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과 G의 자질평가(Feat. 포천 레이스웨이)

평범함을 거부한 현대 N과 제네시스. 악동 같은 벨로스터 N과 제네시스의 신성 G70가 포천 레이스웨이 서킷에서 자질 평가를 받는다

오랜만에 진짜 겨울 같은 날씨였다. 공기는 차고 건조했으며 미세먼지도 없는 청명한 하늘 아래 꽁꽁 얼어붙은 아스팔트를 밟았다. 서울에서 차를 몰아 약 1시간 반 동안 달렸다. 시동을 걸면서 확인했던 타이어 공기압은 서서히 올라 41psi를 가리켰다. 철저히 온로드 그립을 추구하는 P-제로 타이어가 적당히 달아올랐음을 의미한다. 오늘은 일반 도로를 벗어나 일탈의 장소로 꼽히는 포천 레이스웨이 서킷을 달린다. 때문에 우리는 일상적인 시승 때보다 더욱 신경 써서 차를 살펴야 했다. 엔진오일과 브레이크 패드를 확인하고 타이어 마모 상태와 공기압을 재차 확인했다. 타이어가 많이 닳기는 했지만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각종 오일이며 냉각수가 적정 온도에 도달했고 시승차 2대 모두 잔잔한 아이들링 상태를 유지하며 서킷 입성을 기다렸다.

한 대는 걸걸한 배기음으로 허세를 부리는 핫 해치다. 독특한 외모부터 비범한 성능까지, 개성으로 똘똘 뭉친 이 차는 아스팔트 위를 누비는 이단아다. 다른 한 대는 우아한 디자인과 품격을 강조하는 세단이다. 안팎을 감성적인 브랜드 철학으로 무장했지만, 운전자가 원할 때 짜릿한 성능을 드러내는 화끈함도 겸비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개성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고성능에 욕심내는 현대 벨로스터 N과 제네시스 G70다. 벨로스터 N은 우리 같은 자동차 마니아가 열광하는 조건을 빠짐없이 갖췄다. 강력한 터보 엔진, 수동변속기, 끈적끈적한 여름용 타이어, 레브 매칭 기능, e-LSD 등 시빅 타입 R이나 포커스 RS처럼 화려한 스펙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이미 수많은 블로거와 유튜버 사이에서 뜨거운 화젯거리가 되었으며, 벨로스터 N의 형제인 i30 N은 <car>에서 진행한 ‘Hot hatch of the year 2018’에서 활약해 영국 에디터들을 깜짝 놀라게 한 신예다.

그동안 놀라운 명성에 비하면 우리의 시승이 늦은 게 사실이나, 공도가 아닌 트랙에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로 한다. 트랙은 자동차가 쉽게 한계를 드러내는 냉혹한 스파링 장소다. 걸출한 스포츠카도 구불구불한 아스팔트 위에선 바닥을 드러내며 슈퍼카도 쉽게 허점을 노출하고 만다. 트랙에 올리면 경우의 수는 둘이다. 차가 먼저 한계를 드러내거나 운전자가 실력이 됐든 체력이 됐든 미천을 드러낸다. 즉, 벨로스터 N과 우리의 신경전 사이에서 벨로스터 N은 성능을 입증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포천 레이스웨이를 찾은 진짜 이유다. 벨로스터 N과 우리의 싸움은 애초에 우리가 더 유리했다. 내가 지치면 N을 타고 싶어 안달 난 다른 에디터에게 운전대를 맡기면 됐다. 행여 우리의 운전 실력이 미천하다면 레이싱 스쿨 인스트럭터에게 배턴을 넘길 수도 있었다.

유리한 조건에서 벨로스터 N은 타이어 온도를 올리는 데만 열중했다. 타이어 그립이 살아나면서 손발도 바빠지기 시작한다. N은 씩씩대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코너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린다. 절도있게 들어가는 기어 레버를 휘저으며 클러치를 연결할 때마다 경쾌하게 튀어 나간다. 오직 수동변속기가 선사하는 청량감에 빠지면 결코 헤어나오기 힘들다. 철저하게 운전자 의도대로 가속하고 감속하는 N은, 우리가 알고 있는 국산차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부숴버린다. 한계를 넘어서면 운전자 의도를 쉽게 무시해버리는 ‘무늬만 스포츠카’를 넘어 벨로스터 N은 철저하게 운전자를 존중하며 혈기왕성하다. 가장 열정적인 순간은 스티어링 휠에 크게 마련된 N 모드를 활성할 때다. 스로틀 반응, 스티어링 감도, 변속기(레브 매칭), 서스펜션, 가변 머플러, e-LSD, 자세 제어 장치가 모두 최대로 조여지고 트랙에 걸맞은 설정을 버튼 하나로 누릴 수 있다.

