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의 자동차, 달려라 R.E.D

에디터 셋이 나란히 ‘레드:더 레전드’를 관람하고 왔다. 나이 지긋한 분들의 액션 영화라니, 어쩐지 염려되는 요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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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년 전에 오십견을 맞이한 우리 아버지보다 연식이 오래된 55년생 브루스 윌리스(편의 상 극 중 이름이 아닌 본명으로 표기하겠다), 주름이 촘촘히 자리잡은 얼굴로 소녀감성을 뽐내는 중년의 메리 루이스 파커. 그 나이 먹도록 사랑에 휘둘리는 캐서린 제타 존스까지. 하나같이 주책 맞은 캐릭터다. 개중에 젊은이를 고르라면 살벌한 표정으로 연신 “내 비행기 어딨냐”를 외치는 소심한 킬러 이병헌 정도겠다. 

이 영화를 통해 액션의 진수를 경험하려는 게 아니라면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고 평가하겠다. 노장들은 언제 어느 때나 쿨한 여유를 잃지 않았고, 쇠약한 체력을 유머로 커버했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장난의 연속이라 혹평했지만, 나는 이 개구진 캐릭터들이 아주 재밌었다. 웃음의 포인트가 명확한 영화였다.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했을지언정 유쾌한 기분으로 영화관을 빠져나온 건 아주 오랜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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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더 레전드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 동감할 것이다. 근육질 몸매와 유창한 영어 발음으로 예상외의 존재감을 뽐낸 뵨사마의 활약이다. 게다가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걸쭉한 한국어 대사는 국내 관객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카타르시르를 선사했다. “C발, Z됐네.”

둘째는 잘 빠진 ‘탈 것’들의 활약이다. 이 영화는 달리기가 느려지고 반사신경이 굼떠진 노장들을 위해 쌔끈한 자동차를 섭외했다. 이 근사한 도로 위의 장난감들이 박살 나는 순간엔 어찌나 마음 아프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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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제타존스와 브루스 윌리스가 함께 탑승한 ‘포르쉐 911 카레라 GTS’부터 살펴보자. 새까만 포르쉐가 얼음판 위를 미끄러지듯 유려하게 돌아, 깔끔하게 정지하는 순간에는 침이 꼴깍 넘어갔다. 차 문이 열리고 캐서린 제타존스가 검은 드레스에 스타킹을 신고 각선미를 자랑하는 모습이란. 마치 카레라와 캐서린이 한 세트인 듯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아, 이 언니는 늙었는데도 왜 이렇게 예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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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카레라 GTS는 배기량 3800cc, 제로백 4.4초, 최대출력 408마력의 엄청난 물건이다. 1억 5000만원대의 이 녀석도 결국 와장창 박살이 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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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라도 멋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난 것은 파란 스포츠카였다. 이 차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헬렌 미렌의 걱정에 우리의 월드스타 뵨사마는 격정적인 레이싱 실력을 뽐내기 시작한다. 에디터는 시종일관 “저 파란 차 뭐죠? 뭐죠?”라며 편집장을 귀찮게 했다는 후문이다. 새파란 컬러에 스포츠카다운 날렵함을 갖춘 디자인. 존재감부터가 남다르다. 낮은 차체를 뽐내듯 거대 트럭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모습이란! 엄청난 속도감 속에서도 정확한 커브 제어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조수석에 앉은 헬렌 미렌이 로터스의 양 창문에 손을 뻗고 양손 사격을 보여주는 장면 또한 기가 막히다. 시크한 할머니 킬러의 사격 솜씨는 소름끼치게 섹시하더라.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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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로터스의 초경량 스포츠카인 ‘로터스 엑시지 S’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차체의 무게가 고작 1176kg이다. 3456cc 엔진에 최고출력 350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자랑한다. 제로백은 3.8초에 달한다. 가격은 1억 2000만원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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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뵨사마의 스포츠카를 맹렬히 뒤쫓는 차가 한 대 있다. 새까만 레인지로버다. 로터스의 뒤꽁무늬에 거침없이 총알을 갈기며 뒤쫓아오는 모습이 악당들의 차라고 하기엔 제법 멋지다. 국내에선 강남 엄마들의 차로 전락(?)하여 몸집에 비해 여성스러운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여기선 제대로 된 취급을 받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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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몸을 이끌고 로터스의 뒤를 쫓는 모습이 비장하다. 물론 이 추격전은 오래 가지 못했다. 헬렌 미렌의 양손 사격에 맞아 붕~ 날아 오르며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고 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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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날아가는 모습이 보이는지. 역시, 한국에서 편안하게 대치동 학원 셔틀 할 때가 더 행복한 걸까? 영화 속에선 보기 좋게 폭발해버린 3세대 레인지로버의 가격은 1억 4000만원대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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