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컬리넌, 가치를 증명하라

롤스로이스 최초의 SUV 컬리넌은 과연 성공적일까? <car> 에디터들이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며 소화한 컬리넌의 모든 것

롤스로이스가 만든 첫 번째 SUV. 생김새는 어때?
솔직히 첫인상은 좀 독특했어. SUV는 맞는데 어떻게 보면 팬텀을 좀 더 크고 높게 만든 크로스오버 같달까? SUV에서 흔히 볼 수 없는 3박스 스타일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아. 존재감과 카리스마는 람보르기니 이상이야. 롤스로이스 전매특허인 세로 프런트 그릴을 더 크고 굵게 만들어 전성기 판테온 신전처럼 강렬한 이미지를 강조했어. 보닛 끝에 자리 잡은 행운의 여신은 세월 따라 더 세련되고 우아한 미모로 진화했고. 네모와 직선이 테마인 커다란 얼굴은 롤스로이스 특유의 고압적이면서 당당한 이미지가 여전해. 오히려 더 육중해서 분위기에 압도당할 정도야. 컬리넌이 내 차 뒤에 붙어 쫓아오면 자연스레 길을 터주지 않을까 싶을 정도라니까. 옆에서 보면 컬리넌 특유의 3등분이 도드라져. 엔진룸과 실내, 트렁크가 분명해 이들의 SUV에 대한 독특한 해석이 흥미로워. 옆 유리와 문의 비율이 비슷해 세단 느낌이 나기도 하고. 롤스로이스 특유의 양문형 냉장고처럼 열리는 코치 도어도 이들의 다양한 디자인 특징 중 하나지. 해치는 아래 위로 나눠 열리는 클램셸 타입. 문 열고 걸터 앉아 속닥거리는 사치도 가능하더군. 아무튼 전체적인 디자인은 고급스럽고 독특하면서 동시에 과할 정도로 카리스마 넘쳐. 이병진기자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롤스로이스답다고 해야 하나, 참신하다고 해야 하나? 눈앞에 나타난 컬리넌은 기대보다 크고 웅장했으며 비범한 디자인임에는 틀림없어. 롤스로이스가 어떤 SUV를 원하고 부유한 고객에게 필요한 차가 어떤 형태인지 셀 수 없이 고민했을 거야. 컬리넌 프로젝트를 맡았던 자일스 테일러가 말하길, 컬리넌의 초기 디자인은 유선형에 매우 우아한 곡선을 듬뿍 담았다고 했어. 하지만, 진정한 SUV의 실용성과 롤스로이스의 전통적인 디자인 컨셉트를 고수하기 위해 남성다운 박스 형태로 결론지었다고 하더군. 덕분에 컬리넌은 전통적이고 안정적이며 압도적인 존재감이 남달라. 그러나 선뜻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어렵더라고. 김장원기자

전형적인 롤스로이스 가문의 모습이야. 그래서인지 ‘새것’에 대한 기대감은 느껴지지 않지만, 롤스로이스 특유의 거대한 프런트 그릴은 위압감을 줘 앞길을 막으면 안 되는 기분이었어. 프런트 그릴의 끝에서 고고하게 날개를 펼치고 있는 환희의 여신상은 뱃머리에 달린 선수상을 떠오르게 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나오는 배의 선수상처럼 흉악하거나 저급한 느낌이 아니야. 16세기 바다를 누비며 스페인의 자랑이었던 무적함대를 떠올린다고 할까? 내가 가는 길에 축복과 승리만을 전해주는 수호신 이랄까? 리어 램프는 볼수록 오묘해. 처음에는 몸집보다 작아 보여 힘이 들어간 앞모습과 달리 기운이 빠지는 듯했거든. 하지만 보면 볼수록 알맞게 느껴지는 리어 램프의 크기는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더라고. 컬리넌의 거대한 덩치는 부담스럽기보다 나를 지켜주는 듬직한 보디가드처럼 느껴졌어. 전우빈기자

