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 칼럼] 최적의 범프와 리바운드 성능

최적의 범프 및 리바운드 성능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달려야 할 노면 상태와 주행 환경에 따라 특성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서스펜션 스프링과 안티롤 바는 모두 스프링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여러 스프링을 같은 힘으로 누르면 탄성 강도가 높은 것일수록 변형이 작다. 즉, 강도가 다른 서스펜션 스프링이나 안티롤 바를 사용함으로써 서스펜션이 지탱할 수 있는 하중의 한계 혹은 출렁임의 크기를 바꿀 수 있다. 서스펜션 스프링과 안티롤 바는 서스펜션이 얼마나 크게 움직이는가를 좌우하는 기계요소다. 문제는 스프링의 개입으로 안정적인 주행과 핸들링 성능이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마찰이 없다면 외력이나 노면의 굴곡으로 출렁이기 시작한 히브 스프링과 안티롤 바는 일정한 진동수로 영원히 출렁이는 것이 자연이 정한 법칙이다. 마찰로 인해 결국엔 출렁임이 잦아든다고 하더라도 정상 상태를 되찾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서스펜션이 안정적인 주행, 핸들링 성능을 보이려면 일정 정도 외부 자극에 대한 저항 능력이 있고, 되도록 빠르게 정상 상태로 복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외부 힘에 대해 서스펜션이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고 복원하는지를 조절할 수 있는 기계요소가 바로 댐퍼다. 만약 자동차에 스프링과 안티롤 바만 달려 있다면 제동이나 선회만으로도 서스펜션이 요동쳐 자세가 크게 흐트러질 수 있다. 자동차에 흔히 쓰이는 댐퍼는 스트럿 혹은 튜브 형태다. 오일로 채워진 긴 튜브 속에 플런저(plunger)가 자리하고, 이 플런저가 왕복 운동을 한다. 댐퍼는 플런저가 오일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저항력으로 힘이 발생한다. 단단한 댐퍼와 부드러운 댐퍼의 차이는 마치 끈적한 꿀과 맹물 속에서 손을 휘저을 때 필요한 힘의 차이와 같다. 꿀은 물보다 점도가 커서 더 큰 저항력이 발생한다. 댐퍼의 저항력은 통상 플런저의 속도에 비례한다. 댐퍼를 더 빨리 움직일수록 저항력은 커진다. 댐퍼는 수축과 팽창, 두 상태로 구분된다. 서스펜션 디자인에 따라 ‘수축은 범프, 팽창은 리바운드’ 혹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댐퍼 튜닝은 범프와 리바운드에 알맞은 댐퍼의 강도를 찾는 과정이다. 댐퍼 강도는 주행 성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감쇠력이 높으면 움직임에 대한 저항력이 커지고, 정상 상태로의 도달이 빠르다. 노면이 부드럽고 고른 경우 단단한 댐퍼가 유리하다. 굴곡이 심한 노면 주행을 위한 튜닝이라면 단단한 댐퍼 사용은 피해야 한다. 너무 단단한 댐퍼를 사용하면 서스펜션이 노면 형상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없다. 범프 감쇠력을 약하게 하여 범프 감도를 높인다 해도 리바운드 감쇠력이 너무 크면 휠이 원래 위치로 오는 데 너무 더뎌 휠이 일시적으로 공중에 뜨는 상황이 발생한다. 휠이 공중에 뜨면 핸들링 성능에는 독이다. 타이어가 접지력을 100% 잃기 때문이다. 댐퍼가 전체적으로 너무 부드럽게 설정돼도 문제다. 범프 후 서스펜션 출렁임 때문에 타이어 접지력이 들쑥날쑥해져 핸들링 안정성을 해친다.

이렇듯 최적의 범프 및 리바운드 성능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달려야 할 노면 상태와 주행 환경에 따라 특성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댐퍼 튜닝의 가장 극단적인 예는 WRC로 대표되는 랠리카다. 랠리카의 댐퍼는 극도로 단단한 범프, 극도로 부드러운 리바운드 특성을 갖는다. 랠리카는 높은 범프 저항 덕분에 갑작스러운 충격에도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고, 낮은 리바운드 저항 덕에 휠과 노면 사이의 접지력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댐퍼 튜닝의 방향은 주어진 주행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댐퍼는 별다른 서스펜션 시스템 없이도 핸들링 성능을 튜닝할 수 있는 유익한 장치다. 스프링 강도와 댐퍼 강도는 통상 같은 방향으로 조정된다. 턴인과 코너 탈출에서 핸들링이 불안하다면 댐퍼 튜닝을 통해 일정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 댐핑을 줄이는 쪽 타이어는 노면과의 접촉이 좋아져 접지력이 향상된다. 전륜 댐핑을 줄이면 언더스티어, 후륜 댐핑을 줄이면 오버스티어 경향을 줄일 수 있다. 만약 당신의 입맛대로 핸들링 성능을 높이고 싶다면, 댐퍼 튜닝만으로 큰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남호

김남호 박사는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메커니컬 엔지니어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르노에서 F1과 첫 인연을 맺었고, 현재 르노 스포트 F1 팀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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