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는 날개 달고, 테슬라 모델 X

테슬라 세단인 모델 S의 SUV 버전이 나타났다. 과하게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화려하게 도착했다

“이 차가 테슬라에요?” 시승 내내 이 차가 무슨 차냐는 질문 대신 테슬라냐고 물으며 지나는 행인을 여럿 경험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테슬라와 전기차가 생소한 시대가 아님을 실감한다. 그렇다. 생김새도 독특한 이 차는 테슬라의 첫 번째 양산형 전기 SUV다. 모델 X의 외모는 어디서나 주목 받는다. 열효율과 관리가 중요한 내연기관 엔진 차들의 필수품인 프런트 그릴이 이 녀석에겐 필요 없다.

덕분에 얼굴이 매끈한 돌고래마냥 무엇 하나 걸리는 부분이 없다.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려는 요즘 전기차 얼굴의 공통적인 특징이지만 아직 그 모습이 생경하다가도 이따금 예뻐 보인다. 5m가 넘는 커다란 몸집은 그야말로 몸매가 특별하다. 테슬라는 모델 X를 SUV로 분류한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즐기는 기존의 SUV와 느낌 차이가 크다. 커다란 해치핵이나 왜건의 실루엣이 슬쩍 보이다가 커다란 크로스오버나 슈팅 브레이크 느낌도 난다. 아무튼 이 모든 디자인과 생김새는 세간의 관심을 일으킨다.독창적이거나 독특해서 테슬라에 쏠리는 대중의 시선은 그들에게 기분 좋은 일이다. 장난감차처럼 생긴 키를 주머니에 넣고 차에 다가서면 알아서 스르륵 문이 열린다. 언제 봤다고 너무 친근하고 친절해 무서울 정도다.

실내는 테슬라의 장기인 단순함의 미학이 고스란하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반, 변속 레버와 오토파일럿 레버 외엔 물리적 버튼이나 다이얼이 없다. 센터페시아 한가운데 커다란 모니터 안으로 풍성한 기능들을 몰아 넣어 스마트폰 다루듯 사용하면 된다. 아이콘과 설명에 따라 필요한 기능들을 누르고 밀고 만지다 보면 금새 익숙해지는 최신 스마트폰처럼 기능을 자연스럽게 다루는 스스로에 놀라게 된다. 테슬라는 자동차라기보다 달리는 IT 기기의 맛이 크다. 녀석에게 시동버튼 따위는 필요 없다. 몸에 키를 품고 차에 다가서면 이미 달릴 준비를 마치고 기다린다. 브레이크를 밟고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가져 온 스티어링 칼럼식 변속 레버를 움직인 후 가속페달을 밟으면 스르륵 귀신처럼 속도를 낸다.

어느덧 전기차가 익숙해진 세상이 된 걸까? 내연기관과 완전히 달라 이질적이었던 몇 달 전과 달리 이제는 전기차 특유의 감각과 반응이 자연스럽다. 크고 비싸고 무거운 배터리를 차체 한 가운데 최대한 아래에 넣어 무게중심을 잡았다. 이른바 완벽한 미드십 구조. 앞뒤 바퀴 사이에 모터를 달아 네 바퀴를 직접 굴려 가속한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가속 페달은 이른바 모터 스위치인 셈이다. 페달을 밟는 양만큼 모터의 출력이 늘어나고 힘차게 밟으면 출발부터 최대의 힘이 분출하며 타이어를 짓이긴다.

배터리 위에 시트를 얹어 만든 SUV는 생각보다 시야가 더 높아 뒤뚱 맞은 차를 모는 듯 조심스럽다. 하지만 조금만 몰아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차체 아래 가운데로 집중된 무게중심과 내연기관보다 단순하고 명확하게 세팅 가능한 설계 구조 덕에 미드십 차를 즐기는 맛이 난다는 걸. 모델 X의 가장 큰 특징은 화려해서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팔콘 윙 도어. 하늘로 접혀 올라가며 열리는 2열 도어는 대중을 압도하며 독특한 하차감을 선사한다.

앞좌석에 앉으면 뻥 뚫린 시야에 감탄한다. 거의 천장 한가운데까지 시원하게 유리로 덮어 헬리콥터를 탄 듯 하늘과 맞닿아 달린다. 커다란 공간이 주는 여유 또한 훌륭하다. SUV라서 가능한 여유는 6인승 시트를 품었다. 시트는 5인승은 물론 7인승까지도 원한다면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테슬라 하면 빼놓으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오토파일럿이다. 반자율주행 장치인 오토파일럿은 농익을 대로 농익었다. 법적 기준과 인프라만 갖춘다면 지금 당장 완전자율주행도 가능할 만큼 반응이 부드럽고 정확하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알아서 차선까지 바꿔 달린다. 옆에 달리는 차가 있으면 속도를 줄여 공간을 만들고 조심스럽지만 빠르고 정확하게 차선을 바꿔 문다.

단언컨대 테슬라는 우리 시대에 존재하는 가장 앞선 전기차다.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400km 이상 여유롭게 달릴 수 있다. 그러면서 고급 세단의 감성과 여유로운 공간에 실용성까지 품었다. 더불어 지구를 구하는 사회적 책임까지 실천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지인 셈이다.

TESLA MODEL X 100D
Price 1억2640만 원
Engine 전기모터 2개, 480마력, 90.0kg·m
Transmission 1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4.9초, 250km/h, 468km(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Weight 2459kg

LOVE 낮은 무게중심을 기반으로 한 주행 안정성과 극강의 정숙성, 탁월한 친환경과 경제성
HATE 여전히 비싼 가격과 비교적 저렴한 마감재, 시선을 너무 끌어 다소 민망한 팔콘 윙
VERDICT 현존하는 최고의 전기 SUV로 꼽을 만 하다. 이제는 인프라 구축과 배터리 가격 인하가 관건

이병진 사진 최대일,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