실내에서 느낀 최고 장점과 최고 단점이 궁금하다.
실내에서 느끼는 최고 장점과 단점이라. 최고 장점은 안락하고 안락하고 또 안락하다는 것. 너무 부드럽고 고요해서 창문 밖 풍경이 전혀 다른 세상인 것처럼 생경해. 지구 종말의 상황이 와도 컬리넌 안에만 있으면 한결같이 조용하고 안락할 것만 같아. 높은 시트에 올라 어지간한 차들을 내려다 보며 운전하는 독특한 우월감도 생기더라. 단점? 차고 넘치는 첨단 기능들을 다루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 일반 차들과 좀 다른 롤스로이스만의 배치와 구성, 정갈하기 위해 숨겨둔 기능들을 수족처럼 다루려면 익숙해지는데 시간 좀 걸리겠더라고. 그래도 뭐 어때. 공부 좀 하면 되지. 롤스로이스잖아. 이병진기자

롤스로이스의 매력은 타협하지 않는 고급스러움이야. 모기 물린 상처조차 없는 최상급 가죽과 나뭇결을 간직한 우드 트림 그리고 크롬 도금 대신 스테인리스 스틸을 가공한 디테일은 오감을 자극하지. 컬리넌 역시 롤스로이스가 제안하는 럭셔리를 온전히 받아들였어. 그에 반해 모든 좌석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다 보니 실제로 엄청나게 큰 차임에도 그다지 넓게 느껴지지 않아. 좋게 말하면 독립적이고 안락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어딘가 모르게 답답하다 할까? 또한 가격에 비하면 눈을 사로잡을만한 첨단 기술도 부족한 편이야. 우리는 늘 첨단 기술에 목말라 있는데 말이지. 김장원기자

최고 장점은 뒷자리 안락함과 높은 시야에서 오는 만족감이지. 우리가 경험한 컬리넌은 벤치 시트 옵션의 5인승 버전으로 뒷자리에 좌석 조절 장치가 없어. 컬리넌의 가격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었어.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했었지. 실망감을 느끼고 뒷자리에 앉는 순간 왕을 의심한 나를 질책하게 되더라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시트를 경험해봤지만 아무런 조작 없이 앉기만 해도 나를 위한 맞춤 시트를 완벽히 선사해주는 차는 컬리넌이 유일해. 안락함과 더불어 다른 차를 내려다보고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해 뒷자리에 계속 머물고 싶어 지거든. 최고 단점은 다이얼 방식의 온도 조절 장치. 고풍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 흔한 디스플레이 창 하나 없이 다이얼을 돌려 조절해야해. 전우빈기자

5억 원에 육박하는 가격만큼 가치가 있니? 참고로 시승 모델은 스페셜 옵션을 좀 더해 5억 원이 넘는다던데.
컬리넌의 국내 판매가격은 4억6900만 원. 시승 모델은 몇 가지 옵션을 더한 덕에 5억 원을 가뿐히 넘겨. 가격을 고려해 가치를 생각하면 솔직히 좀 사치스럽고 과하지. 하지만 이 녀석이 누구? 컬리넌. 집안은? 롤스로이스잖아. 브랜드의 역사와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첨단의 끝에 선 기술력, 장인들의 수고스러움, 넘치는 존재감과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치 등을 고려하면 인정할 만한 차 값이야.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면 가뿐히 다른 브랜드와 모델로 관심을 돌리면 되고. 이병진기자

모든 사치품이 그렇듯이 롤스로이스를 단순히 가격만으로 평가할 수 없어. 어차피 롤스로이스를 선택하는 부호들은 가격에 그리 민감하지 않을테니까. 오랜 역사만큼이나 압도적인 럭셔리와 감성적인 품질을 누리고 싶다면 그들은 기꺼이 높은 금액을 지불한다고. 만약 내가 전 세계 1%의 부호라면 고민 없이 롤스로이스를 차고에 넣을 거야. 단, 컬리넌은 아니야. 컬리넌이 여느 롤스로이스처럼 초호화 자동차임에는 틀림없지만, 팬텀만큼 특별하지 않고 던 보다도 우아하지 않아. 아무래도 내 머릿속에 최고의 럭셔리카는 낮은 세단이거나 컨버터블로 남아 있나봐. 김장원기자

