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타입과 함께한 꽃놀이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 말한다. 회색으로 물들고 앙상해지는 겨울이 지나고 본연의 색을 찾아가는 봄은 아름답다.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잔디와 앙상한 가지에 자라나는 나뭇잎, 길가에 피기 시작하는 꽃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같은 봄이라도 초봄은 쌀쌀하지만 ‘벚꽃 연금’이라고 불리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지겹도록 울려 퍼지는 4월이 되면 벚꽃, 진달래, 개나리가 봄기운을 사방에 한껏 퍼트린다.

개인적으로 봄을 대표하는 꽃 중에서 벚꽃을 가장 좋아한다. 개나리의 화사한 노란색은 유치원 아이들이 떠올라 귀엽고 진달래는 아름답지만 성숙한 느낌이다. 벚꽃의 하얀색과 분홍색은 은은하면서 너무 진하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다. 마치 갓 성인이 된 20대처럼 어린아이와 성인 중간, 그때만 보이는 매력이다.

이렇게 좋아하지만 벚꽃과 관련된 축제를 가보거나 유명한 길거리를 가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매번 바쁘고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벚꽃 구경을 외면했다. ‘동네에 벚꽃 나무가 많으니 그걸로 충분해’, ‘바빠’, ‘사람이 많은 곳은 질색이야’라며 속으로 말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같이 보러 갈 연인이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큰맘 먹고 벚꽃 구경을 떠났다.

처음으로 떠나는 벚꽃 구경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벚꽃 명소를 물어봤다. 여의도 윤중로, 서울숲, 국립현충원, 석촌호수 등 서울 시내 유명한 벚꽃 명소를 추천받았지만 끌리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인터넷으로 전국 벚꽃 명소를 찾아보면서 파주를 선택했다. 파주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멀지 않고 북한과 많은 일이 벌어지는 시대적 상황에 맞게 북한과 가까운 곳으로 벚꽃 구경을 가봤다고 자랑하고 싶었다.

장소를 정했으니 이제 갈 준비만 하면 됐다. 벚꽃 구경을 혼자 할 용기가 부족해 여자친구에게 부탁해 함께 가자고 했다. 흔쾌히 같이 가준다는 대답을 듣고 파주까지 함께할 자동차를 준비했다. 준비된 자동차는 재규어 F-타입 P380 쿠페 모델로 유려한 디자인과 파워풀한 성능을 자랑하는 재규어의 유일한 2인승 스포츠카다.

F-타입은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컨셉트카 CX-16 디자인을 이어받았다. 재규어 특유의 날렵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으로 아름다운 차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F-타입은 1960년대 재규어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E-타입의 직접적인 후속 모델은 아니지만 정신적인 유산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경험한 F-타입 P380 쿠페는 벚꽃을 연상시키는 하얀색 차체와 강렬한 빨간색으로 수놓은 인테리어를 지녔다(흰색과 빨간색을 섞으면 벚꽃 분홍색이 나온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간결해진 범퍼 디자인은 J블레이드 주간주행등이 통합된 풀 LED 헤드램프와 어우러져 간결하면서 공격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의 F-타입을 옆에서 바라보면 유려한 선들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특히 지붕에서 시작된 완만한 곡선이 트렁크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부분은 섹시하다.

중앙으로 몰린 듀얼 배기 파이프와 얇고 길쭉하게 뻗은 테일램프, 스포일러 한가운데 부착된 재규어 엠블럼은 F-타입의 부드러우면서 강렬한 디자인에 마침표를 찍는다. 팝업식 도어 핸들을 이용해 문을 열면 빨간색 버킷 시트가 반겨준다.

