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성과 편의성을 두루 아우르는 볼보 크로스 컨트리(V60)

단언컨대 크로스 컨트리는 볼보의 아이콘이자 상징이다. 실용성과 편의성을 두루 아우르는 스포츠 에스테이트의 매력을 볼보만큼 잘 아는 브랜드는 세상에 없다


SUV처럼 높은 차를 불편해하고 쿠페처럼 바닥에 붙어 달리는 낮은 차를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을 지녔다. 단 왜건은 예외다. 오래 전 국산 왜건을 타면서 그 맛과 매력에 흠뻑 빠져 행복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낮으면서 동시에 실용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고, 왜건의 무한한 매력과 실용성이 얼마나 큰 지도 잘 알게 됐다. 트렁크 달린 세단과 뭐 그리 큰 차이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은 왜건의 가치를 단 1도 모르는 셈이다. 아무튼 나처럼 크고 높은 차를 싫어하는 사람들까지 흠뻑 빠져 들 수 있는 실용적인 차는 단언컨대 왜건이 거의 유일하다.

볼보가 신형 크로스 컨트리(이하 CC)를 공개했다. 왜건인 V60을 기반으로 실용성과 오프로드 성능을 한껏 강조한 스페셜 모델인 셈이다. 신형 CC는 이들의 최신 모듈러 플랫폼인 SPA에서 만든 5인승 스포츠 에스테이트다. 세단의 승차감과 SUV의 오프로드 성능을 한몸에 품었다. 이를 통해 나날이 다양해지는 차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요구에 부합한다. 평일에는 출퇴근과 미팅, 쇼핑 등 도심을 활보하다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여행을 떠나도 좋은 다목적 차로 변신한다. 세단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짐을 한가득 싣고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신형 CC의 특징은 명확하다. 강인하고 날렵한 생김새와 볼보의 특징이자 강점인 인텔리 세이프티 시스템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공간 구성과 차고 넘치는 편의장치들이다. 녀석의 일등 장점은 도로와 날씨에 상관없이 늘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 기본 구성과 성능이다. 이를 위해 볼보는 크로스 컨트리 전용 투어링 섀시와 서스펜션을 넣어 오프로드 대응력을 높였다. 일반 왜건인 V60에서 지상고를 75mm 더 높였다. 쾌적한 운전시야와 미니스커트를 입고도 타고 내리기 편한 차체 높이는 가파른 경사와 터프한 오프로드를 스트레스 없이 누빌 수 있는 능력의 원천이 됐다.

CC의 전천후 주행 성능은 어떤 길을 만나더라도 운전자에 신뢰감을 준다. 급격한 코너 역시 대체로 안정적이고 무난하게 머리를 돌려 탈출해 나간다. 알맞게 부드러운 하체와 4륜구동 시스템이 힘 모아 만든 편안한 반응이다. 스웨덴 할덱스의 5세대 AWD 기술을 기반으로 한 4륜구동 시스템은 트림에 상관없이 모든 CC에 기본으로 올라간다. 모듈식 설계로 무게는 줄이면서 효율성을 키운 것이 5세대 AWD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전자식 컨트롤 모듈과 전기식 유압공급펌프, 습식 다판 클러치가 통합된 액티브 온 디멘드 커플링이 핵심인데, 이 장치는 전자식 컨트롤 모듈이 지속적으로 휠의 회전속도와 추진력, 토크, 엔진 스피드, 브레이크를 면밀히 관찰해 마찰력이 높은 휠에 출력을 집중시킨다. 마른 노면에서는 안정성과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 거의 모든 동력을 앞바퀴로 몰아 쓴다. 그러다 눈길이나 빗길 등 불안정한 상황에서 바퀴의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앞뒤 바퀴로 트랙션을 나눠 쓰며 위험 상황에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며 달린다. 운전자는 그저 평소 차를 몰 듯 자연스럽게 달리기만 하면 된다.

