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랭글러 루비콘! 오프로드 최강자의 온로드 해석

초식남, 건어물녀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래도 언제나 터프가이들은 존재한다. 매끈하게 잘 닦인 아스팔트보다 바위와 자갈, 흙으로 점철된 오프로드 위가 더 즐거운 이들 말이다.
여기 이 녀석은 순정마초인들에게 금상첨화인 모델이다. 바로 지프 랭글러 루비콘이다. 모델의 정확한 이름은 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4도어다.


부분변경으로 진화해 돌아온 이번 랭글러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온로드에 좀 더 최적화됐다는 것이다. 물론 오프로드 성능은 단연 최강이다. 양산 모델 가운데 랭글러를 뛰어넘는 오프로드 실력자는 없다. 원래부터 탄탄했던 오프로드 능력 위에 온로드 성능까지 듬뿍 얹어 잘 만들었다는 의미다.
더불어 랭글러 최초로 전동식 소프트톱을 더했다. 손으로 풀고 접어 정리해야 했던 톱을 버튼 한 번으로 착착 접었다 펼 수 있게 됐다.


시승모델은 랭글러 4도어. 뒷자리에 사람이 앉을 수 있어 패밀리카로도 충분히 탈 수 있다는 의미다.
랭글러는 터프하다. SUV 대세 시대지만 진정한 오프로드 모델은 이 녀석이 거의 유일하다. 그래서 투박하고 잘 다루려면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 평범한 도시인들에게 랭글러는 불편하고 이질적이겠지만 남과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그 어떤 모델보다 특별하게 사랑스러운 녀석인 것이다.
부분변경 모델 출시와 더불어 랭글러 라인업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졌다. 2도어 모델인 스포츠와 루비콘, 4도어 모델인 스포츠와 루비콘, 오버랜드, 루비콘 파워탑까지 모두 6가지나 된다. 취향과 상황에 맞춰 고르는 재미가 커졌다.


랭글러의 디자인 정체성은 예나 지금이나 뚜렷하다. 앞으로 과할 정도로 빼 만든 범퍼는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하다. 투박하게 각진 사각 형태를 이룬 차체 디자인은 요즘 SUV에서 흉내 낼 수 없는 이 녀석만의 매력이다.
실내도 전체적인 디자인은 다소 투박한 듯하지만 소재와 마감재는 평균 이상이고 들어찬 디지털 기기와 장비들은 첨단을 구가한다. 거의 직각으로 선 A 필러와 높은 대시보드 라인이 시트에 앉으면 심리적 든든함을 준다.
처음으로 넣은 전동식 소프트톱은 룸미러 근처의 버튼으로 여닫는다. 천장을 모두 여닫는 방대한 크기 덕에 톱만 열고 달려도 오프로드에 바짝 다가선 듯 감성이 다라진다.


높고 넓은 대시보드 가운데 8.4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자리 잡고 거의 모든 편의 장비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율한다. 2003년 첫 선을 보였던 크라이슬러 유 커넥트의 4세대 버전은 내비게이션과 개인장비 간의 유기적인 통신은 물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대응한다.
아날로그 구성에 디지털 장비들을 훌륭하게 접목한 실내에서 단연 눈에 드는 것은 트랜스퍼 노브다. 기계식이어서 움직임은 투박하지만 모드와 기능은 정확하고 세심하다. 기존의 2H, 4H, 4L에 4H 오토와 4H 파트타임까지 추가됐다.


터프가이 오프로더의 엔진은 2.0 터보 가솔린으로 272마력과 40.8kg.m를 낸다. 적지 않은 덩치와 무게지만 넉넉한 토크가 아쉽지 않은 달리기 실력과 움직임을 만든다.
변속기는 ZF 8단 자동. 구동방식은 풀타임 온 디맨드 4WD다. 뒷바퀴 굴림을 기본으로 다판 클러치를 전자제어해 필요에 따라 구동력을 앞바퀴로 나눠 쓴다.
가솔린엔진답게 정차 중 진동과 소음은 적다. 가속페달에 무게를 더하면 2톤이 넘는 차체 치고는 움직임이 경쾌하고 일반 도로 위에서의 평범한 주행에는 아쉬움이 없다. 그렇다고 풀 가속 시 속도계 바늘이 시원하게 움직이며 통쾌하게 속도를 올리는 수준은 아니다. 그야말로 패밀리카로 적당하는 의미다.
17인치 순정 타이어는 트레드 패턴이 넓고 투박한 오프로드 용이다. 때문에 아스팔트 위에서는 타이어 소음이 제법 크지만 이 또한 랭글러만의 재미이자 특징이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멀티링크로 리지드 액슬까지 품고 있다. 리지드 액슬은 좌우 바퀴가 하나의 바로 연결됐다는 의미다.


산을 타고 넘는 능력 탁월한 오프로더답게 스티어링 휠 반응은 여유롭다. 일반 도로에서는 응답성이 다소 느릴 수 있지만 이게 오프로드에서는 더 쉽고 편하고 안전하게 차를 조율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
부분변경된 랭글러를 몰면서 옛날 랭글러를 떠올려봤다. 온로드 위에서의 거친 반응과 다루기 쉽지 않은 감각과 기능 등을 경험하면서 오프로드 잘 모르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고 차 문을 나섰다. 랭글러와는 그렇게 멀게 지냈다. 하지만 이 녀석을 경험하면서 랭글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소프트톱을 전동으로 여닫고 각종 디지털 기기와 편의 장비들을 겸비해 온로드에서도 충분히 안락하게 달릴 수 있음을 증명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루비콘의 독창적인 색은 고스란히 유지했다. 전통과 현대를 적절히 섞으며 발전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여주는 아이코닉 카에 보기 좋은 예다.

글 이병진

가격 6190만 원
엔진 1995cc I4 가솔린 터보, 272마력@5250rpm, 40.8kgㆍ m@3000rpm
변속기 8단 자동, 4WD
출력 0→100 NA 초, NA km/h
연비 8.2km/ ℓ
무게 212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