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대 테슬라가 인도됩니다

오후 2시 과천 대형 주차장에서 테슬라 모델 3 대규모 인도 행사가 열린다는 초대장을 받았다. 오너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100대가 넘는 같은 모델의 동시 고객 인도 이벤트는 처음이었다. 특별할 게 있을까 싶다가도 그 자체가 어떤 남다른 형식이나 의미가 있지 않을까 궁금증이 들었다.

행사장 근처에서의 다른 일정을 마무리하고 좀 이른 시간에 행사장을 찾았다. 대형 주차장 안에는 언뜻 봐도 적잖은 숫자의 모델 3가 정렬해 있었다. 그런데 이 주차 정렬의 형태가 일정치 않다. 뭔가 난해해 보였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쉽게 알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TESLA라는 글자로 보이도록 신경 써 주차를 해둔 것.

100대가 넘는 모델 3가 오늘 이 자리에서 한 번에 고객에게 인도된다. 길게는 3년, 짧게는 6개월을 기다린 소비자들을 위한 일종의 인도 행사였다. 국내에서 이런 대규모 이벤트가 열린 적이 있던가? 기억을 되뇌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 100대 넘게, 정확히 113대가 한 번에 소비자에게 인도되는 메이커 주최 행사는 처음이다.

과연 테슬라 코리아는 왜 이런 이벤트를 준비했고, 이곳에서 차를 인도받는 소비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테슬라는 기존의 자동차 브랜드와 다르다. 엔진과 변속기를 품은 전통적인 자동차는 단 한 대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자동차 회사다. 처음부터 전기차로 시작했고, 그 과정에 있어서 우여곡절도 적잖았다. 우주여행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미국 기업인이자 테슬라 대표인 일론 머스크의 족적 또한 남다르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파격적 시도와 도전, 이슈와 루머가 늘 존재하는 그의 행보는 예전에도, 지금도 늘 논란과 찬사의 중심에 존재했다.

테슬라의 판매 방식은 자동차 회사보다 애플과 비슷하다. 쇼룸에 들러 차를 구경하는 것은 비슷하다. 그건 애플 매장에 들러 물건을 둘러 보고 궁금한 것들을 전문가에게 묻고 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테슬라 쇼룸에도 전문가들이 상주해 차와 구매 과정에 대한 궁금증들을 해결해준다. 하지만 주문과 구입은 소비자 본인의 몫이다.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각종 옵션을 고르고 계약을 진행하고 계약금을 넣는다. 딜러를 통한 할인이나 서비스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적 정서 중 하나인 ‘에누리’는 기대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기계적이고 건조하지 않느냐는 불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찬성한다. 구입 시기와 발품 파는 강도, 인맥과 정보력 등으로 같은 차를 다른 가격으로 구입하게 되는 비효율적이고 다소 소모적인 노력과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 공정하게 제품을 구입하고 경험할 수 있다.

테슬라의 출고 과정은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다르지 않다. 본인이 계약한 차를 확인 후 인수하면 된다. 모델 3처럼 대규모 인도식 같은 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테슬라도, 다른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113대 동시 인도식을 진행한 것이다.

길게는 3년, 짧게는 6개월을 기다린 소비자들에 대한 일종의 감사 이벤트다. 더불어 모델 3가 갖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다. 오래 기다린 만큼 우린 당신들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더 많이 신경 쓴다는 테슬라의 소비자에 대한 표현임과 동시에 대중 전기차 모델 자리를 굳건히 선점하기 위한 홍보 활동이 오버랩 된 이벤트인 셈이다.

이미 시승기에서 이야기했지만 모델 3는 테슬라와 소비자 모두에게 특별하고 남다르다. 우선 가격적 메리트가 크다. 5369만 원부터 천만 원씩 가격을 올려 윗급 모델이 두 개나 있지만, 시작가가 중요하니까. 가장 저렴한 모델 3를 기준으로 보면 전기차 정부 보조금 900만 원에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4000만 원대로 구입이 가능하다. 테슬라 전기차를 400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참고로 지자체 지원금은 지역에 따라 적게는 450만 원부터 많게는 1000만 원까지 차이가 난다. 혹자는 이 작은 전기차가 보조금까지 더해서 4000만 원 대라는 게 저렴한 거냐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는 부품, 특히 배터리가 비싸고 생산 단가가 높다. 게다가 테슬라는 자의반 타의 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라 모델 3를 제외하면 1억이 우습다. 그런 의미에서 이해한다면 모델 3의 가격적 메리트는 제법 크다.

모델 3가 본격적으로 국내 고객들에게 인도되고 가격 저항선이 낮아지면서 구매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초기품질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초기 품질 문제에 대한 질문에 관계자는 “출고 대수가 많아지면서 이런저런 문제들이 이슈화되고 있지만 전체 대수에 비하면 많은 숫자가 아니다. 다소 부풀려 부각되기 때문에 과도하게 비치는 상황”이라며 초기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센터를 통해 충분히 대응하고 있으니 문제없다고 전했다.

이번 대규모 이벤트의 의미를 테슬라는 이렇게 밝혔다. 전기차 시대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우리의 미션인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세계적 전환 가속화’에 동참을 고맙게 생각하며, 모델 3 인도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Model 3는 1회 충전 시(완충 기준) Standard Range Plus 352km, Long Range 446km, Performance 415km까지 주행 가능하고, 중앙의 15인치 터치스크린에서 모든 기능에 액세스할 수 있으며, 전면 글라스 루프가 전 좌석에 개방감을 선사한다. 8개의 카메라와 12개의 울트라소닉 센서가 차선 및 주변 물체를 감지하여 전방측방후방, 360도 가시성을 제공한다. 또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OTA (Over-the-air)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설치할 수 있고, 원격 진단을 통해 직접 서비스센터 방문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OTA를 통해 업데이트 배포를 시작한 V10 버전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모델에서는 넷플릭스, 유튜브 계정 연결을 통해 주차 중 드라마나 영화 감상이 가능한 테슬라 영화관을 비롯해, 차 안에서 즐기는 카-라오케, 비치 버기 레이싱 2, 컵헤드 등 다양한 게임 및 탑승객을 위해 음량을 낮출 수 있는 기능인 조 모드(Joe Mode) 등 편의 기능이 추가되어 차량이 한 층 더 유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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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대규모 인도 이벤트는 나름 참신하고 신선한 시도라 평할 만하다. 같은 차의 오너가 된다는 설렘과 공감으로 새 차에 올라 상기된 얼굴로 기쁨을 나누던 새로운 모델 3 주인공들의 표정만으로도 나름 의미가 크다. 그들에게 이 날은 평생 기억될 추억이다. 

테슬라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한 터닝 포인트 모델이 된 모델 3. 판매 대수가 많아지고 대중화가 빨라질수록 불거지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생길 수밖에 없다. 테슬라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고 주목되는 이유다.

글 이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