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7 프리미어 3.0! 수입차 아쉽지 않은 국산 아빠차

기아의 대형 세단이 새로 나왔다. 정확히는 준대형 세단이다. 중형에는 K5가 있고 대형에는 K9이 존재한다. 그 사이 어디쯤 있는 녀석이 바로 K7이다.
그렇다. K7은 대형인 듯 대형 아닌 바로 그 준대형이다. 그런데 정말이지 실제로 타보면 넓은 실내가 압권이다. 가장 크고 확실한 장점임에 틀림없다. 차고 넘치는 편의 장비와 더불어.
K7의 등장은 2016년 1월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숫자 뒤에 프리미어라는 이름을 달고 제법 많이 고쳐 부분 변경 모델로 재등장한 것이다. 세월 참 빠르다. 아무튼.


그렇다. K7 프리미어는 부분 변경 모델이다. 안과 밖을 살짝 다듬고 편의 장비를 넣고 빼 나온 지 좀 지나 인기가 시들해진 녀석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브랜드들의 대표 상품 전략이다.
그런데 K7 프리미어는 생각보다 변화가 좀 크다. 우선 차체가 커졌다. 길이는 25mm 길어진 4995mm나 된다. 5m에서 5mm 빠지는 길이는 대형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광활하다.
얼굴도 좀 달라졌다. 인탈리오라는 이름의 새로운 프런트 그릴을 달았다. 보석 세공 기법의 일종으로 표면을 파내고 음각을 만들어 치장하는 거란다. 크기를 키우고 그릴 한가운데를 파낸 덕에 인상이 더 짙고 날카로워졌다.
예전부터 K7의 디자인 콘셉트 중 하나였던 Z 라인 LED 주간 주행등이 프런트 그릴 테두리에서부터 해드램프 아래로 이어지는 독창적인 형태는 더 짙어졌다. 뒷모습도 흐름을 함께 하고 있다. 테일램프 역시 Z 라인이 존재감을 알린다.


좌우 테일램프를 붉은 점선으로 연결해 독특한 그래픽도 선보인다. 테일램프를 크롬 바나 면발광 LED 등으로 길게 이어붙여 차가 더 넓고 시원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요즘의 디자인 트렌드 중 하나다. K7은 실선이 아닌 점선으로 디자인을 현실화했다. 결과물을 떠나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을까? 개인적 취향과 거리가 좀 있지만 독특하고 신선한 맛은 인정한다.
실내 마감재와 소재도 거의 흠잡을 데 없다. 꼼꼼히 살피면 저렴한 소재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지만 매의 눈만 뜨지 않는다면 전반적으로 고급스럽고 기품 있다. 원가보다 고급스럽고 비싸게 가공하고 꼼꼼히 조립해 선보이는 능력 또한 인정할 만하다. 일례로 원목 느낌을 살린 우드 트림은 조잡하거나 유치하지 않다.
여유로운 실내 공간과 더불어 패밀리 세단으로 강력 추천하는 요소는 차고 넘치는 편의 장비다. 수입차 브랜드가 결코 넘을 수 없는 현지 브랜드의 강점을 누구보다 잘 챙기고 내세우는 게 바로 현대기아차다.
특히 반자율 주행 시스템은 거의 최고 수준이다. 차선과 앞차를 인식해 스티어링 휠을 제어하는 차로 유지 보조와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에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해 달리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이 힘을 모아 바르고 안전하게 혼자서 잘도 달린다. 차선만 명확하고 교통 흐름만 자연스럽다면 몇 분이고 혼자서 달린다.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에서 특히 빛을 발할 최고 애정 편의 장비다. 특히 최근 현대기아차가 선보이는 반자율 주행 시스템은 하루가 다르게 더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반응하고 차를 몬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과속 단속카메라 앞에서는 알아서 속도를 줄였다 달리는 센스는 다른 브랜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았던 편의 장비들은 중독성이 심하다. 거의 모든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방향지시등을 대체할 만큼 선명하고 또렷하게 계기반에 옆 차선 상황을 비추는 후측방 모니터(헤드업 디스플레이에도 사각지대 경고가 들어온다), 알아서 창문을 닫고 외부 공기를 막아 실내 공기를 챙기는 외부 공기 유입 방지 제어 등이 그렇다. 열선과 통풍 기능은 기본인 품 넉넉하고 안락한 가죽 시트 등 곳곳에서 고급 국산차의 매력이 물씬하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실내 정숙성이 그야말로 탁월하다. 안락한 실내를 위해 이중유리를 쓰고 곳곳에 흡음재와 차음재를 둘렀다.


이 녀석은 K7 프리미어 3.0 모델이다. 참고로 K7 프리미어의 엔진 라인업은 다양하다. 2.5 가솔린, 3.0 가솔린, 2.4 하이브리드, 2.2 디젤, 3.0 LPi로 무려 다섯 가지나 된다.
266마력과 31.4kg.m를 내는 V6 3.0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호흡을 맞춘다. 가속페달에 무게를 더하면 진득하고 묵직하게 반응하며 차를 내몬다. 좀 깊게 밟아도 거동은 진중하다. 풀 스로틀 하면 rpm이 치솟으며 신경질적인 엔진음이 들리지만 가속은 좀 싱겁다. 자연흡기 엔진의 자연스럽고 일관된 반응은 좋지만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의 호쾌한 출력 성능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쉽다.
하지만 K7은 안락한 패밀리 세단이다. 운전 재미 좋고 화끈한 녀석을 원한다면 다른 모델을 고민해야 맞는 거다.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달래며 여유롭게 다니기엔 차고 넘친다. 제법 묵직한 하체는 방지턱을 좀 빠르게 넘어도 충격을 거르고 흡수해 늘 운전자를 안락하게 만든다. R-MDPS(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은 핸들링 감각이 자연스럽고 반응이 일정해 편안하고 안락한 맛을 키운다.
K7 프리미어가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기대보다 잘 나온 탓에 한 지붕 형제인 그랜저의 판매를 좀 많이 갉아먹는 중이다. 그랜저 역시 새 모델 출시가 임박했다. 새 그랜저와 화끈하게 맞붙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간판 가족 세단 그랜저의 아성에 신성 K7은 대체로 힘겨웠지만 이번엔 다를 수도 있겠다. 수입차 부럽지 않은 아빠 차로 이 녀석 만한 모델은 흔치 않다.

글 이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