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N과 미니 JCW, 오직 당신을 위한 세컨카 후보

미니밴에 머무는 당신에게 현대 N과 미니 JCW가 일탈을 제안한다. 오직 당신을 위한 세컨카 후보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마음은 이미 트랙에서 랩타임 기록 경신을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현실은 미니밴을 몰고서 대형 마트 지하주차장을 서성이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죄다 모터스포츠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뿐이다.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텅 빈 서킷을 원 없이 달리고 싶다.’ 당신이 이런 바람을 갖고 있다면 한 번쯤은 핫 해치 주위를 기웃거렸을 것이다. 비록 한때지만 르망 레이서, 엑센트 TGR, 라노스 로미오를 비롯해 i30와 골프 GTI 등 해치백 불모지에서 이런 차를 소유했다면 당신의 과거는 분명 빠르고 멋졌을 것이다. 지금은 가족을 위해 SUV나 RV를 몰고 있지만, 언젠가 당신을 위한 차를 눈여겨보고 있다면 지금이 적기다. 사실 이제까지는 살 만한 핫 해치가 별로 없었다. 국산차는 성능이 싱거웠고, 유럽제 해치백은 죄다 디젤 모델이거나 가격이 너무 비쌌다.

하지만 벨로스터 N이 출시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차는 당신의 위시리스트에 거리낌 없이 올릴 만하다. 강력한 터보 엔진과 수동변속기가 맞물리고, 박력 있는 사운드와 경쾌한 핸들링까지 당신이 바라던 핫 해치의 자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 게다가 벨로스터의 넓은 뒷 좌석 공간과 1개의 리어 도어는 덤이다. 아내를 설득하는 데 이만한 장점도 보기 드물다. 한편 우리는 벨로스터 N의 라이벌로 미니 JCW 컨버터블을 지목했는데, 어쩌면 당신보다 당신의 아내가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미니는 지난 60년동안 사랑받고 있는 소형차의 아이콘이다. 둥근 헤드램프와 아담한 차체에 극단적인 오버행이 보여주는 비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이 차의 진짜 매력은 겉모습이 아니라 속에 있다. 미니는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고카트처럼 날쌔고 경쾌한 핸들링을 뽐낸다. 이 차의 유쾌한 운전 재미야말로 지금까지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미니의 고유 매력이다. 게다가 우리의 시승차는 미니의 고성능 모델인 JCW 버전에 언제든 오픈에어링을 만끽할 수 있는 컨버터블이다. 아, 물론 요즘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컨버터블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낭만이 있다. 굳이 서킷을 가지 않더라도, 시원한 바람과 탁월한 개방감을 만끽하며 생생하게 울려 퍼지는 엔진 사운드를 즐겨보라. 이처럼 낭만적인 차는 결코 흔치 않다. 단순히 유쾌함을 따지면 미니 만한 것도 없다.

우리는 여러 시승차를 경험하면서도 미니 앞에선 늘 관대했다. 벨로스터 N보다 가격도 비싼 데다가 실용성도 떨어지지만, 세컨카를 고르는 일 앞에선 고민 없이 미니를 선택했다. 귀여우면서도 터프한, 반전 같은 매력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독특한 컬러와 유니온 잭이 그려진 소프트톱 등 미니는 ‘인싸’다운 패션 감각도 갖췄다. 이 차는 서킷에서든 가로수길에서든 언제나 감각적이다. 심지어 나이도 가리지 않는다. 당신이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이든, 표정에서부터 여유가 느껴지는 50대든, 미니는 운전자를 멋스럽게 포장하는 재주가 좋다. 반면 벨로스터 N은 편협하다. 경제력도 갖추고 운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을 콕 집어내는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뚜렷한 목적지향형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오직 고성능밖에 모르는 바보랄까? 디자인이나 감각에서 느낄 수 있는 개성 그리고 운전자를 표현하고 만족시키는 감성은 미니를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성능은 벨로스터 N이 한 수 위다. 같은 2.0ℓ 터보 엔진이지만 출력은 44마력, 최대토크는 0.3kg·m 높다. 게다가 퍼포먼스 패키지까지 적용된 시승차는 미니를 따돌리기에 충분했다. 물론 JCW도 만만치 않다. 미니는 여러 방면으로 끼가 다분하다. 몸은 가볍고 펀치는 매섭다. 또한 경박한 소리가 아니라 기분 좋은 사운드를 연주한다. 아기자기한 콕핏과 스포티한 음색?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화지만 불협화음과는 거리가 멀다. 그에 반해 벨로스터 N은 정말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열화같이 반응하는 엔진을 오직 수동변속기로 다뤄야 한다. 모든 판단과 실행 그리고 수습까지 운전자에게 많은 권한을 남겨 둔다. 그래서 운전이 더 짜릿하다. N은 굽이진 와인딩 로드를 매섭게 파고들었다. N 모드로 접어들면 스티어링 휠을 힘껏 돌려야 하고 댐퍼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신경질적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조향감과 거친 반응은 빠른 속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핸들링은 경쾌함을 넘어서 예리하고 냉철하다. 차체는 언더스티어를 온몸으로 거부한다. 때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가슴 철렁한 위기 상황을 즐기기도 한다. N은 그간 상식적인 수준을 단숨에 뛰어넘은 현대의 별종이다. 무엇보다 N의 장기는 헤어핀에 가까운 가파른 코너에서 빛을 발했다. 퍼포먼스 패키지에 탑재된 N 코너 카빙 디퍼렌셜(eLSD)은 가속 페달을 한시라도 빨리 누르길 바랐다. 그래야 제구실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듯이. 악동 같은 N은 운전자를 끊임없이 부추기는 차다. 선회 한계가 예상보다 높기 때문에 자꾸만 도전하게 만든다. 뒤꽁무니로 처진 미니는 언더스티어와 싸우느라 허둥대는데, N은 기록 경신을 위해 기꺼이 모험을 즐긴다. 일반 도로에서는 전자 장비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서킷에서는 이마저도 완전히 꺼버릴 수 있다.