5억 원이라는 가격표는 현실감을 잊게 만들기 충분해. 내 기준으로 이야기한다면 5억 원의 가치는 없어. 하지만 나는 5억 원이라는 돈으로 자동차보다는 집을 먼저 생각하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야.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만약 내가 능력이 된다면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어. 롤스로이스가 주는 만족감은 다른 어느 브랜드에서 흉내 낼 수 없는 유니크한 감성이 있어. 아마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유니크함을 위해 충분히 지불하지 않을까? 전우빈기자

주행감이 궁금하다. 매직 카펫 라이드가 기본이라던데. 몰아보니 어때?
솔직히 기대했던 매직 카펫 라이드만큼은 아니었어. 에어 서스펜션이 차체 거동과 조향, 카메라 정보 등을 취합해 알아서 이상적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이잖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윗급모델에도 비슷한 기능의 서스펜션이 있지. S-클래스 때는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했었어. 과속방지턱을 넘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면 방지턱이 없는 것 같았거든. 근데 컬리넌은 그정도는 아니였어. 물론 묵직하고 부드러워 고급 융단을 깐 도로를 달리는 느낌이지만 적잖은 무게와 덩치 탓인지 약간은 반응이 좀 있어. 매직 카펫 라이드에서 매직을 덜어낸 카펫 라이드 쯤 될 것 같아. 이병진기자

분명한 건 컬리넌을 운전하는 느낌은 차를 몬다는 느낌보다 요트를 조종한다는 느낌에 가깝다는 거야. 얇은 스티어링 휠은 마치 보트의 키처럼 휙휙 돌아가고, 단단한 아스팔트가 아니라 수면 위를 가르듯 부드럽게 발진해. 가끔 요철을 만나면 요동치는 차체도 마치 파도를 맞은 요트처럼 우직하게 버텨내고. 선장실처럼 높은 운전석에서 팬텀이나 고스트에선 느낄 수 없었던 우월함도 누릴 수 있었지. 하지만 롤스로이스가 말하는 ‘매직 카펫 라이드’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어. 여유로운 차체 높이와 매트리스보다 말랑말랑한 에어 서스펜션을 가졌지만 결코 마술 같은 승차감으로 우리를 유혹하지 못했거든. 매직 카펫 라이드는 여전히 팬텀의 고유 권한으로 결론지어야겠어. 김장원기자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매끈한 주행감을 보이지만 매직 카펫 라이드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팬텀처럼 요트를 모는 듯한 우아한 느낌을 기대했다면 실망감이 클 거야.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나갈 때는 롤스로이스라면 아무 느낌 없이(차 이름처럼 귀신같이) 넘어갈 것을 기대하지만 부드럽기보다는 무게로 누르면서 지나가는 느낌이야. 롤스로이스라서 기대하는 바가 컸던 탓인지 좀 더 아쉽더라고. 전우빈기자

컬리넌의 대안으로 뭐가 있을까? 그리고 왜?
컬리넌의 대안으로 적합한 모델이 뭐가 있을까? 벤틀리 벤테이가 정도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두 모델의 지향점은 많이 달라. 벤테이가는 빠르고 강력하면서 럭셔리한 SUV임을 자처하고 나섰어. V12 엔진은 컬리넌보다 좀 더 큰 힘을 내. 최고출력 608마력, 최대토크 91.8kg·m. 가격은 약 3억 원부터 시작. 슈퍼 럭셔리 SUV라는 범주로 보면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엄밀히 따지면 좀 많이 다르지. 브랜드 컨셉트부터 모델의 지향점, 차가 주는 재미와 감성, 그리고 가격 등 차이가 커. 딱 들어 맞는 컬리넌의 대안은 떠오르지 않아. 뚜렷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것. 그게 바로 롤스로이스라고. 이병진기자

