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도 고개 숙인 BMW M4 DTM 레이스카

한 달 전이었다. 17시간을 날아 도착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키알라미 서킷. 그곳에서 BMW M 페스티벌이 열렸고(참고로 남아공의 M 카 판매율은 전 세계 3위 나라다) 다양한 이벤트 중 하나에 참가했다. 이런저런 시승과 이벤트를 경험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했던 기억을 남긴 이벤트였다. 바로 BMW M4 DTM 레이스카 택시 드라이브였다.

여기서 우선 간략히 DTM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자. DTM은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의 약자로 1984년 독일 투어링카 마이스터 샤프트와 국제 투어링카 챔피언십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대회다. 매년 약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경기를 즐기고 전 세계 170개가 넘는 나라에 대회를 생중계하는 수준 높고 유명한 모터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이 대회에서 챔피언을 하면 F1이나 르망 24 LMP1에 스카우트되기도 하고 반대로 그곳에서 활약하던 선수가 DTM에서 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투어링카 마스터즈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대회에는 이미 친숙한 양산 모델 디자인의 레이스카로 경기를 치른다. 겉모습만 그렇지 실상 속은 완전히 다른 레이스카지만.  F1처럼 시즌별 경기 운영 방식으로 열리고 있으며 총 10라운드 가운데 6번은 독일, 나머지는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를 돌며 경기를 펼치고 있다. 한 경기에 약 170km를 달리며 두 번의 피트 스톱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올 2019 시즌에는 BMW와 아우디, 애스턴 마틴이 대회에 참가 중이다. 작년까지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참가했으나 포뮬러 E 출전 준비를 이유로 철수했고 그 자리에 애스턴 마틴이 가세했다. 참고로 BMW는 80년대 후반 이후 잠시 철수했다 2012년 시즌에 복귀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터스포츠지만 국내에서는 경기는 물론 중계도 하지 않으니 이 정도에서 정리하고 넘어가자. 결론은 영국 브리티시 투어링카 챔피언십과 일본 슈퍼 GT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투어링카 대회 중 하나로 유명하고 흥미로운 대회라는 사실이다.

드라이버의 옆자리에 레이싱 슈트와 헬멧, 장갑까지 끼고 동승하는 건 분명 흔하지 않은 기회다. 현역 드라이버가 모는 레이스카의 옆자리에 F1 서킷을 실전처럼 동승 시승한다는 사실만으로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레이스카는 겉모습만 M4다. 시트 두 개와 절반은 잘라 버린 스티어링 휠, 전복 사고 시 드라이버 안전을 위한 롤 케이지만 남겨 두고 다 덜어냈다. 에어컨과 히터는 물론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창문도 없다. 보닛 아래 엔진룸 속 내용물도 양산 모델과는 완전히 다르다. 오로지 보다 빠르고 명민하고 날카롭게 서킷을 달릴 수 있는데만 목적을 두고 만들었다. 커다란 카본 리어 윙과 프런트 립, 매끈한 바닥과 여기저기 뚫어 만든 공기역학 디자인으로 점철된 진짜 몬스터다.

2019 대회에 출전 중인 이 녀석의 가장 큰 변화이자 핵심은 다름 아닌 엔진이다. 작년까지 이 녀석은 V8 4.0리터 가솔린 엔진을 품고 460마력으로 달렸다. 대회 규정이 바뀌면서 올해부터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으로 바꿨다. 그럼에도 최고출력은 600마력을 상회한다. BMW 모터스포츠가 새로 만든 코드네임 P48 엔진은 기존 V8 엔진보다 100마력을 훌쩍 상회하는 출력을 뽑는다. 리터당 300마력이라는 출력 성능은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수치다. 허용하는 한계 엔진 회전수는 무려 9500이며 샌드 캐스팅 공법으로 만든 가볍고 단단한 블록 덕분에 무게는 고작 85kg에 불과하다. 더 놀라운 건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지만 배기량을 믿기 어려운 근사하고 매력적인 사운드의 존재다.

상하의가 하나로 이어진 레이싱 슈트에 헬멧, 한스까지 착용하고 버킷 시트에 올랐다. 6점식 벨트로 묵인 채 피트 인하기 시작했다. 영상 촬영을 위해 있는 힘껏 조여 단단히 고정한 거치대에 액션캠이 부디 실감 나고 멋진 영상을 찍어주길 바라는 간절함과 더불어 택시 드라이브는 시작됐다.

서킷에 들어서자마자 화끈한 사운드와 더불어 번개같은 가속이 시작됐다. 번개같다는 표현은 딱 이런 경우에 어울리는 말이다. 시트와 한 몸이 된 헬멧 속 뇌가 가속 탓에 뒤로 쏠리는 듯했고 1번 코너의 정점 가까이에서 풀 브레이킹. 순간적으로 이렇게 강하게 브레이킹 하면 타이어가 미끄러지며 슬립이 나고 코스를 벗어나야 마땅하다. 그런데 너무나 강력하고 어이없이 아무런 소리도 없이 속도가 줄어든다. 투어링카에 참가하는 레이스카의 성능이 이렇게 대단하고 특별한 것이구나는 1번 코너를 채 벗어나기 전에 몸이 알았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첫 번째 브레이킹에서 액션캠을 지지하던 거치대도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이제껏 다양한 상황에서 수많은 영상을 촬영하면서 한 번도 떨구지 않았던 고개를 이렇게 쉽게 단번에 숙일 수 있다니. 멋진 촬영을 기대했던 내 마음도 함께 고개 숙였다. 하지만 전화위복처럼 중력 가속도에 혼자 춤을 추고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의도치 않게 다양하고 신선한 앵글로 영상은 잘 찍혔고, 보다 특별한 영상을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부디 아래 영상을 통해 당시의 생생한 상황과 특별한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길.

4.2km가 넘는 키알라미 F1 서킷은 눈 깜짝할 사이에 완주했다. 13개의 크고 작은 코너를 타이어에 본드를 발라 달리듯 너무도 끈끈하고 찰지게 감아 돌았고 가속은 번개처럼 단호하고 강력했고 어마 무시했다. 십수 년 기자 생활을 하며 서킷과 택시 드라이브 경험은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하지만 BMW M4 DTM 레이스카의 택시 드라이브 경험은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뜨겁고 강렬했다. 2.0리터 엔진이 구사할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출력 성능, 레이스카의 강력함과 강렬함, 현역 드라이버의 엄지를 10번 치켜 올려도 아쉬운 운전 실력까지. 국내에서 텔레비전을 통해서라도 이 대회를 즐길 수 있으면 하는 마음과 더불어 척박한 국내 모터스포츠 불모지에서 나름 선전 중인 국내 모터스포츠부터 관심 갖고 사랑하기로 했다.

글 이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