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카의 변신은 무죄? 기아 쏘울 부스터

드디어 안팎으로 큰 변화를 준 3세대 쏘울이 등장했다. 그런데, 박스카에 너무 과한 파워트레인을 얹었다

무섭게 변한 겉모습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인테리어의 변화는 대부분 좋은 평가를 내렸다

2008년 1세대 쏘울이 출시되고 시승을 위해 차를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독특한 박스카 스타일은 분명, 일본차를 모티브로 했을 거라며 혼잣말을 했었다. 그리고, “참 못생겼네”라고 당시 시승기에도 적었었다. 인기? 글쎄. 자동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 것이다. 국내보다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을. 물론, 국내에서 쏘울을 구입해 타고 다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차가 좋고 나쁘고는 결국 상대적이다. 이는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내게 못생기게 보일 뿐, 디자인이 괜찮아서 쏘울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다소 투박했던 디자인이 3세대에 이르러 몰라보게 변했다. 얄쌍한 눈매부터 범상치 않다. 헤드램프 사이를 잇는 얇은 바 형태의 라인도 신선하다. 공기 흡입은 대부분 범퍼에서 이뤄진다. 박스 스타일은 변함이 없다. 아니, 변하면 안 된다. 전혀 다른 컨셉트로 이름까지 바꾼다면 모를까. 개인적으로는 뒤쪽 디자인이 가장 눈에 띈다. 리어 램프는 차체를 괄호로 감싸는 형태다. 아래쪽 머플러는 유럽 고성능 자동차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중앙에 위치했다.

터보 랙이 느껴지지만, 힘을 쏟기 시작하면 만족할 만한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이상은 없다

맞다. 이번 쏘울은 역대 쏘울 중 가장 고성능이다. 아반떼 스포츠에 들어간 파워트레인을 이식했으니, 200마력이 넘는다. 난 이 부분에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굳이 쏘울에 200마력이 넘는 힘이 필요한 걸까? 이런 생각은 나만 한 건 아니었다. 동료 중에서도 이런 생각을 전달했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었다. “그래, 박스카라고 해서 꼭 연료 효율과 실용성에만 초점을 둬야 할 필요는 없지.” 크기를 보자. 전장은 기존 모델보다 55mm 늘어난 4195mm, 전폭은 1800mm로 같다. 전고는 15mm 늘어 1615mm가 됐고 휠베이스는 30mm 늘인 2600mm다. 트렁크 입구를 25mm 넓히고 적재 공간의 깊이와 너비를 모두 키워 기존 모델보다 10ℓ 넓어진 364ℓ의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실내도 한층 독창적으로 변했다. 아치형으로 연결된 대시보드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쏘울의 정체성을 잇는 원형 모티브 디자인 그리고 음향 확산에서 영감을 얻은 패턴이 전체적인 인테리어의 핵심이다. 한층 강력해진 파워트레인에 어울리게 쏘울 전용 D컷 스티어링 휠을 심었다. 쏘울 부스터는 타깃층을 고려해 멀티미디어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화면이 10.25″로 아주 크다. 덕분에 3분할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기아자동차 최초로 블루투스 기기 2대를 동시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블루투스 멀티커넥션’ 기능이 적용됐다. 독특한 기능은 또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대한 가수나 제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사운드하운드’ 기능도 있다. 서버형 음성인식 기능은 카카오 I가 심어져 일일이 주소를 찍거나 하는 번거로움 없이 음성으로 목적지를 설정할 수도 있다. 거기에, HUD 시스템이 달린다. 물론, 전면 윈도에 비추는 방식이 아닌, 팝업 글라스가 올라오는 방식인 컴바이너 타입이다.

쏘울 부스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역대 쏘울 중 가장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심었다.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204마력, 최대토크는 27.0kg·m다. 잘 달린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터보 랙이 느껴지지만, 힘을 쏟기 시작하면 만족할 만한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이상은 없다. 단순히 뻥 뚫린 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꾹 밟고 속도를 줄이는 거 외에는 이렇다 할 장점을 찾기 힘들다. 침이 마르도록 고성능을 강조했으니, 적어도 사운드 제네레이터를 이용해 가상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듯하다. 엔진 회전수가 오를수록 비명은 커져만 갔다. 코너 실력은 과거보다 좋겠지만, 분명 불안한 구석은 있다. 추운 날씨로 인해 타이어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굳이…’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 성능보다 능동형 안전 장비가 더 마음에 든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기본으로, 후측방 충돌 경고,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전방 충돌 방지 보조, 후방 교차충돌 방비 보조, 하이 빔 보조 등 괜찮은 아이템을 잔뜩 두르고 있다. 물론, 그에 따른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 쏘울에 이런 파워트레인이 왜 필요한 걸까? 아무리 상대적이라고는 하지만, 판매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 보지 않는다. 쏘울은 이미 북미에서 성공을 거둔 차다. 그곳에서는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파워트레인이 올라간 쏘울만 판매할 것이다(전기차 제외). 북미 시장을 위해 만든 차를 그냥 그대로 한국에서 판매한다는 것. 굳이 다른 엔진을 얹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판매량이 그렇게 나오지 않을 테니 말이다.

1세대 쏘울은 가솔린 1.6, 2.0 그리고 디젤 엔진까지 있었다. 2세대 쏘울만 하더라도 디젤 엔진이 있었다. 그런데 3세대는 단일 엔진이다. 굳이 고성능이 필요치 않은 사람은 대안이 없다. 쏘울 부스터를 시승하고 난 후,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고성능이라고 하기에는 최고출력을 쏟아내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고성능을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아이템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독창적인 인테리어와 커진 차체는 무척 마음에 든다. 그에 따른 안전 장비까지 말이다.

차라리 스마트 스트림 엔진을 얹었으면 어땠을까? K3와 아반떼의 주력 파워트레인이 쏘울에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아니다, 분명 지금의 쏘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가장 좋은 방법은, 선택의 폭을 넓히는 거다. 스마트 스트림 엔진을 얹은 쏘울은 CVT(그들은 IVT라 부른다)를 얹을 테니 나긋나긋함을 좋아하는 운전자라면 확실히 좋은 선택이다. 출력은 80마력 정도 떨어지지만, 천천히 주행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더 많을 것이다. 아 물론, 지금의 쏘울이 2.0 모델만 있는 건 아니다. 쏘울 EV가 있으니 말이다.

KIA SOUL BOOSTER
Price 1914만~2346만 원
Engine 1591cc I4 가솔린 터보, 204마력@6000rpm, 27.0kg·m@1500~4500rpm
Transmission 7단 DCT, FWD
Performance 0→100 N/A 초, N/A km/h, 12.2km/ℓ, CO₂ 137g/km
Weight 1375kg

LOVE 독창적인 실내, 안전 장비
HATE 스마트 스트림 쏘울을 출시하라!
VERDICT 과연, 국내에서도 쏘울이 성공할 수 있을까?

최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