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원 칼럼] 잘만든 플랫폼 하나가 자동차 브랜드의 생존을 결정한다

플랫폼이 가진 범용성, 구조, 강성, 무게 배분, 파워트레인과의 조화가 앞으로 등장할 신차의 상품성을 설명해줄 중요한 포트폴리오가 된다

잘만든 플랫폼 하나가 자동차 브랜드의 생존을 결정한다. 본격 플랫폼 공유 시대가 도래하면서 플랫폼의 중요성은 점차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의 밑바탕이 되는 플랫폼은 신차의 성능과 상품성을 결정 짓는다. 나아가 플랫폼 공유는 제조사의 라인업 구성에 기준점이 된다. 자동차 플랫폼은 우리 인간의 뼈대와 같다. 인간의 뼈대는 사람마다 크기가 다르지만, 현재 대다수의 자동차는 동일한 뼈대를 공유한다. 단 자동차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은 같되, 보디 스타일이나 크기에 따라 조금씩 변형해 적용하는 방식이다. 과거엔 자동차 모델마다 별개의 플랫폼을 사용했다. 차마다 고유 플랫폼을 개발해야 했으며, 제작 단가도 비싸고 생산 효율도 떨어졌다. 그러나 본격 플랫폼 공유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제조사는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성 증대는 물론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원두 하나로 다양한 커피를 뽑아내듯이, 여러 차종을 만드는데 오직 공유 플랫폼 하나면 충분한 셈이다. 바야흐로 소형차와 대형차가 동일한 DNA를 품는 시대다. 골프와 아테온, 3시리즈와 7시리즈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사실도 전혀 신기할 게 없는 사실이 됐다. 플랫폼 공유의 다음 단계는 플랫폼 모듈화로 이어진다. 플랫폼 모듈화란 플랫폼의 구성품을 단일적으로 구성해 표준화하는 방법이다. 이는 규격화된 블록을 조립해 여러 가지 모형으로 탄생하는 레고와 비슷한 원리다. 모듈화된 플랫폼은 유연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단 하나의 플랫폼으로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제작할 수 있음은 물론 표준화된 모듈 규격과 구조에 따라 부품 호환성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요즘은 한 대의 신차를 평가하기보다 플랫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이 가진 범용성, 구조, 강성, 무게 배분, 파워트레인과의 조화가 앞으로 등장할 신차의 상품성을 설명해줄 중요한 포트폴리오가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볼보의 중·대형차 플랫폼인 SPA를 예로 들 수 있다. SPA의 유연성은 볼보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모두에게 자유로운 발상을 허락했다. 실내 공간을 넓히기 위해 휠베이스를 늘인다든가, 차체 높이를 유연하게 키울 수 있다. 덕분에 디자이너는 멋진 비율로 60과 90 시리즈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와 첨단 장비도 마찬가지다. SPA는 첨단 안전 장비와 반자율주행 기술까지 고려했으며, 넉넉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인테리어를 표현할 수 있다. 범용성 역시 훌륭하다. SPA 플랫폼 하나로 세단, SUV, 왜건 등 다양한 보디 타입이 쏟아져 나왔고,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올렸다. 볼보가 공들여 만든 SPA 플랫폼이 성공적인 60과 90 시리즈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최근 현대도 신형 쏘나타 출시에 앞서 3세대 공유 플랫폼을 공개했다. 3세대 플랫폼의 주제는 안전 성능, 경량화, 저상화로 크게 3가지다. 안전 성능 부문에선 다중골격 구조 엔진룸이 돋보인다. 충돌 시 차체가 흡수하는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고 스몰오버랩 충돌 시 차체를 바깥쪽으로 이동시키는 거동 제어 기술을 추가해 탑승자의 부상 가능성을 더욱 낮췄다. 또한 초고장력강과 핫스탬핑 공법을 확대함으로써 플랫폼의 평균 강도는 10% 높이고 무게는 55kg 이상 줄였다. 저상화 기술도 눈여겨볼 만하다. 엔진룸, 시트 착석 위치, 언더플로어, 러기지 룸을 하향 배치해 전고를 기존 대비 30mm 낮췄다. 무게중심이 낮아지면 주행 성능은 물론 디자인 자유도 역시 보장된다. 현대와 기아는 곧 출시를 앞둔 8세대 쏘나타를 시작으로 앞으로 등장하는 신차에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할 예정이다. 중형 세단 뿐만 아니라 SUV, MPV 등 다양한 보디 타입으로 다양하게 확장될 것이다. 신형 쏘나타의 출시에 앞서 3세대 플랫폼을 자랑스럽게 공개한 모습에서 자신감이 비춰진다. 앞으로 현대와 기아의 탄탄한 초석이 될지 두고 보는 일만 남았다.

김장원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