신형 CC는 나날이 젊고 다이내믹하게 진화중인 볼보의 최신 디자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역동적인 오프로드 스타일을 강조한 CC는 형제 모델인 XC60, S60과 마찬가지로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 헤드램프 디자인과 아이언 마크가 가운데 자리한 새로운 디자인의 프런트 그릴을 품었다. 차체 하부와 펜더를 플라스틱으로 감싸 차체 손상을 막는 실질적 기능과 더불어 오프로더의 터프한 감각을 살렸다. 길고 높은 왜건의 스타일은 어쩌면 투박하고 촌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볼보는 예외다. 프런트 그릴부터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사이드 캐릭터 라인의 날 선 에지, 면의 굴곡을 예리하게 다듬어 만든 고급스러운 스타일, 가로와 세로의 디자인 요소를 적절히 섞어 만든 선명한 테일램프 등이 볼보 특유의 클래식한 멋과 최신의 트렌디한 감각을 잘 섞어 디자인 걸작을 완성했다.

8

실내는 정갈하고 고급스럽다. 만듦새의 정점으로 치닫는 요즘 볼보의 감성품질은 흠잡을 데가 거의 없다. 군더더기 없이 치밀하게 구성해 완성한 실내 디자인, 훌륭한 소재와 단차 없는 조립 품질 등 북유럽 특유의 환경 친화적이면서 다정한 감각이 물씬하다. 90 시리즈에 처음 도입된 스칸디나비안 실내 디자인을 활용한 센서스 인터페이스와 양쪽에 수직으로 자리한 송풍구를 포함한 대시보드, 디지털 계기반 등 디테일을 세심히 챙기고 넣어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했다.

센서스는 다양한 기능과 내비게이션, 엔터테인먼트 앱을 결합한 직관적인 제법 큰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기반으로 한다. 이곳에 거의 모든 기능을 쓸어 담아 실내 디자인에 군더더기를 덜었다. 예전에는 이 터치스크린 모니터의 터치 감각과 반응이 일정치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성능과 시스템 개선을 통해 터치와 움직임의 반응이 자연스럽고 정확해졌다. 더이상 터치스크린 모니터로 기능을 다루는 게 물리적 버튼보다 못하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모니터 아래에 음량 조절 다이얼과 선곡 버튼만 따로 빼 물리적으로 자주 다루면 좋을 기능들만 챙겨 넣은 센스도 발휘했다.

260km/h까지 적힌 속도계와 8000rpm 중 6500부터 시작하는 레드존을 품은 디지털 계기반은 구성이 직관적이고 화질이 선명해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 위로 반자율주행 관련 버튼과 인포테인먼트 기능 버튼을 몰아 주행 중 손을 떼지 않고도 기능을 쉽게 다룰 수 있다. 2020년까지 차 사고로 인한 탑승자 사망과 중상해가 없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 볼보는 CC에 인텔리 세이프 시스템을 넣었다. 특히 자동 제동 기능과 충돌 회피 시스템을 결합해 잠재적 사고 시나리오에서 포괄적인 안전을 돕는 시티 세이프티는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했다.

카메라와 레이더를 이용해 사고 위험을 판단하고 위험 시 운전자에게 주의를 준다. 이후에도 반응이 없으면 스스로 제동하는 능동형 안전 시스템이다. 놀라운 것은 차는 물론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 사슴 같은 대형 동물까지 세계 최초로 탐지한다. 원하는 최고속도와 앞 차와의 거리를 설정한 후 차선 유지 기능까지 활성화하고 앞 차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성급히 끼어드는 앞 차에 자연스럽고 단호하게 대처한다. 예전처럼 급제동하며 불안감을 키우지 않는다. 달리던 앞 차가 차선을 바꿔 사라졌다고 무모하거나 부자연스럽게 가속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다루듯 부드럽고 고급스럽게 차를 다루며 알아서 잘도 달렸다. 세단과 SUV의 중간계에 서식하는 CC는 여러모로 장점이 차고 넘친다. 우선 운전 시야가 훌륭하다. 시선이 적당히 높아 운전이 쉽다. 그러면서 세단 같은 주행감으로 안정감을 놓지 않고 달린다.

