은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누구든 다루기 쉽겠다. 12.3″ 고해상도 풀 디지털 계기반 안에는 시속 260km까지 표시되고 5250부터 레드존이 시작되는 태코미터는 6000rpm까지 하얀 숫자가 선명하고 붉은 바늘과 함께 시시각각 상황과 정보를 알려준다.

계기반 중앙 세로로 긴 디스플레이 모니터는 최신 스마트폰을 박아 넣은 듯 큼직해 읽고 보기에 좋다. 3개의 메모리와 3단계 열선을 품은 가죽 시트(아쉽지만 통풍 기능은 없다)는 적당히 편안하지만 안정적으로 자세를 다잡거나 인간공학적으로 요추를 지지하는 맛은 좀 떨어진다. 실내를 은은하고 고상하게 감싸는 앰비언트 색상은 60가지가 넘는다. 하루에 하나씩 돌려 쓴다면 두 달 내내 다른 분위기의 실내를 즐길 수 있다.

실린더 벽을 나노슽라이드로 코팅해 정숙성과 유연성이 더 커졌다. 물론 출력도 늘었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직렬 4기통 2.0ℓ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궁합을 맞추며 뒷바퀴를 굴린다. 194마력의 최고출력과 40.8kg·m 최대토크를 낸다. 디젤 엔진 특유의 두꺼운 토크는 비교적 낮은 rpm인 1600부터 2800까지 꾸준히 이어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6.9초. 그러면서 표준 연비는 리터당 14.4km를 뽑아낸다. 박동하는 심장처럼 반복적으로 점멸하는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운다. 소음과 진동에 취약한 디젤의 태생적 한계를 감안하면 실내로 파고드는 소음은 미미하다. 작은 디젤 세단의 실내가 안락할 수 있는 거의 정점에 도달했다. 그러면서 새삼 브랜드의 기술력과 노력에 감탄한다. 반응이 부드럽고 조용한 2.0ℓ 차세대 디젤 엔진은 피스톤이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생기는 엔진 블록 마찰을 최소화하는 실린더 벽의 나노슬라이드 코팅 기술을 넣어 정숙성은 물론 효율성과 출력까지 키웠다.

9단 변속기의 움직임은 흠잡을 데 없다. 물처럼 부드러우면서 동시에 정확하고 빈틈없다. 계기반을 확인하기 전에는 언제 톱니를 바꿔 물었는지, 지금 몇 단인지 확인이 쉽지 않을 정도다. 차 한 대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주행 모드는 5가지. 에코와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주얼이 그것이다. 가속 페달과 엔진 반응, 변속 패턴, 스티어링 감각 등을 모드에 따라 바꾸며 만들어내는 맛이 제각각 좋다. 인디비주얼 모드에서 설정 가능한 내용은 주행 모드(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수동), 스티어링(컴포트, 스포츠), ESP(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3가지. 셋을 제각각 취향에 따라 골라 조합하면 독특한 감각을 즐길 수 있다. 에코나 컴포트 모드에서 공회전 시 750이던 rpm은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800으로 오른다. 좀 더 강력하게 내달리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명이자 준비 자세다. 가속 페달에 무게를 더해 속도를 높인다.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묵직하고 진득한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브랜드에 기대하는 고상한 감각에 막내 특유의 경쾌함을 적절히 가미해 약간이나마 운전 재미를 즐길 수 있다. 고속에서 큰 둔덕이나 요철을 지나면 크게 한 번 출렁하며 부드럽게 착지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도로를 움켜쥐고 우아하고 안정적으로 내달린다. 깔끔한 자세 유지와 균형 감각, 제법 단단한데 묵직하고 부드러운 맛은 역시 메르세데스-벤츠의 전매특허다. 시속 100km 항속 시 녀석은 8단 기어를 물고 1480rpm으로 달린다. 9단은 최소 시속 120km는 돼야 진입이 가능하다. 독특한 건 4250rpm만 찍으면 무조건 알아서 강제로 변속을 한다는 사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물론 인디비주얼에서 주행 모드를 수동으로 세팅해도 4250rpm에서 여지없이 톱니를 바꿔 물었다. 태코미터 레드존은 5250부터 시작하면서 실제는 1000rpm이나 낮은 회전수에서 강제 변속이라니. 적극적인 엔진 보호 차원이라 하기엔 소심한 변명이다. 주행 중 급가속 느낌은 다소 심심하다. 출력이 달리거나 가속이 시원찮은 게 아니다. 자극적이고 화끈한 반응 대신 끈덕지고 꾸준하게 속도를 내는 탓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과격한 코너링에서 차체가 다소 움찔거리거나 슬쩍슬쩍 밀려나는 불안감은 225/50 R17 순정 타이어의 한계 탓이 크다. 1″ 정도 사이즈를 키우고 고성능 스포츠 타이어로 바꾼다면 더 큰 운전 재미를 즐길 수 있으리라. 지금은 누가 뭐래도 SUV 전성시대. 그럼에도 세단의 인기는 여전하고 꾸준하다. 크고 높은 차는 거들떠보지 않는 낮은 차 팬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넘쳐날 게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C-클래스 같은 고급 콤팩트 세단의 건재함과 내실 있는 진화는 반가운 일이다. 화려하고 파격적인 겉모습보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부품을 바꾸고 개선해 내용을 더 채우는 변화라서 이번 부분변경은 의미가 더 특별하다. 한눈에 반할 매력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은 몇 년 뒤 등장할 다음 세대 C-클래스로 넘겨두고.

MERCEDES-BENZ C 220 d AVANTGARDE
Price 5520만 원
Engine 1950cc I4 터보 디젤, 194마력@3800rpm, 40.8kg·m@ 1600~2800rpm
Transmission 9단 자동, RWD
Performance 0→100 6.9초, N/A km/h, 14.4km/ℓ, CO₂ 131g/km
Weight 1725kg

LOVE 고급스러운 감성 품질과 주행 질감
HATE 자동 변속되는 수동 모드와 다소 아쉬운 운전 재미
VERDICT 우아하면서 실용적인 고급 디젤 세단의 ‘거의’ 표준

이병진 사진 최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