더 높은 온도를 견디는 브레이크 패드와 경량 휠 그리고 세미슬릭 타이어가 잘 어울리는 N은, 일반 도로보다 트랙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차다. 물론 일반 도로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도로에만 머물기엔 뜨거운 성능이 조금 아깝다. 한편 미니는 N을 따라가기엔 버거웠다. 출력도 출력인데 가파른 굽이를 만날 때마다 격차는 더 벌어졌다. 미니의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단단한 승차감은 벨로스터와 비교하면 무른 편이었다. 게다가 N은 주행 모드에 따라 댐퍼의 압력을 마술처럼 바꾸곤 했다. 빠르게 달릴 때와 순항할 때를 확실히 구분하는 벨로스터 쪽이 확실히 유용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니는 급박한 상황에서 중심을 잃기도 했다. 특히 제동할 때 아스팔트에 코를 박으며 차체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다. 금세 DSC가 개입해 상황을 수습하지만 지긋지긋한 언더스티어에 시달려야 한다. 결국 LSD가 없는 미니는 본질적인 한계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과연 운전 재미로 이름을 날렸던 미니의 명성은 허구일까? N과 JCW, 둘 모두 재미를 추구하는 핫 해치임에는 틀림없지만 단지 성능과 수치만으로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

미니는 표현력이 더 풍부하다. 똑같은 코너를 돌아나갈 때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표현 방식에 생기가 돈다. 마치 다양한 어휘로 화려한 작문 솜씨를 뽐내듯 미니는 쉼 없이 운전자에게 재잘거린다. 가벼운 차체와 짧은 휠베이스 그리고 끈적한 타이어가 다양한 소재 거리를 만들어 우리 앞에 펼쳐놓았다. 운전자는 풍요로운 식단 앞에서 다양한 선택을 즐길 수 있다. 사무적으로 보고하는 벨로스터와 비교하면 미니는 교감과 공감을 존중하는 소통전문가 같았다. 미니는 성능 말고도 즐길 거리로 넘쳐난다. 컨버터블 특유의 오픈 에어링은 원초적인 탈 것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루프 개방 누적 시간을 기록하는 참신한 기능도 돋보인다.

또한 톡톡 튀는 인테리어가 보는 재미와 만지는 재미를 제공한다. 자칫 개성이 과하면 경박스럽기 마련인데, 촉촉한 질감의 대시보드와 피아노 블랙 트림을 조합해 고급스러운 감각도 제법이다. 하만 카돈 오디오의 연주 실력도 발군이다. 온갖 소리에 노출된 컨버터블에서 품질 좋은 오디오의 가치는 더 빛난다. 실용성 면에선 벨로스터의 뒷 좌석과 트렁크 공간이 미니보다 우월하지만, 사실 미니의 다양한 매력이 더 대중적이다. 오직 달리기만 잘하는 벨로스터에 비하면, 미니는 귀엽고 클래식하면서도 감각적이고 고급스러우며 달리기까지 잘한다. 이쯤 되면 당신은 세컨카를 고르는 일에 더 신중해질 것이다. 세컨카는 당신의 취향과 취미 생활의 연장선이며 동시에 가격도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다. 미니 컨버터블 JCW는 5570만 원, 벨로스터 N은 퍼포먼스 패키지에 다양한 옵션을 더해도 3358만 원이다. 가격표를 비교해보면 미니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미니가 제안하는 매력을 쉽사리 거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둘을 두고 고민하기 전에 다시 한번 당신의 취향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목적지가 서킷이며 자신의 운전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고민 없이 N에 투자해도 좋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즐거움과 낭만을 바라며 가끔씩 트랙데이까지 즐기고 싶다면 JCW가 정답일 것이다.

Mini Convertible JCW
Price 5570만 원
Engine 1998cc I4 가솔린 터보, 231마력@5200~6200rpm, 32.7kg·m@1250~4800rpm
Transmission 6단 자동, FWD
Performance 0→100 6.5초, 240km/h, 11.1km/ℓ, CO₂ 154g/km
Weight 1390kg

Hyundai Veloster N
Price 3107만 원
Engine 1998cc I4 가솔린 터보, 275마력@6000rpm, 36.0kg·m@1450~4700rpm
Transmission 6단 수동, FWD
Performance 0→100 6.1초, N/A, 10.5km/ℓ, CO₂ 162g/km
Weight 1410kg

김장원 사진 김범석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