벨로스터 N은 사나운 소리를 내며 트랙을 질주했다. 근육질 엔진은 시원하게 출력을 뽑아내고 돌덩이처럼 무거워진 스티어링은 뚝심이 대단하다. N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코너를 파고들었다. 언더스티어를 말끔하게 극복한 N은 롤러코스터처럼 코너로 빨려 들어간다. 브레이크를 밟고, 클러치를 밟고, 가속 페달을 밟고, 기어를 바꾸고, 다시 클러치를 놓아야 하는 복잡한 과정은 레브 매칭 기능이 대신 한다. 작동 과정이 매우 매끄러우며 완벽한 rpm 보정으로 힐앤토의 달인이라 한들 이 기능을 꺼버릴 이유는 전혀 없다. 가파른 에이펙스를 스치고 코너를 탈출하고 있다면 마음껏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다. ‘N 코너 카빙 디퍼렌셜’이라 불리는 e-LSD가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N은 브레이크가 지칠 때까지 헤어핀에 뛰어들었다.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스티어링, 뉴트럴스티어를 사랑하는 섀시, 영민한 LSD가 만나 조화를 이루었으며 우리는 짜릿한 운전에 푹 빠져 철부지처럼 기어 레버를 휘둘렀다.

하지만 G70에서는 묵직한 기어 레버를 괴롭힐 이유가 없었다. 정신없이 클러치 페달을 밟을 일도 없으며 그저 손가락 까딱이며 패들 시프트를 당기는 것 이외는 바쁠 게 전혀 없다. 평온한 콕핏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하며 2019년형으로 개선된 G70는 3D 클러스터로 화려한 첨단 기술을 뽐낸다. 선명한 인포테인먼트와 퀼팅 스티치로 멋을 낸 가죽 시트 그리고 감각적으로 정리한 센터패시아는 정상급 세단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사실 G70와 서킷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푸근한 운전석에 몸을 기대어 화려한 도심을 유유히 거닐 때 진정으로 빛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3.3 터보 엔진과 날카롭게 조율된 스포츠 모드의 조합은 서킷에서도 생기를 잃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는 엔진과 서스펜션에 활기를 더하고 가죽 시트를 조여 허리를 움켜쥐었다. 평온했던 실내는 가상 엔진음으로 소란스럽다. 댐퍼에는 힘이 바짝 들어가고 자세 제어 장치가 바쁘게 작동한다. 건강한 V6 엔진은 너무나도 쉽게 속도를 올려버리기 때문에 코너에서 도망갔던 N을 단숨에 따라잡았다. 하지만 코너에선 아스팔트와 힘겹게 겨루는 미쉐린 PS4 타이어에 많은 걸 의지해야 했다. 횡G를 버티는 섀시나 뚝심 좋은 서스펜션이 패닉 상태에 빠져들지 않았으나, 승차감을 고려한 섀시 설정과 육중한 몸무게가 발목을 잡는다.

G70는 스포츠 세단의 범주에서 타협을 이뤘으며 비록 N의 민첩한 발놀림과는 거리가 멀지만, 한계 상황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는 고성능 세단의 면모를 보여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G70의 자세 제어 장치를 완전히 끄고 고삐를 풀어주면 화끈한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상시 4륜구동 사양의 시승차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전자 제어에서 완전히 해방된 G70는 현란한 파워 슬라이드를 펼쳐 보였다. 강력한 터보 엔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타이어를 미끄러트리기에 힘이 충분하고, 4륜구동 시스템은 거의 모든 힘을 뒷바퀴로 쏟아부어 자연스럽게 꼬리를 흔든다. 무엇보다 G70에 탑재된 기계식 LSD가 지대한 역할을 한다. 물론 LSD가 오직 드리프트를 위한 스페셜리스트는 아닐지라도 코너를 날카롭게 선회하는 고성능 세단의 특권임에는 틀림없다.

