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아차 다운 세단! K5 터보(+영상)

기아차가 현대차에 인수되기 전, 기아차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기술자와 개발자적 마인드가 강한 브랜드, 비교적 원가를 아끼지 않고 명확한 성격의 차를 만드는 회사 등으로 인식됐었다. 때문에 기아차가 현대차에 합병되지 않고 선의의 경쟁을 꾸준히 펼치며 동반성장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되돌릴 수 없는 만약을 농담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현대기아차그룹이라는 이름 아래 형제면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며 생존 중인 현대차와 기아차. 좀 편하게 이야기하자면 현대차는 형, 기아차는 동생 같은 느낌이었다. 기아차보다 현대차가 뭔가 사소하게 고급스럽고 신기술도 좀 더 빨리 양산 모델에 적용시키며 차별 아닌 차별이 존재했었다. 이런 불편한 사실 아닌 사실을 편히 말할 수 있는 건 이제 더 이상 그런 불편한 현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현대차와 기아차는 색을 좀 달리하고 각자의 콘셉트로 시장을 선점하며 세계적으로 입지를 굳혀나가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보다 편하고 부드럽고 고급스럽다면 기아차는 젊고 경쾌하고 다이내믹하며 디자인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색의 차별화를 꾀했다.
오늘 시승기로 소개하는 신형 K5 터보 역시 이 같은 흐름과 괴를 함께 한다. 모두 알다시피 K5는 기아차의 중형 패밀리 세단이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이 역시 다들 알다시피 현대 쏘나타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물론 트림과 편의 장비, 가격도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디자인과 성격은 좀 많이 다르다. 본격적인 시승기에서는 쏘나타와 비교해 어떤 차이와 특징, 매력을 지녔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디자인은 솔직히 쏘나타보다 매력적이다. 쏘나타 역시 이전 세대보다 젊어졌다. 하지만 뭔가 난해하고 독특한 구석이 크다. 반면 K5는 보다 더 단정하면서 다이내믹하고 파격적이다. 그러면서 난해함보다 공감 가는 스타일을 잘 살려냈다.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이니 이쯤에서 넘어가자.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정숙성은 쏘나타와 비견할 만큼 기본적으로 조용하고 안락하다. 스티어링 휠은 아랫부분이 잘린 터보 모델 전용 D 컷이다. 그 외에는 다른 트림(2.0 가솔린, 하이브리드, LPi)과 다른 부분은 없다.


파워트레인은 1.6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호흡을 맞춘다. 최고출력은 180마력, 최대토크는 27.0kg.m를 낸다. 파워트레인 구성과 출력 성능은 쏘나타 센슈어스(터보 모델의 이름)와 같다. 그렇다면 주행 측면에서 과연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 섀시와 파워트레인이 동일하다면 비슷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쏘나타 센슈어스보다 좀 더 다부지고 단단한 하체 세팅과 좀 더 명민한 핸들링으로 운전 재미가 더 크다. 물론 그만큼 부드럽고 안락한 맛은 다소 줄었다. 그렇다고 두 형제의 차이가 극명한 것은 아니다. 쏘나타보다 좀 더 단단하고 거칠었다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편안한 가족 차로 쓰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가속페달을 순간 깊게 밟으면 반 박자쯤 호흡을 추스르고 180마력의 힘을 낸다. 배기량 작은 엔진과 싱글 터보의 조합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칭찬할 만한 터보 지체 현상이니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은 대체로 가볍고 무난하며 적당히 날카롭다. 180마력 작은 터보 세단에 딱 어울리는 핸들링 실력을 품었다. 주행모드는 스마트와 에코, 컴포트, 스포트, 커스텀 다섯 가지. 컴포트 모드에서 스포트로 모드를 바꾸면 으레 그렇듯 단수를 낮추고 엔진 회전수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엔진 실린더에 연료를 적극적으로 분사해 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내며 열심히 달리기 시작한다. 가장 큰 차이는 스티어링 휠에 더해지는 무게감이다. 컴포트 모드의 스티어링 무게감에 약 40%쯤 무거워진다. 핸들링 감각과 함께 체감할 수 있는 큰 변화는 사운드다. 사운드 제너레이터 시스템을 적용한 3세대 K5는 약간 인위적이긴 해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은 소리의 배기음이 실내를 감싼다. 사운드 제너레이터 크기는 모니터 안 설정 메뉴에서 끄거나 약, 중, 강 중 고를 수도 있다.
시승 내내 고민했다. K5와 쏘나타 중 어떤 모델을 선택할까?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을 일정 부분 포기한 만큼의 운전 재미가 K5에 분명 존재한다. 그 크기와 만족감의 차이는 각자의 기대와 취향, 성격에 따라 달리 느껴질 것이다. 난 쏘나타보다 K5를 고를 것 같다. 아직 결혼 전이니 뒷좌석에 조심조심 모시고 다닐 일도 적고, 이따금 속도도 즐기니까.


요즘 같은 고출력 경쟁 시대에 180마력과 27.0kg.m 토크는 평범한 출력이다. 5m에 가까운 가족 세단을 즐기기에 기대치의 평균을 살짝 넘어서는 수준이다. 아쉬울 건 없으나 넘치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실 더 재미있다. 차의 모든 출력을 온전히 즐기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이따금 달리는 오빠와 아빠, 엄마와 언니들 모두에게 시의적절한 수준이다.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운동성능과 콘셉트를 흡족하게 품은 신형 K5. 국산 대중 모델에 제법 탐나는 또 하나의 녀석이 등장했으니, 도로 위 풍경은 더 즐거워질 것이다.

글 이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