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바이러스 전염 주의보

한국 출시 전인 신형 911을 비롯해 전 라인업이 총출동했다. 대수만 무려 22대. 그것도 이번 행사를 위해 모두 독일에서 날아왔다. 차뿐 아니라 설명과 이런저런 긍정적 잔소리를 담당하는 교관들도 포르쉐 본사 소속 직원들로 다양한 나라의 출신들이다.


포르쉐 독일 본사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사실상 포르쉐의 가장 중요하고 큰 축제이자 마케팅이기도 하다. 포르쉐 입장에서는 한 번쯤 들어봤을 포르쉐 바이러스를 대거 설파할 수 있는 기회이고 참가자에게는 모든 모델을, 그것도 서킷에서 경험하면서 포르쉐 바이러스에 무방비 노출돼 완전 감염에 걸려 열병을 앓기 시작하는 계기다.


거의 매해 열렸던 여느 로드쇼보다 이번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올가을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는 포르쉐의 아이콘인 신형 911의 다양한 트림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 GT3 RS까지 직접 서킷 주행을 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엄지를 치켜올릴 화려한 무대 아닌가.
참가자들은 소수의 그룹으로 나뉘어 스포츠 서킷 주행과 브레이킹&슬라럼, 런치 컨트롤, SUV 서킷 주행, E-하이브리드 교육과 체험 등을 하루 내내 체험한다.


참가 모델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신형 911. 1963년 태어나 8세대로 진화한 911의 코드네임은 992. 포르쉐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6기통 수평대향 터보차저 엔진을 품은 신형 911 카레라 S와 4S는 최고 출력 450마력을 발휘하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진 파워를 자랑한다.
카레라 S와 카레라 4S는 포르쉐 특유의 우아한 라인이 여전히 넘쳐나며 친숙함을 전했다. 드넓었던 차체는 더더욱 어깨를 넓혔고 앞뒤 각각 20인치와 21인치 휠을 장착했다. 넓어진 차체만큼 안정감이 커진 앞 타이어와 환상적인 궁합을 맞추며 더 강력한 주행성능을 만들기 위해 뒤 휠을 좀 더 큰것으로 선택한 것이다. 앞 폭이 대체 얼마나 커졌느냐고? 무려 45mm나 커졌다.


헤드램프와 세로로 이어 붙은 테일램프 등 세부적인 것들을 새로 꾸며 같은 듯 새로운 디자인으로 거듭난 신형의 변화는 실내에서 더 도드라졌다. 실내 전체 레이아웃을 바꿨고 계기반과 디스플레이 모니터 등 트렌디하고 화려하면서 고급스럽게 변했다. 이른바 디지털 혁명이 실내에서 완성된 셈.
6기통 터보를 품은 두 녀석의 최고출력은 450마력, 최대토크는 54.0kg.m에 이른다. 새로 손 본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이전보다 더 직관적이고 빠르며 날카로운 변속감과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뒷바퀴 굴림 카레라 S는 정지에서 시속 100km/h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단 3.7초. 네 바퀴 굴림인 카레라 4S는 0.1초 빠른 3.6초면 충분하다.
포르쉐의 정통 모터스포츠 기술을 기반으로 경량화된 차체와 강력한 퍼포먼스를 갖춘 911 GT3, 그리고 911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911 터보 역시 매력이 엄청나다. 자연흡기 방식의 4리터 수평 대향 엔진을 탑재한 911 GT3는 최고 출력 500마력, 마력 당 무게는 2.86kg로 감탄스러운 능력을 수치로 보여준다. 3.8리터 V6 바이터보 엔진을 탑재한 911 터보는 최고출력 540마력으로 운전자를 매혹시킨다.


다양한 모델 가운데 눈에 띄는 녀석은 실용성을 좀 더 강조한 파나메라 스포츠 투리스모. 550마력이라는 범접하기 어려운 출력 성능에 짐 싣고 가족과 여행하기 제격인 실용성까지 품은 이 녀석은 자산가들의 워너비 아이템이 될 게 분명하다.
뒤좌석에 시트 3개가 들어간 첫 번째 파나메라인 이 녀석은 보다 강력한 운동성능을 위해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물론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전자식 롤 스태빌라이저와 트랙션 매니지먼트 등이 모여 언제든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야누스의 매력을 품었다.


전 세계 55개국에서 해마다 약 4만 7,000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포르쉐의 대표 프로그램인 월드 로드쇼. 직접 경험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자동차 시승 불변의 진리를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승화해 전통과 내용까지 강력한 대표적 시승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모터스포츠 DNA를 품고 일상용 스포츠카로 이보다 더 특별하고 강력한 브랜드를 찾기 어려운 포르쉐. 이들이 설파하는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대중은 왜 이토록 포르쉐에 열광하는지 궁금하다면 월드 로드쇼를 반드시 경험하자. 아쉽게도 월드 로드쇼는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그게 지루하다면 우선 최근 청담에 문을 연 포르쉐 스튜디오에 들러 워밍업 하길 권한다. 밀라노와 광저우 방콕 등에 걸쳐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문을 연 이곳 또한 포르쉐 바이러스를 충분히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 단 바이러스에 걸려 헤어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약간의 긴장은 필요하다.

글 이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