보기에도 좋고 편안한 버킷 시트는 격렬한 움직임에도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능력이 좋다. 또한 12방향으로 조절 가능하며 열선과 통풍을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은 적당한 크기로 손에 잘 감기며 쫀득한 느낌을 주는 버튼은 자꾸만 손길이 가고 스티어링 휠을 잡은 상태에서 패들 시프트와 방향지시등을 사용하기 편하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인커트롤 터치 프로 듀오 시스템이 적용됐고 전동 조절식 스티어링 컬럼, 2존 온도 조절 시스템 등 다양한 편의 장비를 갖췄다. 멋진 스포츠카도 준비하고 연인과 함께 벚꽃을 볼 생각에 신났지만 생에 첫 벚꽃 구경은 예상한대로 풀리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해 혼자 벚꽃 구경을 떠났다.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F-타입으로 달래며 파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3.0ℓ 가솔린 슈퍼차저 엔진(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6.9kgm)을 장착한 F-타입은 고속화 도로에서 숨겨진 발톱을 드러냈다. 액티브 스포츠 배기 시스템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배기음과 팝콘 소리는 도로 위에서 존재감을 발산하고 ZF 8단 자동변속기와 연결된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rpm을 춤추게 하면 더욱 큰소리로 대답한다. 자잘한 진동을 걸러주는 어댑티브 댐퍼 덕분에 태코미터 바늘이 쉴새 없이 움직이며 속도를 높여도 실내는 속도를 느끼기 어렵고 편안함과 배기 사운드만이 들려온다.

후륜구동이지만, LSD와 토크 벡터링을 장착해 4륜구동만큼 안정적인 궤도를 그리며 코너를 돌아나가고 다양한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는 가속 페달을 좀 더 깊게 밟게 만든다. 파주로 가는 자유로 초입에는 자동차 흐름에 맞춰 벚꽃이 흩날리고 있어 기대감을 더했다. 하지만 파주로 향할수록 벚꽃은 점차 모습을 감췄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파주 오산리에 위치한 금식 기도원에 도착했다. 이 금식 기도원은 들어가는 도로부터 입구까지 이어지는 벚꽃길이 유명하다. 봄의 기운을 노래하는 벚꽃을 기대했지만 서울보다 위도가 높고 기온이 낮아서일까? 아직 봉오리를 열지 않은 벚꽃 나무들이 가득했다. 기도원 내부로 들어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근처 오두산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하지만 이곳도 마찬가지로 아직은 일렀다. 차에 앉아 허탈한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폭망’ 여행을 하소연하며 벚꽃 구경 실패를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던 친구 중 한 명이 나에게 “우리 고등학교 뒷 길도 예쁜데 뭐하러 거기까지 가서 고생이야”라며 말했다. 아뿔싸! 잊고 있었다. 서둘러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로 향했다. 목적지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고등학교로 7호선 마들역 가까이에 있다. 그곳에 도착하니 그토록 찾던 벚꽃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길지는 않지만 도로 좌우로 펼쳐진 벚꽃 나무 사이를 지나면 봄의 기운이 온몸을 휘감고 바람이 불면 꽃비가 내려 장관을 이룬다.

고등학교 뒷 길을 몇 번 왕복하며 고등학생 시절 추억을 떠올리던 중 예전에 살던 아파트 단지 사이 벚꽃길이 떠올라 차를 돌렸다. 고등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파트 단지 사잇길은 꽃비가 한창이었다. 차에서 잠깐 내려 꽃비를 맞으며 걸었다. F-타입도 나를 기다리며 꽃비에 물들었다. 옛말에 멀리 돌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찾으라는 말이 있다. 옛말은 틀린 게 하나 없다더니 내가 원하는 게 가까이 있었는데 보지 못하고 먼 길을 헤매고서 찾았다. 그렇게 봄기운과 꽃비를 한가득 품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파트 입구에 활짝 핀 벚꽃 나무가 꽃잎을 흔들며 나를 반겼다.

글 전우빈 사진 최대일

Jaguar F-Type P380 R Dynamic Coupe
Price 1억2960만 원
Engine 2995cc V6 가솔린 슈퍼차저, 380마력@5700rpm, 46.9kg·m@3500~5500rpm
Transmission 8단 자동, RWD
Performance 0→100 4.9초, N/A, 8.6km/ℓ, CO₂ 198g/km
Weight 173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