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성난 황소에는 뿔이 없다

SUV 대세다. 세단보다 많이 팔리고 가족이 높고 넓은 차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일과 여가 시간의 적절한 조율을 통한 휴식이 대두되면서 시장의 트렌드도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흐름에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도 가세했다. 빈대떡처럼 바닥에 달라붙어 괴성을 내지르며 내달리는 화려한 슈퍼카만 선보이던 이들이 넓고 높아 실용성 좋은 SUV 내놓은 것이다. 그저 평범한 것이 아닌 슈퍼 SUV.

주인공은 우르스다. 이들은 슈퍼카와 SUV 완벽한 결합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한다. 구매자들의 70% 람보르기니를 처음 구입하는 사람들일 만큼 시장 반응이 뜨겁다. 국내 계약자도 이미 200명을 넘어섰단다. 세상에 부유한 이들은 참으로 많다.

혹자는 람보르기니 최초의 SUV 우루스라고도 하지만 람보르기니 최초의 SUV 30 등장했던 LM002라는 모델이었다. 대중적이기보다 전쟁터에 어울릴 처럼 생긴 강력한 녀석이었다. 각을 많이 투박한 디자인에 쿤타치에 올라간 V12 가솔린 엔진에 수동 변속기를 맞붙혔다. 생산 대수는 겨우 300여대 수준에 불과했고 데뷔 7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탓이 컸다.

람보르기니 모델들은 일반도로보다 서킷에 어울린다. 그렇다면 그들의 실질적인 최초 SUV 우루스도 서킷에 어울릴까?

최근 오픈한 포천 레이스웨이에서 우루스를 만났다. 패독 앞에 도열한 람보르기니 SUV 500m 떨어져서 봐도 존재감 넘치는 람보르기니 자체다. 희대의 모델 쿤타치와 기존 람보르기니 디자인에서 보던 에지와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적 선과 면들이 차체를 휘감고 분위기를 압도한다. 기존 SUV보다 낮은 키와 쿠페 같은 루프 라인, 커다란 23인치 휠이 슈퍼카 고유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오라를 낸다.

차체 크기는 포르쉐 카이엔보다 194mm 길고 33mm 넓으며 높이는 58mm 낮다. 보다 공격적이고 다이내믹한 차체 비율이다. 부풀어 터질듯 힘이 들어간 펜더,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거의 1:2 비율인 창문과 차체 구성, 양쪽에 발씩 나눠 달린 쿼드머플러와 포스 강력한 리어 디퓨저 등은 슈퍼카 자체다.

실내 역시 슈퍼카 느낌이 물씬하다. 곳곳에서 아벤타도르와 가야르도의 흔적이 역력하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커다란 터치스크린 모니터와 디지털 계기반을 심어 트렌디한 맛도 살렸다. 전투기 조종석을 모티프로 기어노브는 구성이 독특하다. 기어노브 주변에 자리잡은 주행모드 시스템의 레버를 올리고 내려 모드와 세팅을 다양하게 고를 있다. 아니마(ANMMA) 시스템으로는 주행모드, 에고(EGO) 시스템으로 개별 설정이 가능하다.

시트포지션은 SUV 치고 낮은 편이다. 스포츠카와 일반 SUV 중간 수준에서 착좌감과 자세를 다잡는다. 람보르기니 모델 유일하게 뒷좌석을 품은 우루스의 공간은 패밀리카로 쓰기에 아쉽지 않다. 뒷좌석 머리와 무릎 공간은 동급 SUV 비교해도 전혀 아쉽지 않다.

우루스 뼈대는 폭스바겐 그룹의 MQB 플랫폼으로 벤틀리 벤테이가와 포르쉐 카이엔, 아우디 Q7 나눠 쓴다. 같은 뼈대지만 느낌은 완벽히 다른 슈퍼 SUV. 파워트레인은 V8 4.0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과 8 자동변속기를 얹은 사륜구동 시스템. 최고출력 650마력과 최대토크 86.7kg.m 정지에서 시속 100km 3.6 만에 주파한다. 현실에서 존재하는 가장 빠른 우루스는 최고시속이 무려 305km/h 달한다.