포르쉐 카이엔? 카이엔은 여러모로 훌륭한 SUV지만 감히 롤스로이스와 비교할 수 없어. 특히 클래식한 스타일과 품질면에서 롤스로이스는 압도적이거든. 람보르기니 우루스? 가격만 봐서는 동급이지만 개성이 너무 달라. 제 아무리 SUV가 대세라지만 굳이 SUV를 타고 슈퍼카처럼 달려야 할까? 슈퍼카는 낮고 강렬한 아벤타도르나 우라칸으로 즐길 때 가장 짜릿한 법이지. 현재로선 벤테이가가 유일한 대안이지. 둘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럭셔리한 SUV지만, 나는 벤테이가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울어. 조금 덜 부담스럽다는 점 그리고 벤틀리 특유의 멋진 스타일이 더 매력적이야. 김장원기자

롤스로이스이기 때문에 대안을 찾기 힘들어. 페라리에서 SUV를 만든다면 그 차가 대안이 될지도 몰라. 럭셔리 브랜드에서 대안을 찾을 수 없으니 고성능 차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페라리가 만드는 슈퍼 SUV라면 컬리넌을 대체하지 않을까? 최고는 최고가 상대하는 법이니. 전우빈기자

12기통 대배기량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어때?
배기량이 무려 6.75ℓ나 돼. 거기에 터보를 2개나 붙여 돌려 만드는 출력은 563마력. 마력은 생각보다 평범하다고? 500마력을 훌쩍 넘기는데도 아쉽다고? 그렇다면 토크를 보자고. 최대토크가 무려 86.7kg·m야. 어마무시하지? 그런데 막 밟는대로 화끈하게 가속하거나 시트에 몸이 파묻히는 반응은 아니야. 부드럽고 묵직하고 진득해. 그러면서 언제든 힘이 남아 돌아. 반응은 촐싹거리지 않지만 에너지가 가득한 거지. 왜 화끈하게 달리지 않느냐고? 당연하지. 이 녀석은 귀족 가문 롤스로이스 SUV잖아? 언제 어디서든 고상함을 잃으면 안돼. 늘 기품있고 당당해야 해. 이병진기자

사실 다운사이징 엔진이 보편화된 자동차 판에서 여전히 V12를 고수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하지만 부호들이 열광하는 상징성과 희귀함은 V12를 따라올 수 없어. 시동을 걸면 재잘거리는 배기 사운드와 회전 질감은, 벤테이가 V8의 고동감 또는 우루스의 광포한 반응과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지. 엔진을 켜자마자 바쁘게 돌아가는 12개의 피스톤은 엄청난 토크를 분출해. 이 힘은 3t에 가까운 컬리넌을 가볍고 얌전하게 최고속도에 도달하게 만들지. 또한 가파르고 험준한 환경에서도 발군이야. 워낙 힘찬 토크 덕분에 로 기어조차 필요치 않을 정도거든. 김장원기자

5.3m가 넘는 길이에 무게만 2.7t. 육중한 몸놀림을 예상했지만 가속 페달을 밟아보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쾌하게 움직였어. 또한 운전하다 계기반을 보니 속도에 놀랐어.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탓에 태코미터의 바늘이 제한속도를 훌쩍 넘어선 속도를 가리키고 있었거든. 8단 자동변속기는 CVT처럼 변속감이 느껴지지 않아. 우악스러운 소리를 내지 않고 기품있게 달리는 모습에 나는 그저 과속하지 않을까 연신 계기반을 쳐다보게 돼. 그리고 HUD가 있으면 좋겠어. 전우빈기자

편집부 사진 최대일,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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