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그랜드 체로키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그랜드 체로키는 지프의 맏형이다. 브랜드를 이끄는 기함인 셈이다. 네 바퀴 굴림에 특화된 오프로더 브랜드로써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기함은 SUV다. 모두 알다시피 지프는 세단 따위는 취급하지 않는다.
먼저 그랜드 체로키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부터 정리하고 시승기를 소개한다. 그랜드 체로키는 탁월한 오프로드 능력에 나름의 승차감과 편의 장비(최근 등장하는 다른 모델들에 비하면 아직 좀 어눌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넉넉한 공간과 고급스러운 감성품질 등으로 버무린 가족을 위한 SUV다. 크기는 BMW X5나 메르세데스-벤츠 GLE, 기아 모하비 등과 비슷하니 가족용 SUV로 손색없다.
승차감 또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뒷좌석에 아기와 장모님을 태우고도 마음 편히 운전할 만하다. 유니보디 프레임의 독특한 감각이 특히 인상적이다. 승차감 좋은 모노코크와 거칠고 투박하지만 든든한 맛이 좋은 온 보드 프레임의 중간쯤 느낌이다. 좀 더 꼼꼼히 살피자면 온 보드 프레임에 승차감을 챙긴 맛이 크다. 묵직하고 든든한 차체에 에어 서스펜션과 유니 보디 특유의 맛이 가족용 SUV로 합격점을 줄 만하다.


만약 당신이 그랜드 체로키 구입을 고민한다면, 당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좋아하고 즐기는 취미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하길 바란다. 온로드와 도심 주행(출퇴근과 쇼핑, 아스팔트를 달리는 여행 등)이 거의 대부분이라면 다른 녀석을 고르는 게 낮다. 8000만 원, 트림에 따라 가장 저렴한 녀석이라도 6000만 원을 훌쩍 넘는 차 값이라면 보다 승차감 좋고 편의 장비 다양한 모델을 고민해보는 게 좋겠다.
캠핑과 아웃도어를 즐기고 이따금 진짜 오프로드도 타고 넘는데 주저함이 없다면 이 녀석을 입양해도 좋다. 최저 지상고에서 무려 28cm나 올라가는 에어 서스펜션과 다양한 오프로드 주행 모드, 내리막 주행 보조, 뒷바퀴 중 한 바퀴에 출력을 100% 몰아 쓸 수 있는 능력 등 지프만의 능력과 장점을 즐길 자신감과 라이프스타일, 취향이 존재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프와 그랜드 체로키의 매력과 능력을 사장시키고, 녀석의 재능을 발굴하고 키워내지 못하는 무능하고 안타까운 운전자로 전락할 뿐이니까.
이번 시승 모델은 그랜드 체로키 서밋이다. 3가지 트림 가운데 몸값이 가장 비싸다. 무려 8240만 원이다. 할인이라는 에누리도 존재하고 서밋 아래 두 가지 트림이 더 있으니 좀 더 고민해봐도 좋다.
파워 트레인은 3.6리터 가솔린엔진과 3.0리터 디젤 엔진 두 가지. 이 녀석은 V6 3.0 디젤을 품고 ZF 8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을 맞춘다. 겉모습은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이다. 세븐 슬롯 그릴을 알루미늄으로 치장하고 범퍼 아래와 사이드미러도 알루미늄을 과감히 사용했다. 주요 소비자층인 멋쟁이 아저씨들을 위한 취향 저격인 셈이다. 차체에 비해 크기가 작은 프런트 그릴과 헤드 램프, 크게 키우지 않은 휠 하우스, 두툼한 차체가 우직한 터프가이의 수수한 멋을 풍긴다.


실내는 곳곳에 가죽과 우드를 사용했다. 기함 다운 매무새를 챙기기 위한 지프의 노력이다. 8.4인치 정사각형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인포테인먼트의 거의 모든 기능을 품었다. 모니터 아래 공조장치와 자주 쓰는 기능들은 버튼과 다이얼로 빼놓은 부분은 다루기 쉬운 구성이다. 단 자주 쓰는 열선과 통풍 시트 기능과 스티어링 휠 열선은 무조건 모니터 안에서 터치로 조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좀 아쉽다. 좋게 말해 클래식하고 진중한, 나쁘게 말해 구시대적이고 좀 아저씨스러운 감성은 그랜드 체로키라서 이해되고 통용된다. 이 녀석까지 요즘 차들처럼 전동화와 화려한 인테리어에 과하게 애썼다면 오히려 어색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서밋 트림답게 오디오는 하만 카돈 시스템이다. 중저음이 특히 매력적이고 출력이 넉넉한 오디오는 스피커가 무려 19개나 된다. 시트는 보기엔 넉넉하고 푹신한데 실제로 앉으면 등과 엉덩이의 실제로 몸통을 지지하는 부분이 제법 단단하다.
V6 3.0 디젤의 최고출력은 250마력. 요즘 차들의 출력과 비교하면 좀 소박하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최대토크가 무려 58.2kg.m나 된다. 이 넉넉한 토크가 네 바퀴 굴림 시스템과 만나 늘 든든하고 끈덕지게 힘을 낸다.
넉넉한 토크 덕분에 날카롭지 않지만 제법 경쾌한 풋워크를 선사한다. 8단 변속기가 톱니를 바꿔 무는 감각도 부드럽고 나긋하다.


3000km를 훌쩍 넘긴 시승차의 상황을 고려해도 정차 중 공회전 시 진동과 소음은 기대보다 크다. 디젤 차 특유의 소란스러움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시승하고 확인하시길. 하지만 우선 움직이기 시작하면 정숙하고 안락하다. 이중 접합유리를 쓰고 곳곳에 방음과 방진에 신경 쓴 덕이다.
처체와 어울리게 큼직한 스티어링 휠은 제법 묵직하고 유격이 거의 없어 2.4톤이 넘는 거구를 다루는 데 아쉬움이 없다.
기본적으로 오토 모드로 팔방미인 주행이 가능하고 지형에 따라 눈, 모래, 진흙과 바위 모드를 고를 수 있으며 수동으로 3단계로 차고 조절도 할 수 있다. 이런 길을 갈 수 있을까 싶은 곳에서 유용한 4WD 로 모드와 급경사 내리막길에서 빛을 발하는 HDC도 마음 든든하다.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오프로드에서는 다이얼을 돌릴 필요도 없지만, 길이 아닌 곳에서 빛을 발하는 모드에 가슴 뿌듯하다.
다른 세상에 대한 도전정신과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세상의 모든 아빠들에게 이 녀석은 남다른 의미의 종마가 될 수 있다. 보다 세심하게 이 녀석을 구경하고 싶다면 영상을 참고해주시길 바란다.

글 이병진