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 푸조 2008 SUV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CP여 영원히 안녕. 민첩하고 부드러운 변속과 더 힘찬 엔진 그리고 소소한 업데이트가 눈에 띈다

한국 시장에서 지금의 푸조가 있기까지 2008 SUV의 공이 컸다. 2014년 국내 첫선을 보인 푸조 2008은 그야말로 재기발랄한 푸조의 루키였다. 출시 당시 사전계약 1주일 만에 1000대를 돌파하고 2015년에는 푸조 전체 판매량의 50%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루키의 성공 비결은 다름 아닌 실속이다. 실용적인 크기와 당시 깐깐한 소비자 기준을 만족시켰던 아이-콕핏(i-CockpitⓇ) 인테리어 그리고 특출나게 뛰어난 연비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2008에도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변속 충격이 느껴지는 MCP 변속기다. MCP는 얼핏 보기에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다를 바 없지만, 사실 클러치 페달 없는 수동변속기나 다름없다. 변속 과정에서 느껴지는 변속 충격은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불만 거리로 남았다.

2008의 발목을 잡았던 MCP와 이별했다.

하지만 이제 어설픈 변속으로 애먹을 이유가 없다. 신형 2008 SUV는 천덕꾸러기 같은 MCP 대신 부드럽고 똑똑하게 반응하는 EAT6 자동변속기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트랜스미션 하나로 주행감은 완전히 달라졌다. 구형 2008이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했다면, 신형 2008은 LTE 시대에 걸맞은 속도로 변속해 민첩한 가속을 뽐낸다. 이제 P 기어가 생겨나 불안함을 잠식했으며(MCP는 P 기어가 없기 때문에 중립 상태에서 꼭 주차 브레이크를 채워야 했다), 주행할 땐 부드럽게 기어를 바꾸며 속도를 끌어올린다. 아, 물론 잃은 것도 있다. MCP 변속기와 붙어 다니던 패들 시프트는 자취를 감췄다. 내 마음대로 기어를 바꾸고 싶다면 기어 레버를 직접 조작해야 한다.

또 한 가지 큰 변화는 엔진이다. 푸조 2008은 우리나라 환경부로부터 WLTP(국제표준시험방식) 인증을 승인받았다. 이는 친환경에 대응하는 푸조의 높은 기술력을 의미한다. 신형 엔진은 깨끗할 뿐 아니라 출력과 토크가 각각 20%, 18% 늘어났다. 덕분에 푸조의 발걸음은 한층 가볍다. 튼튼한 심장과 탄력 있는 하체 그리고 가벼운 무게가 만들어 낸 민첩함은 운전을 즐겁게 한다. 비로소 푸조답다고 해야 할까? 2008 SUV는 이제야 제 출력을 찾은 느낌이다.

그 밖에도 저속에서 충돌을 막는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와 다양한 노면에 반응하는 그립 컨트롤 등 첨단 주행 및 안전 장비도 출중한 편이다. 또한, 모든 트림에 올라가는 후방 카메라와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도 반갑기만 하다.

물론 2008이 큰 인기를 끌었던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코나와 티볼리, 스토닉 등 쟁쟁한 소형 SUV가 득실거린다. 하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즐기며 운전 재미까지 고려한다면,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Peugeot 2008 SUV
Price 3312만 원
Engine 1499cc I4 터보 디젤, 120마력@3750rpm, 30.6kg·m@1750rpm
Transmission 6단 자동, FWD
Performance 0→100 N/A, N/A, 15.1km/ℓ, CO₂ 124g/km
Weight 1353kg

LOVE 경쾌한 가속과 부드러운 변속의 조화
HATE 구조적으로 너무 무거운 테일게이트
VERDICT SUV 탈을 쓴 프랑스산 해치백

김장원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