서킷에 들어서 스트라다 모드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붉은 커버를 열고 시동버튼을 누른다. ‘바르릉거리며 고성능 엔진의 배기음이 존재감을 과시한다. 전자식 기어레버는 P 버튼은 존재하지만 D N 버튼은 따로 없다. 스티어링휠 패들 시프트가 D N 버튼을 대신한다. 오른쪽 패들을 당기면 1 진입, 이게 D모드인 셈이고, 양쪽 패들을 동시에 당기면 N 모드다.

우선 스트라다 모드로 서킷 코스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포천 레이스웨이 길이는 3.159km 모두 19개의 코너를 품었다. 고저차가 크지 않고 일반 서킷보다 도로 폭이 좁고 직선주로가 짧지만 우루스의 능력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하다.

아니마 시스템에서 가장 기본인 스트라다 모드로 서킷 주행을 시작했다. 참고로 아니마에서 고를 있는 주행모드는 모두 6가지로 온로드와 오프로드가 각각 3가지씩이다. 온로드는 스트라다와 스포츠, 극한의 다이내믹을 경험할 있는 코르사, 오프로드는 테라와 사막 주행을 위한 사비아, 눈길 주행용인 네브로 구성된다.

스트라다는 노멀, 또는 컴포트 쯤의 편안한 일상주행 모드로 람보르기니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스러움을 일격에 있을 만큼 부드럽고 편하다. 넉넉한 출력이 네바퀴에 고르고 부드럽게 퍼지고 묵직하지만 부드러운 승차감과 원하는 만큼 정확하게 파고드는 핸들링이 수준 높고 고급스러운 감각을 전한다.

레버를 내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꿨다. 모드 변화에 따른 변화의 폭은 크고 짙고 정확하다. 에어서스펜션은 높이를 낮춰 날카롭고 다부지게 코너를 공략하고 엔진 출력과 제동, 변속기 모든 부분에 날이 섰다. 낮은 속도에서는 앞뒤바퀴의 방향을 다르게,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네바퀴를 조율하는 4WS(4 스티어링) 차원 다른 움직임과 반응을 돕는다. 4WS 능력은 휠베이스를 최대 600mm 줄이거나 늘였을 때의 움직임 효과를 발휘한다. 여기에 차축에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전자식 안티 롤바를 달아 움직임에 따른 차체 기울기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보정한다. 사륜구동 시스템의 구동 배분 또한 뚜렷하다. 평소 앞뒤에 40:60으로 힘을 나눠 쓰다 상황에 따라 앞바퀴로 70%, 뒷바퀴로 87%까지 출력을 몰아 쓴다.

스포츠 모드로 서킷 주행이 익숙해질 즈음, 가장 강력한 코르사 모드로 레버를 당겼다. 지상고는 가장 낮은 158mm까지 내려가고 배기음은 스포츠 모드보다 강력하게 그르렁거렸다. 계기반은 레이싱게임의 그래픽처럼 화려하게 변해 엔진회전수만 커다랗게 표시했다. 묵직하고 쫀득해진 스티어링휠과 타이트하게 조인 하체 등에서 람보르기니 슈퍼카 본연의 모습이 역력하다. 같은 모델이 맞나 싶을만큼 스트라다와 완벽히 달라졌다. 가속페달 반응은 민감하고 레드존까지 시원하고 매끈하게 쳐올리며 언제든 강력하게 가속하고 그보다 강력하게 감속한다.

타이트한 코너에서도 허점을 노출하지 않는다. SUV 아니다. 제법 달리는 쿠페라 해도 우루스 앞에서는 쉽게 도전장을 들이밀 없겠다. 코너에서 과격하게 우루스를 내던져도 간간히 스키드음만 들릴 허둥대지 않는다. 시야 높아 운전 쉽고 실용적인 슈퍼 SUV 어떤 강력한 모델과 견줘도 아쉽지 않은 서킷 머신이었다.

우루스의 가장 매력은 람보르니 고유의 슈퍼카 DNA SUV 실용성을 완벽히 조합한 것이다. 좁고 불편하고 부담스러워 람보르기니를 그저 바라만 봐야했던 부유한 자들에게 내려진 축복인 셈이다.

Price 2 5000 (시작가)

Powertrain V8 3996cc 가솔린 트윈터보, 8 자동, 4WD

Performance 650마력, 86.7kg·m, 0→100 3.6, 305km/h

Weight 2196kg

Efficiency 8.13km/ℓ(EU 기준), CO 279g/km


이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