벨로스터 N과 G70는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하나같이 우리를 들뜨게 만들었다. N은 경쾌한 풋워크와 야무진 파워로 시종일관 연석을 타고 넘었고, 제네시스는 뚜렷한 후륜구동 중심의 트랙션을 선사하며 세련된 주행 실력을 뽐냈다. 주행 과정과 기계적인 방법에서 큰 차이가 있을지라도 둘 모두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사실에 우리는 크게 감명받았다. 특히 벨로스터 N은 지금까지 해치백 무덤이라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존재이며, 골프 GTI나 클리오 RS와 겨뤄도 전혀 손색없는 성능과 패기가 돋보인다. 이는 과거에 스쿠프 터보로 속도를 즐겼던 구세대 자동차 마니아의 가슴을 다시 한번 설레게 하는 핫 해치이자, 운전의 즐거움을 망각한 젊은이들에게 매우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Genesis G70 3.3T HTRAC
Price 5473만 원
Engine 3342cc V6 가솔린 터보, 370마력@6000rpm, 52.0kg·m@1300~45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AWD
Performance 0→100 N/A, N/A, 8.6km/ℓ, CO₂ 197g/km
Weight 1775kg

Hyundai Veloster N
Price 3107만 원
Engine 1998cc I4 가솔린 터보, 275마력@6000rpm, 36.0kg·m@1450~4700rpm
Transmission 6단 수동, FWD
Performance 0→100 6.1초, N/A, 10.5km/ℓ, CO₂ 162g/km
Weight 1410kg

김장원 사진 최대일

Car’s Inquisition
레이스웨이 류주경 대표가 말하는 레이스웨이

모터스포츠 불모지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레이스웨이를 시작하게 된 이유?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사람 대부분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데 기존의 서킷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 편히 올 수 있는 거리와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가성비가 좋은 서킷을 항상 생각해왔다. 운 좋게 기회가 찾아와 레이스웨이를 시작하게 됐다.

운 좋은 기회가 무엇인가?
포천시가 이곳을 개발할 사업자를 찾고 있었고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운 좋게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 3년간의 준비 끝에 레이스웨이을 완성했다.

레이스웨이의 장점은?
레이스웨이를 ‘힐링 서킷’이라고 말하고 싶다. 레이스웨이는 수도권에서 방문하기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와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모터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모터스포츠에 관심이 많아서 시작하게 됐나?
사실 전혀 관심이 없었다. 가족이 모터스포츠에 애정을 갖고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모터스포츠를 접하게 됐다. 가족의 일을 돕고자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의 목표는?
레이스웨이를 통해 모터스포츠 문화를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레저, 관광 등 다양한 통로로 연계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레이스웨이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부담 없이 놀러 오는 힐링 서킷이 됐으면 한다.

전우빈

POCHEON RACEWAY
자동차 마니아가 바라던 아스팔트 유토피아

달리고 싶은데 달릴 데가 없다고? 주말 레이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바로, 2019년 새롭게 선보이는 포천 레이스웨이 서킷이다. 레이스웨이의 가장 큰 매력은 접근성이다. 그동안 스포츠 주행을 즐기려면 인제 스피디움이나 영암국제자동차경주장까지 머나먼 여정을 떠나야 했지만, 레이스웨이는 경기도 포천에 위치해 서울에서 1시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다. 포천 레이스웨이는 국내 베테랑 드라이버 출신인 장순호 대표가 직접 트랙을 설계했다. 모터스포츠 1세대로 꼽히는 그는 다양한 경험과 분석을 통해 실용적이고 짜릿한 트랙을 완성했다. 국제공인기준(Grade 4)을 만족하는 레이스웨이는 총 길이 3.159km, 도로 폭 11m, 19개의 코너, 고저 차 9m의 트랙으로, 까다로운 코스와 헤어핀에 가까운 코너로 이루어져 있다. 레이스웨이의 인스터럭터 말에 따르면, 코너도 많은 데다 까다로운 구간이 많아 운전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전했다. 현재는 회원제로 운영 중이지만 앞으로는 카트, 오프로드, 웨트 상설 프로그램, 스노&아이스 드라이빙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다목적 서킷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