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변화와 노력이 반갑다

다 접고 자동차만 놓고 보면 요즘 현대차는 폭풍 성장 중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운전 재미 출중한 N과 사람이 존재한다

현대차가 국민차라는 사실은 찜찜할지언정 부정하긴 힘들다. 받아들이기 싫어도 현실이다. 이전보다 줄었지만 현대차 국내 판매 대수는 부동의 1위. 수입차 타시던 아버지께서 차를 바꾼다기에 현대차를 추천했다. 지방 대도시에 사는 아버지께 수입차는 여러모로 불편했다. 요즘 현대차를 타는 아버지는 풍성한 옵션과 손쉬운 관리에 만족스러워하신다. 최근 현대차 몇 대를 시승했다. 기업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는 최대한 배제하고 차 자체에 집중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변화와 나름의 노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운전 재미 좋은 모델들을 연이어 몰면서 최근 현대차의 단호한 변화와 남다른 행보를 실감했다. 주인공은 벨로스터 N과 i30 N라인. 현대차는 양산 모델이지만 튜닝 없이 서킷을 즐길 만한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고 사람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걸음마를 시작한 고성능 서브 브랜드의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다. 동력 성능과 공력 성능의 조화를 고민하고 편안함 대신 즐거움을 추구하며 하체 감각에 몰두했다. 잡음 아닌 사운드로 엔진음과 배기음을 다듬기 시작했고 보여주기보다 기능과 쓰임에 집중했다. 드디어 현대차가 이런 녀석들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부터 경쾌할 수 있었던 그리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람’이다. 알버트 비어만과 토마스 셰메라가 바로 그 주인공들. 알버트 비어만은 2015년 BMW에서 현대차로 스카우트된 현대차그룹 고성능차 담당 사장, 토마스 셰메라는 2018년 3월 만든 고성능차 및 모터스포츠 사업부 부사장이다. 우리는 이들의 현대차 합류에 주목해야 한다. 둘은 자동차 강국 독일인이면서 동시에 운전 재미 출중한 BMW 안에서 고성능 브랜드 M카를 만들던 능력자들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비어만 사장은 1983년 BMW에 입사해 현대차로 옮기기까지 30년 넘는 세월을 운전 재미 탁월한 차 만들기에 전념했다. 그는 BMW M에서 서스펜션과 섀시 전문가로 두각을 발휘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BMW와 M의 핸들링과 섀시 감각은 그로부터 기인한 셈이다. 특히 M3 마니아들에게 비어만은 특별하다.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 대회를 위해 만든 명작 E30 그룹 A 참가 모델인 2세대 M3 개발에 직접 참여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드림카로 당시 개발했던 경주용 M3를 꼽는다. 비어만과 같은 기계공학도 출신인 셰메라 부사장 또한 차와 떼어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87년 BMW 입사 후 설계 엔지니어로 출발해 영업과 딜러 개발 등 전방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차로 옮기기 전까지 북미 BMW M 사업부 수장을 맡으며 브랜드를 한 단계 더 성장시켰다. 고성능 브랜드가 무엇이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제대로 경험하며 몸으로 익힌 인물이다.

자칭 타칭 고성능차와 브랜드 전문가인 이들이 순차적으로 현대차에 합류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새로운 시도와 도전일 가능성이 크다. 운전 재미 좋은 차를 사랑하고 그런 차를 만들길 원하는 비어만과 셰메라, 운전 재미 좋은 차와 브랜드를 제대로 만들고 싶은 현대차가 시의적절하게 만난 것이다. 제대로 된 고성능차를 비어만이 만들면 셰메라가 훌륭히 포장해 시장에 안착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이와 관련해 셰메라 부사장이 독일 매체 <아우토빌트>와 나눈 흥미로운 인터뷰가 있다. “비어만이 현대차에서 뭔가 대단한 걸 만들고 있었어요. 현대차는 우리에게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과정과 커다란 자유를 줬습니다.” 차와 브랜드의 가치보다 가격 대비 성능과 품질로 인정받았던 현대차.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N 브랜드의 보폭에서 흐름을 직감할 수 있다. 전에 없던 다양하고 풍성한 색깔이 본격적으로 만개하기 시작했다. 부디 과정은 재미있고 결과는 성공적이길 바란다. 누구나 기쁘게 현대차가 국민차라고 말할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하며.

이병진
누군가의 취향과 의도에 맞지 않는 차는 있을지언정 세상에 나쁜 차는 없다고 말하는 <car> 매거진 한국판 편집 차장. 하이브리드카와 순수전기차를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며 디젤차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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