신형 CC는 드라이브-E 시스템을 기반으로 8단 자동변속기 또는 6단 수동변속기와 조합해 190마력부터 250마력까지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결합한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인다. 그 중 국내에는 254마력의 최고출력과 35.7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직렬 4기통 T5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모델이 우선 공개된다. 공회전 시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쾌적한 실내는 주행 내내 안락하다. 방음과 진동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볼보의 흔적과 가솔린 엔진 고유의 부드러운 회전질감과 반응이 운전의 고단함을 주행의 즐거움으로 바꾼다.

가솔린 터보답게 초반 발걸음부터 사뿐사뿐 가볍다. 전반적인 가속감은 날카롭고 화끈하기보다 평균 이상으로 꾸준하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160km/h까지 시원하게 속도를 높인다. 이후부터 가속은 좀 느려지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발휘한다면 다음 벽을 넘어서는 데도 무리가 없다. 하체는 잘 굳힌 푸딩같다. 전반적으로 고급스럽고 부드러우며 묵직하다. 하지만 간간히 지저분한 노면이나 과속방지턱에서는 거친 반응도 보여준다. CC 나름의 터프한 오프로드 성격을 품기 위해서 한결같이 말랑거릴 수는 없음을 간파한 해석이다.

기어노브 뒤에 자리한 다이얼을 돌리고 눌러 에코와 컴포트, 다이내믹, 오프로드 중 주행 모드를 골라 즐길 수도 있다. 주행 모드의 이름처럼 모드마다 차이는 분명하다. 에코 모드가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낮춰 쓰고 변속을 적극적으로 해 효율성을 키운다면 다이내믹은 그 반대로 보다 더 화끈한 반응과 가속으로 운전재미를 극대화한다. 길이 아닌 길을 즐기는 상황이라면 오프로드를 고르면 충분하다.

앞서 말했듯 신형 CC의 최대 장점은 공간 활용성과 실용성이다. 커다란 파노라믹 선루프는 개방감이 훌륭하고 뒷시트는 완벽히 접을 수 있어 적재 공간과 이어진 완벽히 평평한 바닥을 만들 수 있다. 뒷시트를 접으면 어른 둘이 나란히 누워 유리 천장 밖 별을 보며 하룻밤 묵고 갈 수 있는 안락한 침실로 변신한다. 해치를 열고 타프 하나만 설치하면 텐트가 필요없는 훌륭한 캠핑카로도 쓸 수 있다.

세단과 SUV라는 이분법적 형태의 요즘 시장에서 신형 CC의 등장은 반가운 소식이다. 세단을 좋아하지만 좀 더 실용적이었으면 싶은 이들에게 CC는 새로운 대안이자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넉넉한 뒷공간은 짐을 한가득 싣고 여행 가기 더할 나위 없다. 껑충해 높은 SUV보다 무거운 짐을 부리기도 한결 수월하고 반려견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에도 그만이다. 그러면서 주행감은 세단에 가까워 장거리와 고속주행에서 운전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거대 SUV 시장 앞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등장한 신형 CC. 이정도 디자인과 만듦새라면 세상 모든 세단과 SUV들은 긴장해야 한다. 5000만 원대에서 누릴 수 없는 기능과 장비들을 한가득 품고(특히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 세단과 SUV의 천편일률적인 시장을 관망중인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게 분명하니까.

Volvo Cross Country Pro
Price 5890만 원
Engine 1969cc I4 가솔린 터보, 254마력@5500rpm, 35.7kg·m@1800~48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6.8초, 230km/h, N/A km/ℓ, CO₂ N/A g/km
Weight 1815kg

이병진 사진 최대일,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